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기존 ‘뉴스테이’ 사업의 보완책으로 인식되던 공공지원 민간임대가 다시 실수요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총 8곳에서 진행된 공공지원 민간임대 단지의 희비를 가른 것은 ‘타이밍’이었다. 임대차2법 이후 주거시장의 불안으로 실수요 일부가 공공지원 민간임대에 흘러들어가면서, 하반기 공급에 나선 단지들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분석이다. 다만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특성상 본질적인 공급대책이 되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기관투자자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형식으로 매수해 무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저렴한 주거를 공급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현행 법제상 초기 임대료의 상한은 주변 시세의 95% 이하다. 특별공급 대상인 신혼부부나 청년 등은 70~85%로 상한이 더 낮다. 연 5% 이하인 임대료 상승률과 8년간의 의무임대기간을 부여해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전세난에 브랜드 공공지원 민간임대 경쟁률 '쑥'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공급된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는 총 8곳이다. 일반 공급 기준 1순위 청약을 마감한 곳은 5곳으로, 이 중 3곳은 ‘국토교통부 시공 평가 능력’ 10위안의 건설사들이 시공한 단지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 역시 대형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올해 분양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 중 시공 능력 평가 10위 안의 건설사들이 공급한 5개 단지들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3.27대 1로, 나머지 비브랜드 건설사들이 공급한 3개 단지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78대 1에 그쳤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청약 성패를 가른 또 다른 변수는 임대차 2법 도입이다. 지난 7월 말 시행된 임대차 2법은 임대료 상승폭을 5%로 제한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기간을 2년 더 부여한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이루어진다.
임대차 2법 도입으로 9월부터 전세가격 상승과 전세 물량 감소 등 주거불안이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 28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 주택시장 동향’을 보면 12월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67.1%로 올해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이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6.1%로 지난 8월의 53.3%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인천 역시 같은 기간 매월 연속 상승해 전세가율이 73.6%에 육박하고 있다. 경기 아파트도 지난달 전세가율인 72.1%보다 0.2%포인트 상승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자연스럽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8월까지 분양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는 4곳이다. 이 중 3월 공급한 ‘개봉역센트레비레우스’와 ‘평택고덕 어울림스퀘어’를 제외한 나머지 두 단지는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지난 5월 분양한 ‘제주연동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하우스 디 어반’은 일반 공급 기준 0.22대 1의 청약 경쟁률을, ‘e편한세상 창원 파크센트럴’은 0.98대 1로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해당 4개 단지들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1.58대 1에 그쳤다.
반면 10월부터 12월까지 분양한 4개 단지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3.84대 1을 기록하고 있다. 10월 분양한 ‘십정2구역 인천 더샵 부평’이 0.61대 1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3곳은 모두 1순위 청약을 마감했다. 특히 11월 분양한 ‘고척 아이파크(RD)’는 447가구 모집에 3164건(일반 공급 기준)이 접수돼 7.07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 달 17일 분양한 ‘힐스테이트 봉담’ 역시 일반 공급 기준 803가구 모집에 4137명이 청약을 신청해 5.1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공지워 민간임대의 청약 문턱이 낮은 점 역시 실수요를 일부 흡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청약통장이 없이 청약이 가능하고 재당첨 제한도 없다. 일반 임대주택과 달리 무주택 세대 구성원도 청약이 가능하고, 거주지 제한 역시 없다. 분양 전환의무도 기간도 일반 공공임대보다 3년 길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수혜 가능성 ↑...공급대책으로는 한계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전세가격 불안이 촉발딘 상황이다. 관련 해결책으로 결국 공급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기존 임대사업자 규제는 유지하되, 공공지원 민간임대 등 뉴스테이 형태를 독려할 수 있다. 단기 공급 목적이라면 물량도 큰 편이고 소형 가구가 많은 도심에 하나의 공급 옵션이 될 수 있어 해당 사업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수도권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대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사업의 착수를 검토하고 있다. 한 건설업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도의 경우 수원 일대 34만㎡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 지구 예정지’로 지정할 방침이다.
함 랩장은 “공공지원 민간임대 유형은 1~2인 가구나 신혼부부 등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다만 아이가 있는 다인가구의 수요를 만족시키에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면서 “시장이 원하는 것은 결국 일반적인 전세 유형이다.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1~2인가구나 청년층에 대한 제한적인 공급원 역할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