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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 AI로 기술 평가…'대출 문턱' 낮춘다

입력: 2020- 11- 26- 오전 02:13
© Reuters.  기보, AI로 기술 평가…'대출 문턱' 낮춘다

한국경제신문사와 기술보증기금이 공동 주최한 기술평가세미나가 25일 서울 신도림동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경모 고려대 교수, 성태응 연세대 교수, 우지환 신한은행 수석, 김성태 동의대 교수. 기술보증기금 제공

서울에 있는 한 스타트업은 영상인식 관련 인공지능(AI)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했다. 이 회사의 연매출이 아직 2억원에 불과하고 부채비율도 200%로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보증이 있어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높은 부채비율 탓에 보증기관의 평가등급이 낮게 나오는 사례가 많다.

내년 1월부터는 이런 스타트업도 은행 대출이 가능해진다. 기술보증기금이 AI 기술을 활용한 평가모형인 ‘신(新)기술평가시스템’을 적용해 내년 1월부터 미래 성장 가능성 등급을 매기기로 해서다. 기보가 기술 평가모형을 구축한 2005년 이후 15년 만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다. 기술력 있는 창업기업의 보증 문턱이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부채비율 높아도 대출 가능25일 기보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관한 기술평가세미나가 서울 신도림동 라마다호텔에서 열렸다. 전문가들은 창업기업이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심사 기준이 내년부터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이재식 기보 기술평가부 부부장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내년 1월부터 기술력 있는 저신용 기업에 보증의 문호가 넓어진다”며 “재무구조가 좋지 않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면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되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보는 지난 15년간 쌓아온 71만여 건의 기업 기술평가 데이터에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새로운 기술평가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 모형은 기업의 매출, 부채비율 등을 통한 부실 가능성과 성장 가능성을 결합해 종합 등급을 매겼지만 이 시스템은 미래 성장 가능성 등급과 부실 가능성 등급을 따로 평가한다. 이에 따라 기술력 있는 기업에 대한 맞춤형 정책 지원이 가능해진다.

기보가 평가할 때 활용하던 기업 지표도 기존 45개에서 100여 개로 두 배 이상 많아졌다. 기존에 보지 않던 기술인력의 수준, 기술 수명주기 등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이런 지표 산출엔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동원됐다. 기존에는 보증 기업을 B, BB, BBB, A 등 4개 등급으로 평가했지만 CCC, B, B+에서 A+까지 9개 등급으로 세분화해 평가하는 것도 달라지는 점이다. 이 부부장은 “기술력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별하는 능력이 두 배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럽에 평가모형 수출기보가 새 모형을 적용한 결과 기업의 성장과 부실에 대한 예측 정확도가 68%에서 77%로 9%포인트 높아졌다. 정윤모 기보 이사장은 “기술평가 모형 도입 이후 이렇게 큰 폭의 개선은 없었다”며 “연간 기술보증 사고 발생 금액 가운데 700억원을 아끼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고 말했다.

기보는 유럽에 이 시스템을 전수할 정도로 세계 선두권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유럽형 기술평가모델’ 구축엔 기보 모형이 기술평가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말 구축이 완료되면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을 비롯해 EU 회원국 전체에 이 모형이 적용된다.

이날 세미나에선 세계은행과 EU 회원국의 공동 투자기관인 유럽투자은행(EIB) 고위급 임원들이 축사를 맡아 신기술평가시스템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EIB 관계자는 “유럽의 혁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보 평가시스템을 적용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기술평가모형의 대외 개방 요구에도 적극 대응해 중소기업의 혁신성장 지원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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