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블레이저 RS 모델 외관./ 사진=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정통 오프로드의 계보를 이어받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RS 모델(이하 트블 RS)은 운전을 시작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합리적인 선택지로 보인다. 남다른 외관 만큼이나 부족함 없는 주행 성능이 만족스러웠고, 2000만원 중후반대의 가격으로 몰 수 있기 때문이다.
트블 RS 사륜구동(4WD) 모델을 서울역, 강남대로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시승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기본 모델과 오프로드에 특화된 액티브, 도심에 특화된 RS로 구분된다.
트블 RS의 첫 인상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지만 예쁘다"였다. SUV 특유의 투박함과 도심 감성이 공존하는 디자인에다 밀라노 레드와 모던 블랙의 세련된 투톤 구성은 '차는 자고로 블랙이지'란 기자의 통념을 지울 정도였다.
다만 RS 트림은 투톤 외 선택지가 없다는 점이 한계로 느껴질 듯 싶었다. 투톤 때문에 올 블랙이 적용되는 '미드나잇 패키지'를 구입했다는 후기도 찾아볼 수 있었다. 단일 색상 차량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는 미드나잇 패키지 외의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트레일블레이저 RS 모델 후면부./사진=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트블 RS는 차체가 커 소형 SUV에서 느낄 수 있는 통통 튀는 감각보다는 투박함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트블 RS의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425·1810·1660mm다. 동급 차종 쌍용차 티볼리(4225·1810·1615mm)나 기아 셀토스(4375·1800·1615mm)보다 크다. 하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RS 시그니처 레터링, 블랙 보타이(쉐보레 엠블럼), 라운드 타입 듀얼 머플러팁 등 스포티한 요소들이 젊은 감성을 한층 '업' 시켰다.
실내에서는 차체 크기가 더 확실히 느껴졌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는 파묻히는듯한 느낌도 들었다. 시트를 한참 조정하고 나서야 전면 시야가 트였다. 2640mm에 달하는 휠베이스 덕분에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굉장히 여유로웠다. 시트 밑 신발이나 가방 등 소지품을 넣어둘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됐을 정도다.
보통 소형 SUV는 앞좌석 활용성을 높이느라 뒷좌석에 여유를 두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트블 RS는 건장한 성인 남자에게도 넉넉한 2열 공간을 제공했다. 전체적으로 SUV의 공간성을 잘 담아낸 차량이라고 느껴졌다. 2열 플로어 스토리지/ 사진=쉐보레 홈페이지
실내 인테리어. 기어노브(좌)·클러스터(우)/ 사진=쉐보레 홈페이지
적재공간도 460L로 충분했다.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선택할 수 있어 차박(자동차+숙박)을 염두에 둔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듯싶었다. 실내 인테리어는 외관과 통일성을 이룬 듯했다. 기어노브, 계기판 등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레드 포인트가 세련되고 멋스러운 감성을 자아냈다.
무선 충전, 애플 (NASDAQ:AAPL) 카플레이 등 첨단 편의기능도 모두 매끄럽게 제공됐다. 다만 무선 충전이 한 대만 가능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조수석에 탄 사람 스마트폰까지 들어갈 수 있다면 더 좋았겠다 싶다. 컴바이너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직관적이었고 넓지도 좁지도 않은 8인치 디스플레이는 보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마트 트렁크다. 트렁크 바닥을 비추는 보타이 불빛에 발을 갖다 대면 트렁크 문이 열리는 구조인데 생각보다 작동이 잘 됐다. 2800만원대 소형 SUV임을 감안하면 꽤나 알찬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2열 송풍구가 빠진 점은 다소 아쉬운 요소였다. 전조등 오프 기능이 없어 주차장에서 당혹감을 느끼기도 했다. 트렁크 바닥을 비추는 보타이 불빛(좌)·2열에 송풍구 없는 모습(우)/ 사진=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본격 주행에 나섰다. 시승 전에는 '3기통 엔진이 뭐 얼마나 잘 나가겠어'란 생각에 큰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페달을 밟자 기어 변속이 느껴질 찰나 차량이 노면을 박차고 나갔다.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kg.m의 힘을 발휘한 덕이다.
이후에도 탄탄한 주행은 계속됐다. 주행시 엔진음 소리는 부드럽게 들렸다. 외부 소음도 수준급으로 차단됐다. 한국GM이 동급 최고 노이즈 캔슬 기능이라며 자부했던 이유가 어느정도 납득이 갔다.
도심 주행에 초점을 맞춘 차량인 만큼 올림픽대로에서 가속 성능을 확인했다. 딱히 부족함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고속에서 가속감이 다소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약하게 밟았을 때 반응이 없는 브레이크도 단점으로 여겨질 듯 하다.
사륜구동으로 전환해 달리니 노면을 움켜쥐는 맛은 확실히 났다. 스위처블 방식으로 연비까지 잡았다. 문득 폭설 내리던 날 빙판길에 갇혔던 기억이 떠올랐다. '트블 RS였더라면 문제 없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레일블레이저 AWD 모드./ 사진=쉐보레 홈페이지
앞 차와 거리를 인식해 속도를 제어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꽤 만족스러웠다. 차로이탈방지 기능도 곡선에서 스티어링 휠을 적절히 돌려주며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보조했다.
트레일블레이저 가격은 기본 모델이 트림에 따라 1959만~2445만원, 액티브 2602만원, RS 2640만원부터 시작한다. RS 모델에 미드나잇 패키지 추가시 가격은 2759만원으로 올라간다.
사륜구동 풀옵션 RS 모델은 3200만원대로 뛴다. 실용성, 공간성, 각종 첨단·편의 사양까지 모자랄 것 없는 구성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판단된다. 여기에 스포티한 감성을 넣어 도심 차량으로서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트블 RS가 2030세대에게 인기 있는 이유이지 않을까.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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