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3월15일 (로이터) - 트럼프 시대에 접어든 뒤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 나타난 가장 큰 미스테리 가운데 하나는 분석가들이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 승리가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모든 혼란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변동성이 역사적 기준에서 볼 때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최고의 설명은 어쩌면 가장 재미없는 내용이 될 수도 있다.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금융위기에서 회복된 이후 백악관에서의 서프라이즈를 포함한 모든 단기적인 정치적 서프라이즈를 극복하면서 수십년래 가장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설명이다.
중요한 것은 경제 회복과 그에 따른 안정이 무절제한 대출을 기반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변동성이 가끔은 치솟겠지만 올해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에서의 선거와 같은 더 많은 정치적 충격들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변동성 환경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제공해주는 위험자산을 계속 추구해도 괜찮다는 느낌을 받게 됨으로 증시와 회사채 등 시장에서 2009년 이후 폭넓은 흐름으로 자리잡아온 랠리를 지지할 수 있을 것이다.
JP 모간에 따르면 글로벌 성장의 변동성은 금융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단일 요인이다. 글로벌 성장은 2007년 ~ 2009년 위기로부터 회복된 이후 안정적이면서 거의 지루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예측 가능한 모습을 보여왔다.
경제 회복은 금융위기 이후 정책결정자들이 취한 조치들, 특히 수조달러 규모의 중앙은행 부양책과 파괴된 은행 시스템 재건이라는 조치들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JP모간의 글로벌 자산배분 헤드 얀 로이스는 "지금 세계 경제는 매우 안정적이다. 이토록 안정적인 적은 결코 없었다. 시장이 이토록 안정적이고 위험 프리미엄이 이처럼 낮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펀더멘탈을 반영한다. 그리고 만일 펀더멘탈이 안정적이라면 자산 가격은 덜 변동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연간 글로벌 성장률은 2.3 ~ 3%의 상당히 좁은 범위에 머물러 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성장률 측정 기준은 세계은행 수치 보다 더 타이트해 2012년 이후 3.1 ~ 3.5%로 집계됐다.
만일 이들 두 기관의 추산이 맞는다면 2017년 역시 글로벌 성장률이 이처럼 좁은 범위에 묶이는 또 다른 한해가 될 것이다.분기별 글로벌 실질 GDP 성장률의 5년 회전 표준 편차(rolling standard deviation)에 입각한 글로벌 거시 변동성은 약 0.5%라고 JP모간은 밝혔다. 이는 최소 4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의 차입(borrowing) 수준은 과거 위기로 이어졌던 기간에 비할 정도는 결코 아니다. JP모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금융기관들을 제외한 민간부문의 연간 신용 증가율은 전세계적으로 6 ~ 8% 정도였다. 이에 비해 2008년 기준으로 이전 5년간 민간부문의 신용 증가율은 약 13%로 최근 5년과 비교해 사실상 두배였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와 은행들이 과도한 확장에 신중한 입장을 취한 덕분에 '레버리지(leverage)'가 부족하다는 것은 낮은 변동성과 자산가격 상승이라는 '골디락스(Goldilocks)' 환경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