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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에겐 그저 '누런 돌덩이'?…金, 지금 사도 될까 [한경우의 케이스스터디]

입력: 2022- 02- 06- 오후 04:30
© Reuters.  버핏에겐 그저 '누런 돌덩이'?…金, 지금 사도 될까 [한경우의 케이스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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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짜로 금을 주겠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영화나 소설 속에선 눈 앞에 금에 현혹돼 결국 목숨을 잃는 등장인물이 심심치 않게 등장할 정도로 금은 ‘탐욕’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이 갖고 싶어 하죠. 전쟁통에도 금만 들고 있으면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금은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힙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정말로 금이 안전자산인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안전자산의 반대인 위험자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주식 가격과 비교해보죠.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당장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나스닥지수와 국제금가격의 일일 변동은 비슷한 방향성을 나타냈습니다. 직전인 지난달 중순까지 나스닥지수가 가파른 조정을 받는 동안 금 가격은 상승했습니다.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2020년 8월6일(온스당 2051.50달러)은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여파로 망가졌던 주식시장이 가파르게 회복하던 중이었습니다. 이날 나스닥지수의 종가(1만1108.07)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이 정점이었던 2020년 3월23일(6860.67) 대비 61.91% 오른 수준이었습니다.

이후로도 주식 시장은 작년 여름까지 사상 최고가 행진을 계속해왔지만, 국제금가격은 작년 3월8일 온스당 1677.70달러로 고점 대비 18.22% 하락했습니다.

대표적인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비교했는데, 왜 이렇게 일관성이 없을까요. 금은 여러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목걸이와 금화, 금 보증서우선 ‘귀금속’이라는 속성이 있습니다. 반지, 목걸이, 팔찌 등 사람의 몸을 꾸미는 장신구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겁니다. 금을 탐욕의 상징으로 만든 속성이기도 하죠. 금을 특히 더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소득 수준 향상으로 금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금 가격이 올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릴 때도 있었죠.

현대에 들어서는 귀금속으로써의 금은 장신구보다는 산업용으로 더 많이 쓰입니다. 과거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자제품 속에 들어 있는 미량의 금을 추출해 모으는 게 사업성이 있다는 내용으로 구성된 뉴스가 기억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을 따로 떼어내 금이 ‘원자재’로서의 속성을 갖는다고 설명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금이 어떤 용도로 실제 사용된다는 측면에서 장신구와 함께 묶어 귀금속(귀한 금속)으로 묶고 넘어가겠습니다.

또 다른 금의 속성은 ‘통화’입니다. 과거에는 금 자체를 동전으로 만들어 쓰기도 했고, 종이 화폐가 개발된 뒤에도 한동안 그 종이화폐의 근거 역할을 하기도 했죠. 다시말해 화폐는 ‘금의 보증서’였던 거죠. 미국이 금을 보유한 만큼만 종이화폐(달러)를 발행하겠다는 ‘금 본위제’가 1971년 폐지된 이후에는 ‘통화는 아니지만 통화의 역할을 한다’는 뜻의 ‘대안통화’로 불리기도 했고요.

모두가 원하며 희소하다는 면에서 귀금속과 같은 면이 있지만,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릅니다.

전설적인 투자자들은 투자자산으로서의 금을 천대하는 발언을 내놓곤 했습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가장 유명합니다. 수 차례나 ‘금 투자 무용론’을 주장했죠. 2008년에 내놓은 “아무런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금에 투자하기보다는 전망 좋은 비즈니스에 투자하겠다”는 발언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됩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사진=로이터

버핏이 금을 싫어한 이유는 그 스스로 어떤 부가가치도 창출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화폐조차도 은행에 맡겨두면 이자가 나오잖아요. 금은 순수하게 가치 저장 수단으로만 기능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금은 매력적인 투자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 번 상승으로 방향을 잡으면 단기간에 큰 수익을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그럼 포기할 수가 없죠. 언제 금으로 큰 수익을 올릴수 있는지를 가늠하기 위해 달러로 표시되는 수치 상의 금 가치를 치솟게 만든, 금 본위제의 붕괴 과정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최강대국 미국이 금본위제 철폐한 이유는…1929년 대공황이 일어나기 전까지 미국은 금 1온스에 20달러까지만 찍을 수 있는 금 본위제 하에 있었습니다. 경기를 부양해야 대공황이 극복되는데, 금 본위제에 묶여 있으니 시중에 화폐를 공급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프랭클린 루즈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은 1930년 자국이 보유한 금 1온스에 35달러까지 찍을 수 있도록 금 본위제를 수정합니다.

그리고 금 1온스에 35달러라는 공식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인 1944년 ‘브레튼 우즈 체제’로 고정됩니다. 어느날 갑자기 정부가 나서서 금 값을 75% 올려준 셈이죠.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른 뒤 미국은 명실상부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최강대국 반열에 오릅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화폐인 달러를 세계의 기준이 되는 화폐, 즉 기축통화로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브레튼 우즈 체제가 그 일환이었죠.

이른바 ‘큰 형님’이 되면 돈 쓸 일이 많아지잖아요. 2차대전 이후 어려워진 ‘아우’ 국가들의 재건도 돕고, 그들이 만든 물건도 사줘서 돈도 벌게 해줘야 했겠죠. 특히 2차대전 직후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진영이 경쟁을 벌일 때라, 미국이 동맹을 상대로 치사한 거래를 하기도 까다로울 때입니다. 미국은 그렇게 무역적자의 늪에 빠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통화당국은 다시 대공황 시절과 비슷한 딜레마에 빠집니다. 무역적자로 달러는 계속 빠져나가는데, 브레튼 우즈 체제에 막혀 돈 나올 구멍은 빤한 거죠. 급기야 1960년대 후반부터 프랑스를 시작으로 “달러를 줄테니 금을 내놔라”라고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미국은 1971년 브레튼 우즈 체제, 즉 금 본위제를 포기하게 됩니다.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역사책에는 이 사건이 ‘닉슨 쇼크’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고삐 풀린 금값 잡은 건 美연준과 ‘성장주’였다닉슨 쇼크로 금 값의 고삐가 풀리게 됩니다. 1980년 1월 금값은 온스당 850달러까지 치솟습니다. 미국의 금 본위제 철폐 전과 비교하면 10년도 안 되는 기간만에 금 값이 24배가량으로 튀어 오른 겁니다.

문제는 금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통화당국 입장에선 발목의 채워진 족쇄 같던 브레튼 우즈 체제가 사라지니 편안하게 달러를 찍어 냈을 겁니다. 이렇게 풀려 나온 달러는 각각 제4차 중동전쟁과 이란 혁명과 맞물려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이어지면서 물가가 치솟게 됩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이 잡히지 않는 물가에 겁을 먹고 과도해 보일 수 있을 정도로 긴축 드라이브를 강화하는 것도 1970년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죠. 폴 볼커 전 연준 의장.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주제에서는 벗어날지 모르지만, 1970년대의 지독한 인플레이션을 극복한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의 이야기가 필요할 듯합니다. 1980년 초에 취임한 볼커 전 의장은 기준금리를 연 18%까지 끌어 올립니다. 경기 침체를 감수하면서까지 물가를 잡겠다고 나선 거죠. 실제로 인플레이션을 잡아내기도 했지만, 수많은 기업들을 도산시킨 볼커 전 의장은 아직도 대표적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꼽히고 있습니다.

물가와 함께 금값도 안정됐죠. 1980~1990년대 금값은 장기 우하향 곡선을 그립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이 형성돼가던 때는 금의 인기가 곤두박질치게 됩니다. 성장 기대감이 큰 정보기술(IT) 기업 주식과 비교하면 금은 그저 ‘누런 돌덩이’처럼 보였던 거죠. 금 값이 작년 8월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하락세를 타는 와중에도 증시는 1년 넘게 최고치 행진을 계속한 것과 비슷하죠.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금값은 다시 한번 상승기류를 탑니다. 2001년 9·11 테러로 인한 경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이 미국의 기준금리를 연 1%대로 끌어 내리면서입니다. 이후 금 가격은 2011년까지 10년 넘는 상승합니다. 금값 고점 만든 양적완화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 잠깐 주춤한 뒤 3년동안 가파르게 올랐죠. 작년 8월의 사상 최고가를 찍기 전의 고점이 2011년 9월5일의 온스당 1900달러입니다.

배경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양적완화’입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시중에서 채권을 사들이면서 현금을 공급하는 통화정책 기법입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가장 핵심적으로 사용된 통화정책 기법이기에 낯설지는 않을 겁니다.

역시 고점을 찍었으면 떨어져야겠죠.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의 규모를 줄여나가는 테이퍼링을 언급한 뒤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을 실행해나가자 금값은 2015년 12월17일 온스당 1049.59달러로 저점을 찍습니다.

금값과 양적완화 사이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 연준이 양적완화에 나선 게 금 가격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에서 통화로서의 속성이 귀금속으로서의 속성을 압도하도록 한 계기였다는 점입니다. 화폐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금의 가치를 믿지 않게 되면 누런 돌덩이에 불과한 것처럼, 달러의 가치를 믿지 않게 되면 역시 ‘종이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경쟁자 가상자산도 등장했는데…금 사야 할까달러에 대한 신뢰 훼손은 금의 경쟁자를 만들어 냈습니다. 바로 가상자산입니다. 가상자산의 시초 격으로 ‘디지털 금’이라고까지 불리는 비트코인은 창시자인 나토시 사카모토가 국가가 마음대로 찍어 내는 화폐에 대한 반발로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뉴스에 등장하던 2010년대 중반에는 라면 한 봉, 햄버거 하나, 피자 한판 정도의 가치에 불과했던 비트코인 한 개의 가격은 현재 수천만원대로 치솟았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각국 정부의 통화 완화 정책이 횡행하면서 가상자산 가격도 덩달아 들썩였죠.

가상자산과 금 중 어떤 게 대안통화로서 더 우월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습니다. 달러에 대항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지이기도 하면서, 대안통화라는 측면에서는 경쟁 관계이니까요.

이미 많은 돈을 번 대부호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립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최고경영자(CEO)는 대표적인 ‘금 예찬론자’입니다. 그는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금이 포트폴리오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반면 신흥 부호들은 가상자산에 더 우호적입니다. 미국의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대표적이죠. 테슬라 (NASDAQ:TSLA) 차량 구매 대금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걸 추진하기도 했을 정도로요. 이외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 역시 가상자산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금이든 비트코인이든 그 자체로 아무런 가치를 만들지 못하는 존재가 자산으로서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이유는 국가가 발행한 화폐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일 겁니다. 경제 분야에 있어 국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비약해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 안 그래도 증가 추세였던 세계 각국의 부채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계기로 더 빠른 속도로 늘었습니다. 부채 한도 만료로 인한 미국 행정부의 셧다운 가능성을 우려하는 소식을 주기적으로 전해 듣기도 이제는 지겨울 지경입니다.

국가 권력이 빚을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겁니다. 심한 비약같지만 사실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보면 연봉 1억원인 사람이 10억원짜리 집을 100% 대출로 산 뒤, 화폐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집 값이 100억원이 되면 10억원의 빚은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을 겁니다. 이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심하다면 연봉 1억원이던 사람의 연봉도 10억원가량으로 늘어 있을 거고요.

어렵게 집을 마련한 소시민이라면 자신의 연봉과 함께 물가도 뛰어주길 기도하는 수 밖에 없지만, 국가권력은 인플레이션을 직접 만들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문제이지만,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물가가 안 올라서 미 연준이 전전긍긍하기도 했었죠.

조금이라도 금을 비롯한 실물 자산을 전체 포트폴리오에 담아 둬서 나쁠 게 없는 이유입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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