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커피전문점의 모습./사진=이미경 기자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카페. 직원이 한 고객에게 다가가 "음료를 결제한지 1시간30분이 지났다"며 "매장 이용시간이 1시간으로 제한돼 나가야 한다"고 안내했다. 고객은 "10분 내로 정리해서 나가겠다"면서도 "늦게 나가면 어떻게 되냐"고 되물었다. 직원은 "제재에 대해선 딱히 전달받은 게 없다"면서 말끝을 흐렸다.이같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 완화에 따라 카페 내 취식이 일부 허용된지 이튿날인 19일에도 카페 직원들은 '1시간 이용'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커피 전문점에선 1시간 이용시간 제한을 두고 점원과 방문객간 유사한 대화가 되풀이됐다. 매장 직원이 주문을 받으며 홀 이용시간은 1시간으로 제한된다고 말하자, 손님은 이를 어길 경우의 처벌을 물었다. 매장 직원은 "일단 나가주셔야 한다"고만 답했다.
앞서 지난 16일 방역당국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전국의 카페는 방역수칙 준수를 전제로 오후 9시까지 매장 내 취식이 허용된다. 단, 2인 이상의 이용자가 이용할 경우에는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1시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강력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 과태료 등의 제재는 없다. 1인이 방문했을 때는 강력 권고의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한 손님이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사진=이미경 기자
이날 홀로 매장을 방문해 1시간10분가량 홀에 머물렀던 오모씨(27)는 혼자 왔음에도 자신을 내쫓는 점원에게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카페 직원들도 1시간룰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서너 시간씩 앉아있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직원들이 '일단 내쫓고 보자'는 심산인 것 같아서 황당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역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카페 직원 임모씨(32)는 "선임 매니저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이라곤 '1시간으로 이용시간이 제한된다'는 내용일 뿐 인원에 따라 다른지, 안 나가는 손님이 있으면 어떻게 제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43) 역시 "차라리 과태료 부과 등 명확한 처벌 내용이 있으면 고객들에게 말하기 편하다"며 "그런데 그게 아니니 허공에 대고 '나가달라'고 말하는 것밖에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카페는 지역 장사인데 서로 얼굴 붉히며 나가달라고 말하는 것도 정말 힘든 일"이라며 "나중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게 관련 부정적인 글이 올라오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서울 마포구 한 커피전문점 매장 테이블에 '사회적 거리두기 좌석' 안내판이 설치돼있다./사진=이미경 기자
이에 대해 전문가는 홀 이용시간을 '권고 사항'으로 뒀다는 점이 방역 수칙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권고라는 것은 '따라주면 감사하고 따르지 않더라도 건드리지는 않겠다' 정도의 의미로 해석된다"며 "(서비스업종 종사자인) 카페 점주나 아르바이트생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방문객들을 내쫓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정 교수는 "카페 내부 이용시간을 1시간으로 강력하게 제한하는 것이 힘들다면 홀 이용이 다시 가능해진 만큼 마스크 착용에 대한 단속이라도 더욱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은 사실상 카페 이용시간을 정확하게 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백형기 중앙사고수습본부 생활방역팀장은 "매장 이용시간 1시간을 계산하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며 "다만 국민들이 방역지침을 잘 따라주고 있기 때문에 과태료 등이 없는 권고사항이더라도 잘 협조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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