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석
우리금융그룹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로 중단됐던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했다. 투자업무와 강한 네트워크가 장점인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사진)를 신임 행장으로 발탁하면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체제 안정화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은 11일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권 대표은 다음달 24일 열리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임기를 시작한다.
권 대표는 우리은행 IB그룹 겸 대외협력단 집행부행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우리PE 대표를 거쳐 현재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로 재임 중이다. 그는 투자은행(IB) 업무와 해외 기업설명회(IR)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의 기업투자금융(CIB)과 글로벌 전략 추진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9일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회의가 길어지면서 31일 오전으로 연기됐는데 그 사이 금감원이 손 회장에게 DLF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리면서 우리은행장 후보 선출은 또다시 미뤄졌다.
중징계를 받은 금융권 최고경영진이 업무를 이어간 사례가 없는 만큼 손 회장의 연임 포기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지주 회장과 행장 겸직 체제를 분리하기로 결정한 만큼 손 회장의 연임 포기가 자칫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연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6일 우리금융이 손 회장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하면서 우리은행장 선임에 속도가 붙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손 회장에 대한 금융위의 절차가 남아 있다. 개인에 대한 제재가 공식 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면서 "그룹 지배구조에 관한 기존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 결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우리은행 일부 직원이 실적 달성을 위해 고객 2만3000여 명의 인터넷·모바일뱅킹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한 사실도 밝혀졌지만 손 회장 체제를 막지는 못했다. 다만 금감원이 제재 방안을 추진하는 만큼 향후 우리금융과 금감원의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권 대표는 1963년생으로 상업은행 출신이다. 최종 후보에 오른 3인 가운데 가장 젊어 '세대교체'라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암묵적으로 한일·상업은행 출신 인사가 번갈아 은행장을 맡는 관행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관행이 유지됐다. 손 회장이 한일은행 출신인 만큼 상업은행 출신인 권 신임 행장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조직 균형에 안정감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금융은 권 대표에 대해 강한 추진력, 솔선수범하는 자세, 다양한 업무 경험 및 논리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겸비한 리더로 조직을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행장 후보 면접 당시에는 고객 중심 경영을 통한 고객 신뢰 회복, 내실 경영, 위험가중자산 관리 및 신규 사업 기회 발굴을 통한 경영 효율화 등 경영 전략을 제시해 그룹임추위 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룹임추위 관계자는 "권 대표가 우리금융 설립 후 처음으로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해 운영하는 현 상황에서 지주사와 은행 간 원활한 소통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은행의 조직안정화 및 고객 중심 영업을 바탕으로 뛰어난 성과를 창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우리금융은 이날 자회사 6곳에 대한 대표이사 후보도 함께 발표했다. 우리종금 대표이사에 김종득 현 우리은행 자금시장그룹 집행부행장보, 우리신용정보 대표이사에 조수형 현 우리은행 소비자브랜드그룹 집행부행장보, 우리펀드서비스에 고영배 현 우리은행 신탁연금그룹 상무를 신규 선임했다. 우리카드 정원재 대표이사와 우리FIS 이동연 대표이사, 우리금융연구소 최광해 대표이사는 연임됐다.
윤진우/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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