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뉴스핌]김나래 특파원= 국제 유가가 마이너스(-) 충격이 지속되고 있다. 가장 거래가 많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6월물)의 가격은 하루에만 40% 폭락했고, 영국 북해 브렌트유 선물까지 25% 가까이 밀려 배럴당 20달러선이 붕괴됐다.
21일(현지시간) WTI 6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8.86달러(43.4%) 추락한 배럴당 11.57달러로 체결됐다. CNBC에 따르면 6월물이 근월물로 바뀌면서 6월물이 가장 거래가 많은 선물이기 때문에 미국의 유가를 좀 더 정확하게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가치가 '제로'(0)로 떨어진 원유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만, 이날 만기가 도래한 5월물은 가까스로 플러스(+) 전환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5월물은 전날 -37.63달러에서 이날 +10.01달러로 올랐다. 하지만 5월물은 이날 만기일이기 때문에 실수요자 외에는 없고, 현물이고 선물거래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마이너스 유가의 충격은 브렌트유 선물 시장에서도 계속됐다. 브렌트유 6월물은 6.24달러(24%) 급락한 배럴당 19.33달러로 체결돼 20달러가 무너졌다.
전날 '마이너스 유가'는 글로벌 수요 급감이 현실화한 가운데 만기일 이벤트가 공급 과잉과 겹쳐 가격 왜곡이 일어났던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국가 간, 국가 내 이동 제한 국면에서 공급 과잉으로 인한 원유 비축 공간 부족이 현실화하면서 유가 폭락이 '일시 이벤트'가 아니라는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유 시장 격변은 코로나19 확산을 멈추기 위한 정부발 제재가 석유 수요에 미친 엄청난 타격을 보여줬다"라며 "세계적으로 석유를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군소한 산유국들이 나섰지만 마이너스 유가의 공포는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석유업계를 지원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묘수가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긴급 화상회의를 가졌지만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불참했다.
다음달부터 일평균 1000만배럴에 가까운 감산이 시작되도 유가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씨티그룹은 "5월 1일 대규모 감산이 시작되더라도 공급과 재고가 줄려면 하반기는 되어야 가능하다"며 "앞으로 4~6주 동안 원유 저장공간의 부족은 극심해지며 유가는 진폭을 넓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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