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직원 11명이 지난달 말 책을 냈다. 제목은 《한 권으로 끝내는 코인 투자의 정석》. 암호화폐거래소 현직 직원들이 초보자를 위한 투자 안내서를 출간한 것은 처음이다. 서문의 솔직한 고백이 인상적이다. “친구 따라 별 공부 없이 투자하거나 깊이 알아보지 않고 소중한 자금을 투입해 피해를 본 사례가 속출할 때 업계 종사자로서 죄책감도 들었다.”
이 책은 허백영 빗썸코리아 대표(사진)의 제안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만난 허 대표는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투자자가 ‘실전’에서 참조할 만한 노하우를 얻을 곳이 거의 없다”며 “성숙한 투자문화 조성에 기여할 방법을 계속 찾아나갈 것”이라고 했다. 빗썸은 2014년 문을 연 국내 1세대 거래소로 회원 700만 명, 누적 거래액은 1650조원을 넘어섰다.
허 대표는 “코인시장이 주식시장보다 엄청나게 위험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24시간 장이 열리고 상·하한가가 없어 결과가 더 빨리 나타난다는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코인 수익률도 결국 가치가 오를 종목을 고르는 안목이 좌우한다”며 “짧은 시간에 높은 수익률만 목표로 삼는다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자 신고를 코앞에 둔 상황이어서인지 그는 ‘금융당국’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다만 중소 거래소의 무더기 폐업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허 대표는 “중소 거래소 중에는 기업가 정신으로 창업해 원칙대로 성실하게 사업하는 곳도 많다”며 “이런 곳까지 은행 판단에 따라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이 맞는지, 같은 업계 사람으로서 안타깝다”고 했다. ‘업권법’을 비롯한 명확한 법·규정을 갖춰나가면 시장이 더욱 건전하게 성장할 것이란 주장이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들은 ‘무더기 상장’으로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빗썸에도 200종 가까운 코인이 상장돼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허 대표는 코인 거래소를 백화점에, 코인 개발사를 입점업체에 비유해 강하게 반박했다. 허 대표는 “대학생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의 제품이라고 백화점이 ‘대학생이 만들어서’라는 이유로 입점을 막으면 바람직한 일이냐”며 “심사 결과 문제가 없다면 최대한 많은 프로젝트에 기회를 주는 것이 산업 발전에 유익하고, 소비자도 다양한 선택지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함량미달 코인이라고 판단하면 애초에 상장하지도 않았고, 유의종목 지정 등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디지털자산 투자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고, 암호화폐는 거래 가능한 디지털자산 중의 한 종류”라며 “부동산이나 스니커즈도 블록체인 거래소에 올려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는데 왜 암호화폐만 부정적으로 봐야 하느냐”고 했다. 그는 “미래에는 블록체인 거래 플랫폼에서 현재 상상하지 못하는 것들도 거래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글=임현우/사진=신경훈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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