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핵심 인사들이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고 있다며 통화량을 서둘러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에 이어 고용까지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기 국채 금리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데 이어 달러 가치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Fed 위원들 “긴축 더 늦추면 위험”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9일(현지시간) 한 온라인 행사에 참석해 “8~9월 고용지표가 잘 나오면 Fed가 조속히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시장 예측보다 10만여 개 많은 94만3000개 증가했다는 노동부 자료를 언급하면서다.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통화정책 관련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는 그는 “고용 증가세가 1~2개월 더 지속된다면 Fed 목표를 향한 상당한 진전을 달성하는 셈”이라며 “정책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Fed는 일정 기간 2%를 완만하게 넘는 물가상승률과 최대 고용(실업률 기준 3.5~4.0%)을 향한 상당한 진전을 이루면 테이퍼링을 시행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물가가 수개월간 뛴 상태에서 고용까지 호조를 보이는 만큼 테이퍼링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보스틱 총재의 얘기다. 그는 “고용시장이 더 좋아지면 올해 4분기나 이보다 이른 시점에 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FOMC 멤버인 토머스 바킨 리치몬드연방은행 총재는 “물가 급등세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고용 정상화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물가만 보면 이미 기준금리 인상 조건을 맞춘 상태”라고 진단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는 “9월 FOMC 때까지 Fed의 물가·고용 목표치를 모두 충족한 뒤 가을부터 채권 매입액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산 매입을 (지금처럼) 계속하면 물가만 오를 뿐 고용 증진에는 원하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앞서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 역시 물가·고용의 쌍끌이 회복을 이유로 조속히 긴축 정책에 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달러·국채 금리 뛰고 유가는 약세이날 공개된 노동부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도 고용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6월 채용 공고는 1007만 건(구인 건수 기준)으로, 처음으로 1000만 건을 넘은 건 물론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월스트리트 예상(928만 건)도 크게 웃돌았다. 다만 채용된 인원은 한 달간 670만 명에 그쳤다. 경기 회복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공고를 내고도 뽑지 못한 인력이 340만 명이나 됐다. 역시 사상 최대치다.
미국 경기 개선 기대와 함께 달러화 가치는 급등세를 타고 있다. 유로 엔 파운드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92.98로 마감했다. 올해 최고치를 찍었던 3월 말 수준을 위협할 태세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큰 폭으로 뛰고 있다. 7월 실업률이 공개됐던 지난 6일 0.08%포인트 오른 데 이어 이날도 0.02%포인트 상승했다. 10년짜리 금리는 지난달 중순까지 연 1.3%를 밑돌았고 최근엔 연 1.1%대에서 움직였다.
달러와 역(逆)동조 현상을 보이는 국제 유가는 하락 조짐이 뚜렷하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2.64% 떨어진 배럴당 66.48달러에 거래됐다. 장중엔 65달러까지 밀렸다. WTI 가격은 지난주 7.7% 떨어져 작년 10월 말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원유는 주로 달러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원유 수요는 줄어든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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