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월6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이달 중순쯤 예상되는 미국 재무부 반기 환율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두 달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9월말 외환보유액이 3777억7천만달러로 전월말 대비 23억1천만달러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에도 외환보유액은 41억달러 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한은은 이에 대해 외화자산 운용 수익과 기타통화 표시 외환자산의 미달러화 환산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참가자들은 7-8월중 달러/원 환율이 아래로 급하게 하강하며 연저점을 기록하는 동안 당국이 시장에 개입한 여파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사상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액이 돋보이는 것은 미국 환율 보고서 발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미국 환율 보고서는 단연 이달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꼽는 주요 변수 중 하나다.
지난 4월에 발표된 상반기 보고서에서 한국은 중국, 일본, 대만과 함께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미국 재무부는 아울러 이들 국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도 함께 언급했다.
여기서 관찰대상국이란 미국이 정하는 심층 분석 대상국 기준인 △ 연간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상회 △ 8개월 이상 GDP의 2%를 초과하는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통화절하 유도라는 세가지 항목 중 두가지 이상에 해당되는 국가를 말한다.
이중 한국은 마지막 외환시장 개입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환율 조작국 지정을 피할 수 있었다. 이는 이번 하반기 보고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NZ가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 미국 환율 보고서에서 중국과 더불어 한국은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위험이 적다고 진단했다.
ANZ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대미 무역 흑자가 300억달러 수준이고 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이 7.7%로 2가지 조건은 충족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ANZ는 GDP 대비 시장 순매수 개입을 -0.2%로 추산해 한국이 세번째 요건에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 진단했다.
연초 외환당국의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이 있었던 터라 일방적인 원화 약세를 유도한 개입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데다 원화는 올들어 달러 대비 5% 이상 강세를 기록해 아시아 통화중 절상 기준으로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이 이번 하반기 미국 환율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으로지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층 고조된 보호무역주의 분위기 속에서 발표되는 하반기 환율 보고서에 대한 리스크를 간과할 수는 없겠다.
하나금융투자의 김두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환율 보고서를 시장의 흔들림을 이끌 수 있는 재료로 언급하면서 "여전히 미국 기업들에게 강달러는 잠재적 위험이다. 9월 ISM 제조업 지수가 신규수주를 확대하며 견고함을 보였지만 재고투자에 대한 확신은 그리 높지 않다"면서 "상반기보다 더 주변국 환율 제재를 높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예나 기자;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