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arani Krishnan
Investing.com - 1973년 아랍-이스라엘 분쟁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두 번째 석유 금수 조치를 내린 이후 셰이크 자키 야마니(Sheikh Zaki Yamani)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우리가 석유의 주인”이라고 선언했다.
그 후 유가는 4배나 뛰었고 서방 국가들은 오일쇼크와 인플레이션 상황 속에서 경기 침체를 겪었다. 야마니 사우디 석유장관은 “그 순간이 왔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막강한 영향력을 의기양양하게 언급했다.
그러나 당시 분쟁 및 금수 조치 종료 과정에서 야마니 사우디 석유장관은 미국과의 타협점을 찾았다.
그는 합리적 가격론자가 되어, 고유가는 궁극적으로 수요를 파괴하고 (오늘날 브렌트유가 생산되는) 영국 북해와 같은 곳에서 새로운 탐사 및 생산을 독려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지지했다. 1979년 이란혁명으로 2차 오일쇼크가 발생했을 때 OPEC 산유국 대부분은 원유 판매가를 올렸으나 이미 미국과 가까워졌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야마니 칙령”을 발표하여 사우디아라비아의 유가를 공식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며 원유 수입국들의 고통을 완화해 주었다.
당시 돋보였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민감성과 타협이 지금 상황에서도 유효한지 궁금하다.
한동안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기존 13개 산유국과 러시아가 이끄는 10개 산유국이 모인 OPEC+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야마니 시대의 미덕을 그대로 이어가는 듯 보였다.
현재 책임이 막중한 사우디 에너지장관 자리에 앉아 있는 압둘아지즈 빈 살만(Abdulaziz bin Salman)은 7월 2일 회의에서 “우리는 원유 시장이 통제 불가능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의 의도는 올해 유가가 50% 이상 상승한 이후에 감산량을 2배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늘려야 할 시기라는 것이었다. 애초에는 8월 증산량이 최소 하루 40만 배럴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OPEC+는 하루 550만 배럴까지도 증산할 수 있는데도 원유를 풀지 않고 있다.
그러나 OPEC+ 장관회의가 시작되자 산유국 카르텔 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장 큰 동맹국인 아랍에미리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생각이 달랐다. 아랍에미리트는 원유 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생산 기준을 상향하고자 했고 이를 사우디아라비아가 거절하자 회의는 결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다.
시장이 “잘못된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 OPEC+ 산유국 대표들은 언론에 익명으로 현재 생산량 유지가 지배적인 의견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흘렸다. 이는 7월 수출 쿼터가 8월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역시나 증산은 없었다.
물론, 시장은 회의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어떤 식으로든 원하는 대로 받아들일 권리가 있다. 특히 가장 필요한 시기에 OPEC+의 단합이 강화되지 못한 극적인 상황에서,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긴장 관계는 모두가 구경하는 추한 싸움이 되었다.
결국, 공급이 부족할수록 시장에 좋다는 논리 아래 7년래 최고치인 배럴당 77달러에 육박했던 WTI유 가격은 이틀간 거의 6%나 급락했다. 아랍에미리트가 생산량 제한을 더 이상 존중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원유 공급이 현재 상황과는 정반대로 완전히 풀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똑똑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에게는 바로 코로나19 델타 변이라는 다른 큰 걱정거리도 있었다. (흥미롭게도 델타 변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랍에미리트의 생산 기준을 올리고 싶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원유 거래에서 논리는 쉽게 바뀔 수 있다. 단 48시간 동안 3개월래 최저치로 유가가 떨어지자 저가매수세가 등장했고, 그 이후 이틀간 유가는 대부분 하락폭을 만회했다. 일주일 동안 WTI유는 단 0.6%, 브렌트유는 0.8% 하락했다. 극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정도면 꽤나 완만한 하락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OPEC+는 위기를 벗어난 걸까?
답은, 아직 멀었다.
온라인 브로커 오안다(OANDA)의 미국 리서치 부문 대표인 에드 모야(Ed Moya)는 이번 주 유가 하락은 6주 연속 상승세 이후 나타난 작은 경고음이라고 말했다. 원유 장기 매수자들에게는 무시할 만한 소폭 하락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OPEC+ 내의 더 광범위한 문제, 즉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각자의 입장이 강경하고 나머지 21개국들은 이번 교착 상태가 어떻게 끝날지를 궁금해 하고 있는 이 상황을 트레이더들은 계속 주시하고 있다.
모야는 “에너지 트레이더들은 8월 원유 공급이 어떻게 될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단기 공급의 불확실성은 향후 몇 주간의 원유 부족을 시사하지만, 이런 상황은 OPEC+의 합의 노력에서 비롯되는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도 지금 상황에 조심스럽게 개입했다.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에서 50달러, 60달러 그리고 70달러 이상으로 오르는 동안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던 미국은 지난주 OPEC+ 합의를 통한 원유 추가 공급을 원한다고 말했다. OPEC+를 직접 겨냥한 성명에서 백악관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미국이 회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행정부 관계자들은 산유국 정부와 접촉하여 제안만큼 생산량을 늘리는 타협안 타결을 촉구했다.”
이번 백악관 성명은 금요일 백악관 정기 언론 브리핑에 뒤이어 나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유가 상승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성명은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을 나타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1월 취임 이후 휘발유 가격이 7년래 최고치인 갤런당 3달러를 넘어서자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깨닫기 시작했다.
팬데믹으로부터의 경제 회복과는 별개로, 올해 유가가 상승한 한 가지 이유는 화석 연료와 재생 가능 에너지의 대결 구도를 만든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이다. 결과적으로 시추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원유 생산이 저해되었고 원유량 통제권을 OPEC+에 넘긴 셈이 되었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하여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과연 사우디아라비아가 과거와 같은 아량을 보여줄지가 문제다.
아니면, 비판론자들이 언제 만족할지 모른다고 말하는 OPEC의 탐욕이 승리하게 될까? 유가는 지난해 팬데믹 최저치에서 3배 정도 상승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에리미트와의 회의가 결렬된 이후 원유고시가격(OSP)을 높였다.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지금 원유 시장에서 유리한 부분을 최대한 짜내기 위해서다. 이런 행보는 바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통제할” 책임이 있다고 앞서 언급했던 사우디 에너지장관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도, 아랍에미리트도 원유 생산량 위기 상황이 심각해지도록 오래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국 런던 채텀하우스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프로그램(Middle East and North Africa Programme)의 어소시에이트 펠로우인 아델 하마이지아(Adel Hamaizia)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이견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쪽이 가장 가능성이 높으며, 이 두 국가의 비중이 높은 OPEC 및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와 같은 기관들의 탄력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하마이지아는 “정치적으로 가족, 부족, 비즈니스 관계 등 걸프협력회의 회원국들이 단합할 이유는 많다”고 전했다.
레바논 베이루트 소재 Malcolm H Kerr 카네기 중동 센터의 비상임 펠로우인 Bader Mousa Al-Saif는 다음과 같이 동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두 국가 모두 변하고 있으며 강력한 동맹을 구축했던 지난 시절과 같은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며 “그러나 서로를 떠나 보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가 요약
금요일(9일) WTI유 선물은 2.2% 상승한 74.56달러로 마감되었다. 월요일(6일)에는 2014년 최고치인 76.98달러를 기록했으며 주말 전 마지막 거래인 금요일에는 74.63달러였다. 지난주 동안 WTI유는 0.6% 하락했다.
브렌트유 선물의 금요일 종가는 1.9% 상승한 75.55달러였고 주말 전 마지막 거래가는 75.59달러였다. 지난주 브렌트유는 0.8% 하락했다.
에너지 시장 향후 일정
7월 12일 월요일
Genscape 설문조사를 통한 쿠싱 재고 데이터
7월 13일 화요일
미국석유협회 주간 원유 재고
7월 14일 수요일
미국 에너지정보국 주간 원유 재고
미국 에너지정보국 주간 휘발유 재고
미국 에너지정보국 주간 정제유 재고
7월 15일 목요일
미국 에너지정보국 주간 {ecl-386||천연가스 재고}}
7월 16일 금요일
베이커 휴즈 주간 굴착장비수
금 시장 및 가격 요약
지난 금요일 금 가격은 3주 연속 상승하면서 주요 지지선인 1,800달러를 회복했다. 그러나 금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뜨거운 이슈인 미국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금요일 뉴욕 코멕스 근월물 금 선물 가격은 1.5% 상승한 1,810.60달러였다.
4주 전 2개월래 최저치인 1,761.20달러로 떨어지면서 주간 하락을 기록한 이후, 금 선물은 2.3% 상승했다.
금요일 금 가격 상승은 달러 약세와 채권금리 하락으로 이어진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미국 달러와 국채는 금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온라인 브로커 오안다(OANDA)의 미국 리서치 대표인 에드 모야(Ed Moya)는 “금은 잠정적으로 심리적 지지선인 1,800달러선에서 안정화되고 있으므로 다음주에는 강력하게 반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야는 일반적으로 금은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헤지 수단이지만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이 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투자자들은 화요일 발표 예정인 6월 인플레이션 보고서와 어닝 시즌의 시작을 주시하고 있다”며 전년 대비 5월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이 13년 만의 최고치인 5%였음을 언급했다.
평균적인 금 매수 투자자들은 지난 6개월간 어려운 상황에서도 금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고자 했지만 금에 대한 확신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었다.
금 가격은 지난 1월부터 거친 움직임을 이어갔다. 사실상 지난해 8월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사상 최고치인 2,000달러를 기록한 후 하락하여 횡보세를 유지하다가 코로나 백신의 효능이 발표된 11월부터는 시스템적 어려움으로 급락했다. 어느 순간에 금 가격은 11개월 최저치를 기록하며 1,674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다 금 가격은 오랜 약세를 뚫고 5월에 1,950달러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이때 숏셀링이 시작되면서 1,800달러선으로 물러났으며, 이후 미 연준이 매파적인 입장을 시사한 이후에는 1,700달러 중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연준은 2023년 이전의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팬데믹으로 인해 0%~0.25%로 사실상 제로금리지만 앞으로 0.6%까지 금리가 오르게 된다. 그러나 2020년 3월부터 코로나 위기로 인한 경제 지원을 위해 시작된 1,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에 대한 축소 또는 동결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연준 위원들은 자산 매입 축소 또는 금리 인상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연설을 이어갔다. 일반적으로 테이퍼링 또는 금리 인상에 대한 매파적 연설은 금 가격을 압박한다. 그리고 반대로 비둘기파적 연설은 금 가격을 끌어올린다.
또한 금은 이 모든 전환 과정에서 놀랍게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렸다.
미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측정 수단인 개인 소비지출 물가지수는 5월에 수년간 최고치인 3.4% 상승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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