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8월31일 (로이터) - 마이너스 금리라는 생소한 시대에 필요한 수준보다 1조유로(미화 1조1300억달러) 이상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는 것은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유로존 은행들은 (마이너스 금리 때문에) 자신들의 수익을 더 많이 잠식하고 옛날 방식의 영업 모델을 포기하도록 만들고 있는 수수료를 납부하면서도 조만간 유럽중앙은행(ECB)에 정확히 이 정도 규모의 현금을 쌓아두게 될 것이다.
ECB는 은행들이 현금 비축을 중단하고 대출을 확대하게 만듦으로써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상승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2014년 은행들의 과도한 현금에 대한 수수료를 도입했다.
하지만 계속 늘어나고 있는 은행권의 현금 대부분은 ECB로부터 나오고 있다. ECB는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매월 800억유로의 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ECB가 새로 발행한 화폐는 궁극적으로는 누군가의 은행 계좌에 들어가 은행 시스템에 묶이게 되고 결국 유동성 잉여를 초래하는 데 기여한다.
ECB 데이터를 사용한 로이터 계산에 따르면 마이너스 금리는 2014년 이후 은행들에 26억유로의 비용 부담을 안겨줬다.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에 따르는 수수료를 예금주들에게 전가하기를 꺼려한다는 것은 은행들의 마진이 축소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충격 대처 능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스코프 레이팅스의 디렉터 마르코 트로이아노는 "은행들은 예금주들에 지급하는 혜택을 삭감하는 것으로는 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없다. 때문에 은행들의 마진은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은 비용을 줄이고 수수료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할 경우 고객들을 잃게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은행들은 한때 수수료가 금기시됐던 시장의 기본적 서비스에 대해 이미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도이체방크 DBKGn.DE 의 계열사인 독일 포스트방크는 최근 수백만 고객들에 제공했던 무료 당좌예금(current account)을 폐지했다.
분데스방크의 안드레아스 돔브레 이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은행들이 이자 마진을 얻지 못하는 경우 은행 서비스가 무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몇몇 유럽 은행들은 이미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예금에 일정 퍼센티지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또 바바리아 알프스의 한 소규모 협동조합 은행은 부유한 소매 고객들을 겨냥한 수수료를 도입했다.
하지만 예금 금리가 현재 수준, 또는 마이너스 영역으로 더 내려갈 경우 앞으로 보다 급진적인 조치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ECB에 지불해야될) 벌금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물리적으로 비축하는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이냐에 의문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영란은행(BOE)의 일부 연구 보고서는 금리가 ECB의 현재 예금금리 보다 불과 10bps 낮은 마이너스 0.5%를 이 같은 고통 감수의 한계점으로 제시한다.
ECB가 금년 초 500유로 지폐를 폐지하는 계획을 공개했을 때 독일에서 대중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많은 독일인들은 500유로 지폐 폐지를 자신들의 현금 비축 능력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했다.
도이체방크 분석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 은행들이 유로존 잉여 유동성의 2/3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이탈리아와 스페인 은행들은 과잉 유동성이 거의 없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 같은 패턴을 설명하기 위해 몇가지 가설을 만들었다. 다른 유로존 국가에 대한 독일의 강력한 수출, 금융 브로커로서 독일과 프랑스 은행들의 지배적 역할, 유로존에서 자금을 보관하기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독일과 프랑스의 국가적 위상이 바로 그 가설들이다.
결국 대부분의 설명은 프랑스와 독일 두 나라가 다른 유로존 회원국들에 비해 우월한 경제적 체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과 연관돼 있다.
이는 현금을 빨아들이는 자석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은행간 대출 수익이 상당 부분 마이너스라는 점과 맞물려 양국 은행들의 금고 유지 비용을 계속 고통스러울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묶어두는 데 기여하고 있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