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어느 봄날의 영국, 농업학교 여교사 수지 휴슨(사진)은 TV 다큐멘터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신을 비롯해 여성들의 필수품인 생리대 제조 과정에 대량의 화학 약품이 사용된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친환경 제품을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해 말 나트라케어라는 친환경 순면 생리대 브랜드를 출시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나트라케어(회사명 바디와이즈)는 한국을 포함해 세계 8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최근 기업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휴슨 바디와이즈 대표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난 30여 년의 여정을 “가시덤불로 뒤덮인 숲길을 맨손으로 헤쳐나온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바디와이즈가 펄프 가공 과정에서 염소 표백을 하지 않고도 제품의 편의성과 기능 측면에서 뒤지지 않는 천연 생리용품을 내놓자 거대 글로벌 위생용품 업체들의 집요한 공격이 시작됐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거대 기업을 대변하는 변호사들의 협박과 비난이 계속됐고, 환경 유해성과 관련한 진실을 감추려는 시도도 있었다”며 “환경과 여성 건강에 대한 굳은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위협에 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요즘 세대는 휴슨 대표와 같은 험난한 여정을 겪을 필요가 없다. 친환경 제품이 아니면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휴슨 대표는 “나트라케어가 깨끗하게 치워놓은 마당에서 여러 친환경 위생용품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ESG 정책은 선언만으로는 지키기 어렵고 끊임없이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이 창업 철학을 지켜나가면 상업적인 성공이 자연스럽게 보상으로 따라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바디와이즈는 최근 이익을 사회와 공유하는 캠페인도 열고 있다. 창립 30주년인 지난해부터 매년 전체 매출의 1%를 환경·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지구를 위한 1%’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연구하는 글로벌 비영리단체인 윤리적기업협회는 나트라케어를 생리대 부문에서 100점 만점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2017년 생리대에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사용되고 있다는 논란을 계기로 나트라케어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휴슨 대표는 “나트라케어는 국제 환경단체와 연대해 이 문제를 오랫동안 제기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트라케어 제품을 조사한 것에 대해선 “단순 행정상 오류로 곧 바로잡았는데 나트라케어 생리대에 사용된 접착제의 안전성 문제로 비화돼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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