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의 내용은 상당히 좋습니다. 성장의 질이 좋습니다."
한국은행 조사국 관계자는 지난 25일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3%)가 세계 성장률 전망치(5%)를 밑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국 성장률의 품질은 다른 나라보다 좋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주력기업이 수출을 이끌어가는 데다 설비투자도 좋다"며 "설비투자는 신성장동력 확충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내총생산(GDP)을 갉아먹던 건설투자도 올해는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취업자수·내수 증대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성장의 내용·질'이 좋아졌다고 평가한 배경으로 수출(7.1%)·건설투자(0.8%)·설비투자(5.3%) 증가율이 고르게 개선된 것을 꼽았다. 작년 수출과 건설투자가 각각 -0.5%, -0.1%로 역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선전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설비투자가 늘면서 신성장 동력을 확충한 것'도 성장의 내용·질이 좋아졌다는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에 이견도 적잖다. 성장률이 소득·업종별 양극화로 이어진 만큼 성장의 질이 나빠졌다는 분석도 나오기 때문이다.
한은 조사국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수출·설비투자를 주도하는 것은 반도체 업체다. 사실상 삼성전자다. 성장의 과실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정보기술(IT)업종으로만 몰린다는 뜻이다. 반면 비대면 서비스업 등은 민간소비 침체로 실적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고용을 많이 하는 서비스업이 타격을 입은 탓에 올해 취업자 수는 8만명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작년에 증발한 22만명의 취업자수를 메우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은 경제전망을 보면 '코로나19로 씀씀이 감소→서비스업 실적·고용 부진→가계소득 감소→씀씀이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부 IT업체와 서비스업의 성장 양극화에 이어 소득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 그만큼 성장의 내용·질이 외려 더 나빠졌다는 인식도 있다. 성장의 질에 대한 정의가 다를테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전문가 집단인 한은 조사국이 세심하게 평가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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