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의 BGI 본관 1층에 매머드 모형이 세워져 있다. 이 회사는 유전체 연구로 4000년 전 사라진 매머드를 복원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선전=심은지 기자
“4000년 전 사라진 매머드, 1662년에 멸종한 도도새도 곧 복원할 길이 열릴 겁니다.”
중국 선전에 있는 유전체 전문기업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에 들어서자 거대한 매머드 모형이 보였다. 한·중·일 협력 사무국(TCS) 주관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의 기자단이 공동 취재차 방문한 자리였다. 회사 측은 유전체 연구를 통해 4000년 전 사라진 매머드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 1층 로비에 매머드 모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BGI는 1999년 베이징의 한 신발 공장을 개조한 뒤 설립한 비영리 연구조직이었다. 2007년 선전으로 옮기면서 유전체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미국 국가생물공학센터(NCBI), 유럽 바이오정보연구소(EBI), 일본 DNA정보은행(DDBJ)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2016년 유전자은행을 세웠다. 유전자는 유전정보를 담은 하나의 단위이고, 유전자 묶음이 유전체다.
이 유전자은행은 설립 3년 만에 데이터 저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자리에 올랐다. 1000여 명에 달하는 연구원들이 매달 방대한 양의 유전체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다. BGI는 세계 유전체 데이터의 20%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비공식 데이터를 합치면 더욱 많다. 왕롄 BGI 유전자은행 총괄국장은 “연구원들은 매년 2500여 건의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 중 300여 건은 네이처, 사이언스 등 최고 수준의 국제학술지에 실린다”고 소개했다. 현재 1000만 개의 생물 유전체 정보와 60PB(페타바이트: 1PB는 1000테라바이트)의 데이터 저장능력을 갖고 있다.
BGI는 유전체 연구를 통해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의료 분야가 대표적이다. 케이시 정 BGI 글로벌비즈니스부문 이사는 “유전체만 제대로 알면 인간은 암, 전염병, 태생적 기형 등을 극복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생애주기별로 어떤 병이 발병할지 미리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GI는 유전체 분석기기를 제조하는 MGI,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BGI헬스케어 등 여러 자회사를 통해 수익을 늘리고 있다. 그린 제조업, 에코 미생물, 슈퍼셀 등의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BGI가 세계적 유전체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은 중국 정부의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다. BGI는 창업자 4명이 출자한 민간 회사인데, 중국 정부로부터 100% 투자받은 유전자은행을 위탁 운영한다. BGI가 경쟁입찰을 통해 정부 사업권을 따내고, 정부의 방대한 정보도 활용할 수 있어 단기간에 세계적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중국의 바이오 굴기는 ‘황우석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한 한국엔 더 뼈아픈 현실이다. 한국은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생명윤리법 등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유전자 연구가 중국, 일본 등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최근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바이오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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