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피크오일(석유 생산량이 최고점에 도래하는 시점)’ 논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이젠 석유 수요에 한계가 왔다는 수요 정점이 논란거리다. 일각에선 이미 피크오일이 지났거나 지나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석유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최근 에너지전망 보고서를 통해 세계 석유 수요가 정점을 지났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둔화하고 생활 방식도 바뀌면서 석유 수요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BP는 2019년 석유 수요량이 정점을 기록했다고 봤다. 탄소 중립 등의 움직임이 추가적으로 이뤄질 경우 2050년 석유 소비량은 50~8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공급 측면에서 피크오일 주장은 150여 년 전부터 있었다. 1850년대에 이미 화석연료 고갈론이 등장했다. 187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선 4년 내 고갈을 예상했다. 1909년 미국 연방 지질보고서는 26년 후 석유가 사라진다고 했다. 1956년엔 지질학자인 킹 허버트가 종 모양의 곡선을 그려 보이며 1971년 석유 생산이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일쇼크가 발생해 그의 예측은 적중한 듯했다. 하지만 그 뒤 석유 생산은 오히려 늘었다.
최근 피크오일 논쟁은 다르다. 공급이 아니라 수요 관점으로 바뀌었다. 코로나 사태로 석유 수요 자체가 크게 줄어든 데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다. 수요가 쪼그라들면서 에너지 기업들의 유전 개발 노력도 예전보다 소극적이다. 미국 셰일업체 파슬리에너지의 맷 갤러거 최고경영자(CEO)는 “내 생전 미국이 하루에 원유를 1300만 배럴씩 생산하는 날이 다시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대로 2030년까지 피크오일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2년 하루 원유 수요가 1억 배럴을 넘어서 지난해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개발도상국의 인구구조학적 특징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가 등이 원유 수요를 늘릴 것으로 봤다. 석유 시대의 종언은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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