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업체인 EGP의 정구윤 아시아태평양 사업개발 총괄대표(사진)는 “한국 기관투자가들이 EGP와 손잡고 아시아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연 10% 안팎의 수익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EGP는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전력 회사 에넬그룹의 자회사다. 설치용량 기준으로 세계 최대 신재생에너지 업체다. 세계 20개국에 진출해 43GW(기가와트)에 달하는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원전 40기와 맞먹는 규모다.
정 대표는 “EGP는 그동안 유럽 미국 중남미 등에서 주로 발전소를 지었지만 3년 전부터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한국 투자자도 아시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에 EGP와 합작사를 만드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자산운용사가 인수한 발전소 지분이나 대출을 수수료를 주고 사들이는 방식의 2차 투자자로 참여해 왔다”며 “EGP와 손잡으면 수수료 없이 직접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신재생에너지는 초기 투자 비용은 크지만 운영 비용이 적게 들고 안전하기 때문에 투자자 사이에서도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한국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높게 평가했다. 정부가 원전과 화력발전소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정책 목표를 세운 데다 작년부터 장기 전력 구매계약도 가능해져 투자 환경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서해안 간척지나 염전, 사용하지 않고 있는 농경지 등을 태양광발전소 부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바꾸면 신재생에너지 시장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정 대표는 외교관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6년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케네디스쿨)에 진학했으며, 2008년부터 에넬그룹에 근무하고 있다. 미주 법인과 로마 본사의 회장 비서실을 거쳐 아태지역 사업개발 총괄대표로 승진했다. 2015년 인도네시아의 지열발전, 2017년 호주 최대 규모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에넬그룹은 1962년 이탈리아의 국영 전력기업으로 출범해 1999년 민영화됐다. 이후 해외 에너지 회사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글로벌 전력회사로 성장했다. 2008년 신재생에너지 전문 자회사인 EGP를 설립했다.
이동훈/유창재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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