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기업 자금경색 해소를 위해 조성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를 처음으로 매입한 가운데 금리를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업계의 시각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업계는 채안펀드 도입 취지와 달리 금리가 시장금리보다 과도하게 높다고 불만인 반면 일각에서는 '배부른 소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0.04.16 Q2kim@newspim.com |
여전채 매입은 당초 계획보다 일주일가량 미뤄져 진행됐다. 채안펀드는 지난 6일 발행사들로부터 여전채 발행 금리, 수량 등 수요를 제출받은 뒤 지난주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었으나 금리에서 의견 차이를 보이며 자금 투입을 보류했다.
채안펀드는 지난 10일 다시 입찰을 진행하고 500억원 미만 규모로 메리츠캐피탈 여전채 매입을 확정했다.
메리츠캐피탈의 신용등급이 A+로 채안펀드의 우선 매입 조건인 AA-보다 낮지만 대주주인 메리츠금융지주의 지급보증을 통해 AA등급으로 발행됐다.
문제는 메리츠캐피탈 여전채 금리에 있어 금융당국과 업계 간 이견이 있다는 점이다.
채안펀드는 메리츠캐피탈 3년 만기 여전채를 연 1.809%로 매입했는데 민간채권평가회사 평균금리(민평금리)보다 6bp(1bp=0.01%p) 높은 수준이다.
업계 쪽에서는 채안펀드의 여전채 매입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이 나온다. 자체 수신기능이 없는 여전사들 입장에서는 여전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데 금리가 높게 책정되면서 자금경색 해소라는 채안펀드 조성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것이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채안펀드 자금이 투입되면서 어느정도 숨통이 트였지만 이번 여전채 금리가 사실상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면서 향후 발행 금리 상승을 유도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당장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공적 자금이 무분별하게 투입된다면 향후 시장 왜곡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역시 "금리 등 발행조건에서 시장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자금 수혈이 긴급한 경우 금리가 높더라도 발행할 수밖에 없다.그렇게라도 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인 상황"이라며 "채안펀드에 민평금리로 매입을 요구하는 것이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논리에 맞지 않아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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