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금융권에 디지털 바람이 거세다. 전자문서가 종이를 대체하는 디지털 창구는 물론 점포에 가지 않고 은행업무를 보는 비대면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이런 디지털 혁신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지소프트는 이미지 처리와 디지털 창구 시스템 등 비대면 솔루션(소프트웨어)을 국내 금융업체에 제공한다. 이 분야 1위 기업이다. 대부분의 시중은행과 증권사가 이 회사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정정기 인지소프트 사장
정정기 인지소프트 사장은 29일 “최근 선보인 인공지능 솔루션에 대한 반응이 좋다”며 “내년부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솔루션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이 반응이 좋다고 한 신기술은 광학문자인식(OCR) 솔루션이다. 이미지 시스템의 하나인 이 솔루션은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기술이 녹아 있다. 운전면허증과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인식률을 95%로 종전 대비 10%포인트가량 끌어올려 업무 처리의 정확도와 속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로봇자동화(RPA) 솔루션도 기대주다. 지역 은행 위주로 공급을 시작한 가운데 내년부터 시중은행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정 사장은 “내년엔 RPA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다양한 솔루션을 하나로 묶어 업무 편의성을 더 높인 복합 솔루션을 업계 최초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선행 연구개발(R&D)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게 경쟁력”이라고 했다.
인지소프트 전 직원 90명 중 20명이 R&D 인력이다. R&D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연간 20%에 달한다. 그는 “회사가 30%대 이익률을 낼 수 있는 건 R&D 덕분”이라고 했다. 인지소프트는 올해 매출 약 200억원, 내년에는 250억원가량을 예상하고 있다.
내년엔 코스닥시장 상장도 추진한다. 7월께 시장에서 주식 거래가 시작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인지소프트가 2012년 코스닥 상장 소프트웨어 업체 모바일리더에 인수된 지 9년여 만이다.
인지소프트는 1999년 설립된 소프트웨어업체로 2001년 국내 최초로 이미지 인식 솔루션 아이폼(iForm)을 내놓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성장성을 간파한 모바일리더가 2012년 전격 인수했다. 당시 중소기업청이 인수합병(M&A) 자금 절반을 대는 ‘M&A 매칭펀드’ 1호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정 사장이 2000년 창업한 모바일리더가 자본시장에서 ‘상장 모범생’으로 평가 받는 이유다. 그는 “모바일리더가 상장 자금으로 인지소프트를 인수해 새 성장 동력을 마련했고, 다시 인지소프트가 코스닥 입성을 준비하는 등 상장 자금을 알차게 썼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돈은 큰 투자가 필요한 인공지능 부문과 우수 인력 확보에 활용해 기업 가치를 더 높여나가겠다”고 했다.
모바일리더는 상장 자금 일부를 케이뱅크에도 투자했다. 인지소프트는 최근 외환 송금업체 모인에 투자하는 등 두 회사 모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인지소프트 최대주주는 모바일리더(지분율 80%)이며, 정 사장은 모바일리더의 최대주주(지분율 33%)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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