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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 수락할 듯

입력: 2020- 12- 07- 오전 02:32
© Reuters.  최태원 SK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 수락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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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기로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요청을 수락하는 모양새를 갖춰 이 같은 결정을 공식화할 전망이다.

SK 관계자는 6일 “최 회장이 고심 끝에 차기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기로 했다”며 “이르면 이달 말께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으로부터 지난 8월께 차기 회장직을 권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경제계 관계자는 “SK 측이 이미 인수인계를 일부 하고 있다”며 “그룹 내부에선 부정적 기류가 없지 않지만, 최 회장의 의지가 확고해 발표만 남겨 놓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서울상의는 내년 1월 말, 혹은 2월 초 부회장단 회의에서 차기 회장을 추대하고 2월 말 총회에서 공식 선출할 예정이다.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것이 관례다. 경영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한상의의 위상이 높아진 상황을 고려해 최 회장이 경제계 전반을 아우르며 정부와의 소통 역할을 하기로 했다”며 “주요 대기업에도 이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회장도 최근 각종 행사를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일 최종현학술원과 일본 도쿄대가 연 도쿄포럼에서 그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것이 코로나19 대유행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 것”이라고 했고, 5일 베이징포럼에선 “ESG 가치 창출 기업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경총 목소리 약해지자…

최태원 "기업인으로서 책임 마다하지 않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60·사진)은 재계 ‘맏형’으로 불린다. 실제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최 회장 주도로 올 들어 4대 그룹 총수 모임도 여러 차례 가졌다. 지난달에는 SK가 운영하는 워커힐호텔의 애스턴 하우스에 모였다. 이 모임에선 차기 대한상의 회장 얘기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KS:005930) 현대자동차 (주)LG는 대한상의 회장을 선출하는 서울상의 부회장단에 모두 들어있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기로 한 배경에는 기업 목소리가 정부에 잘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경제계 시각이다. 과거 경제단체는 각자 나름의 역할을 갖고 정부와 긴밀히 소통했다. 대기업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주로 의견을 냈다. 노사 문제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서, 무역관련 애로사항은 한국무역협회를 통해 전달됐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전경련이 사실상 기능을 상실하면서 ‘창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정당하고 합당한 기업 목소리조차 묻히기 일쑤였다. 이른바 ‘규제 3법’ 등 기업 활동에 큰 부담을 주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경제계 우려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경총이 전경련을 대신해 기업 의견을 종종 정부·여당에 전달하긴 했으나 큰 반향은 없었다.

반면 박용만 회장이 2013년부터 이끌어 온 대한상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대기업, 중소기업 등 경제계를 아우르는 경제단체로 부상했다. 전경련을 대체하는 별도 경제단체 설립까지 검토했던 기업들은 대한상의로 의견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최 회장이 자연스럽게 적임자로 꼽혔다. 본인도 “기업인으로서 책임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해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아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확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는 분석도 있다. 최 회장은 기업이 이윤 창출에만 매달리는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SK 임직원들에게도 적극적인 사회문제 해결을 연일 주문한다.

지난 10월 말 최 회장은 “기업도 사회 일원으로 다양성과 공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며 “저 역시 기업인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돌려 놓는 데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말로 재계 관계자들은 이해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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