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월6일 (로이터) - 일본 정부가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를 쟁점화하며 한일 통화스왑 협상 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현재 한일 통화스왑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는 일단 일본의 협상 중단 발표에 유감을 표명하고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고 사실상 협상 중단을 받아들이며 재협상 요청은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일통화스왑이 체결되지 않아도 크게 아쉬울 게 없기 때문이다. 한 고위 외환당국자는 "통화스왑 중단이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통화스왑은 가용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해 달러 유동성이 부족할 때를 가정한 사전 예방조치다.
미국 금리인상과 대통령 탄핵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지만 한국의 대외신인도는 매우 안정적이다. 자본유출 조짐도 없고 오히려 최근에는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외평채 CDS프리미엄도 40bp 수준에서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3711억달러에 달하고 경상수지는 1000억달러에 육박하는 흑자를 보이고 있다.
한 전직 고위 외환당국자는 로이터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한국은 어찌보면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며 "환율이 오르고 있지만 CDS는 안정적이고 자본유출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고환율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한일통화스왑이 전혀 필요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전직 고위 외환당국자도 통화스왑 자체는 좋은 것이지만 현재 한일 통화스왑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스왑은 많이 체결할 수록 좋고, 최근 급격한 금융 외환시장 변화에 대한 방어체계로 통화스왑을 늘리자는 논의가 있긴 했지만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야 체결될 수 있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한일 통화스왑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이 정치적인 문제로 경제 문제인 통화스왑 협상 중단을 발표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의 고위 외환당국자도 "일본이 정치와 경제를 연관시켜 논의를 중단한 것은 유감스럽다"며 "상황 전개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상황 전개를 지켜본다고 해서 정부가 한일 통화스왑 재협상을 요청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일본의 협상 중단 이유가 국민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사안이고, 경제적으로도 한국이 크게 아쉬운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일본에 재협상을 요청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유감스럽다"고만 답변했다.
(이신형 기자, 편집 장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