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화학 업체들의 증설 투자와 조선업황 회복으로 내년부터 피팅(배관용 관 이음쇠) 업체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GS건설은 지난 4일 LG화학으로부터 4000억원 규모 공사를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LG화학이 2조6000억원을 들여 전남 여수 화학제품공장을 확장하는 공사의 일부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계획돼 있던 정유·화학 업체들의 증설 투자가 본격적으로 발주되는 것”이라며 “보통 플랜트 설비투자 금액의 1.5~2%가 피팅 물량으로 발주되는 만큼 피팅 업체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시에 상장된 피팅 업체로는 성광벤드, 태광, 하이록코리아 등이 있다.
LG화학 외에도 에쓰오일 5조원, SK이노베이션 1조원, GS칼텍스 2조6000억원, 현대케미칼(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합작사) 2조7000억원, 여천NCC(한화케미칼·대림산업 합작사) 7400억원 등 14조~15조원 규모의 정유·화학 업체 설비투자가 2023년까지 예정돼 있다. 전기차 등으로 인해 앞으로 휘발유와 같은 정유 제품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정유사들도 나프타분해시설(NCC) 등 석유화학 플랜트를 지어 수익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설로 석유화학업계에선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지만 피팅 업체는 앞으로 2~3년간 연간 2000억~3000억원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1위를 다투는 성광벤드(1457억원)와 태광(1842억원)의 작년 매출보다 큰 금액이다. 이 연구원은 “설계 기간을 고려하면 플랜트를 짓는 건설사들이 1년의 시차를 두고 피팅 발주를 한다”며 “피팅 업체 수주는 내년 하반기부터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피팅 업체는 정유·화학 업체 증설뿐 아니라 조선사의 해양 플랜트나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건설사의 육상 플랜트 수주 등에도 수혜를 입는다. 올 들어 국내 조선 업체의 LNG선 수주가 급증한 것도 실적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성광벤드는 이달 12.6%, 태광은 8.8%, 하이록코리아는 6.3% 올랐다. 피팅 업체 투자 리스크로는 화학·정유, 조선 등 전방산업의 업황 악화나 발주 지연 등이 꼽힌다. 발주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실망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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