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4월15일 (로이터)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008년 9월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다른 중앙은행들로부터 달러화에 대한 접근 요청이 쇄도하는 비상 상황이 나타나자 신속하게 통화 스와프를 승인했다.
이는 해외 금융시장에서의 유동성 압박 완화를 도왔으며 미국 연준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뒷받침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연준도 이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 이사회에 자신의 열렬한 지지자 두 명을 앉히려고 시도한 후 세계 경제 관료들과 중앙 은행가들에게 이 문제는 갑자기 중요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로 지목한 경제평론가 스티븐 무어와 사업가인 허먼 케인은 모두 연준 정책에 비판적이다. 특히 무어는 대공황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에 미국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채택된 비상조치에 대해서도 반대해 왔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정책을 우선하는 연준을 구성한다면 이는 다른 중앙은행들의 상황과, 연준의 결정에 따라 크게 바뀌는 달러 의존적인 세계 금융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나는 다른 국가들, 특히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춘계 회의에서 밝히기도 했다.
◆ 민감한 시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경제와 IMF에게 민감한 시점에 자신의 지지자들을 연준 이사로 추천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주 회원국들에게 다른 이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가장 큰 회원국인 미국이 걱정거리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은 세계 성장이 둔화되는 이유로 지목되고 있으며 연준 관계자들이 미국의 정치를 우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해외 중앙은행들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IMF는 미국 연준이 제롬 파월 의장 하에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요구했으며 무어는 이를 지지했다.
한 중앙은행의 조치는 종종 다른 국가의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정한 분석에 근거하여 정책을 정하며, 무역이나 정치에서 단기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 정책을 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연준이 미국의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한다면 그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좋게 보이게 하기 위해 전반적으로 견조한 경제에 추가적인 부양책을 주는 것은 자국의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국가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다.
금리 인하는 달러 가치를 약화시키고, 미국 수출을 증가시키며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확대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캠페인 목표를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일본은행(BOJ)의 장기 채권 수익률 목표 달성과 ECB의 유럽 경제 성장 지원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신흥시장의 자본흐름 또한 불안정해질 수 있다.
제이콥 펑크 키르케고르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치화된 연준이 2008년처럼 전 세계를 위한 최종대부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며 "한때 안정성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였던 연준은 가장 불안정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유럽 금융 지도자들은 세계 시장에서 달러의 과도한 영향력에 유럽이 미국의 정치적 결정에 취약해질수 있다는 생각에 기축통화로서의 유로 가치를 부양하는 방법을 생각해고 있다.
◆ 정치화된 연준은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
물론 무어와 케인 모두 정식으로 임명된 것은 아니며 케인이 임명될 가능성은 낮다. 연준 이사가 되기 위해서는 미국 상원에서 인준을 받아야 하며, 같은 공화당 의원들 또한 케인의 임명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했다.
한편 무어는 스스로의 정책적 입장에 대해서 혼재된 신호를 보내 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무어는 금융 위기와 이후 연준이 시장에 달러를 투입한 데에 대해 비판해 왔다. 그는 연준이 상품 물가에 기초한 엄격한 규칙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러한 정책은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전에도 연준은 매우 정치적으로 편향된 적이 있었다. 윌리엄 잉글리시 예일대 교수에 따르면 이중 가장 특기할 만한 때는 1980년대이다. 이들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지지하며 폴 볼커 의장의 통화정책에 반대했다.
잉글리시 예일대 교수는 이들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준에서는 의장의 영향력이 일반적인 의원들에 비해 훨씬 크며, 가장 큰 권력을 가진 19명의 정책위원 중 12명은 대통령의 손이 미치지 않는 지역 은행들에 의해 임명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볼커 의장 이전에 연준은 린든 존슨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정책을 수립하기도 했다. 일부는 이러한 연준이 1970년의 급격한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잉글리시 교수는 "정치적인 연준이 있었지만 결과는 나빴다"고 밝혔다.
IMF와 다른 세계 기관에게 있어서는 다른 문제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무역 분야에서 저지른 것처럼, 미국은 다른 국가들이 지키는 규범을 따르지 않게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재정건전성 악화나 정치적인 중앙은행 등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다른 국가들이 따르고 싶어할 수도 있는 사례를 만들 수 있다.
네이선 쉬츠 PGIM 채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IMF는 모든 회원국이 공평하게 대우받는 세계를 원한다"며 만약 미국이 연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일반적인 규범에서 벗어나게 한다면 "이는 결국 미국에게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문기사 (장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