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2일 (로이터/브레이킹뷰스) - 일본은행은 본원통화에서 장기금리로 정책의 초점을 전환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필요한 시간을 벌었을 뿐 아니라 아군도 얻었다.
일은은 19~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치고 금융정책의 틀을 정비하고 기존의 대규모 자산매입 프로그램에 장기금리 목표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일은이 새롭게 꺼내든 카드는 '수익률 곡선 관리'였다. 일은은 10년물 수익률을 제로(0)% 수준에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당장 일은은 국채를 매입할 때 연간 본원통화가 약 80조엔 가량 늘어나도록 한다는 목표는 유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뚜렷한 연간 본원통화 목표는 사실상 포기했다.
이 같은 전환으로 일은은 현재의 정책이 가진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 반 동안 대규모 자산 매입을 해 온 일은이 언제까지 현재의 속도로 자산을 매입할 순 없다. 도이치뱅크는 이미 일은이 유통 중인 국채의 40% 가량을 보유한 상태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매입 규모를 축소하면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 뻔하다. 대신 일은은 국채 10년물 수익률을 제로 수준에 유지한다고 약속하는 방법을 택했다. 기존의 자산 매입보다는 실질적으로 적은 화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은이 현재의 통화 정책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도를 찾아낸 것이다.
장기간 초저금리가 지속되며 일본 은행들의 수익성도 악화돼 왔다. 따라서 7~12년물 국채 매입에 집중함으로써 일은은 단기물 매입을 늘리고 단기물과 장기물 수익률 차이를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수익률 곡선을 가파르게 하면 은행들의 순익이 개선될 뿐 아니라 보험사와 연기금에 돌아가는 수익도 늘어나게 된다.
이날 일은은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2%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하면서 물가 안정 목표 달성 전까지는 시장 완화를 계속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몇 년 간의 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가계들 사이 미래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높이도록 자극하는 방식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화폐를 찍어낼 능력이 있는 중앙은행이 국채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기는 상대적으로 쉽지만, 국민들 사이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은은 올해 안에 또 다시 새로운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결정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거나 일본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이미 마이너스인 금리를 더 인하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들이 경기를 부양할 새로운 아이디어가 고갈 됐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은은 혁신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퀀틴 웹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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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