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이미지컷으로 기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픽사베이
[인포스탁데일리=특별취재팀] 한화그룹 내에서 디자인과 인테리어 등 각종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는 50~60대 한 여성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웬디 리’ 혹은 이 선생님‘으로 불리는 이 여성은 정식 계약이나 인사발령 또는 직함이 없어 존재 여부를 두고 그룹 내에서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특히 이 여성은 단순한 자문역을 넘어 한화그룹은 물론 전 계열사까지 다니며 각종 디자인 업무와 관련해 직접 지시를 내리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인포스탁데일리가 취재한 결과 웬디 리나 이 선생으로 불리는 이모씨는 한화그룹 갤러리아 디자인 사업본부를 통해 그룹 전체에 각종 디자인과 관련한 업무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의 업무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디자인사업본부 임직원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고 지시를 받은 직원들 갤러리아 백화점은 물론 호텔, 그룹 전체 계열사까지 다니며 각종 인테리어, 매장의 디스플레이 모습, 심지어 고정 조형물 등의 사소한 것까지 보고 했다.
보고는 매주 목요일 12시를 기점으로 전화나 문자메시지, 카카오 톡 등의 SNS 등으로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조명이나 인테리아, 심지어 매장 등에 비치한 디스플레이 등을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한화그룹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이 모씨가 갤러리아 임직원들에게 직접 지시해 각종 매장의 인테리어를 파악하고 사진을 찍어 보고하도록 했다”며 “이씨는 보고받은 것을 토대로 수정 지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인포스탁데일리는 지난 6월 이 여성의 존재에 대해 제보를 받고 취재를 시작했다. 하지만 취재를 시작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당시 취재에서는 이 씨는 각종 매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점검을 하는 등 고위임원처럼 행동했다.
이 씨는 올해 초부터 한화63스퀘어, 아쿠아플라넷63, 더플라자호텔 등 그룹 내 계열사 직원들을 대동하고 각 매장 점검에 나서는 등 실질적인 디자인 총괄 역할을 자처했다.
인포스탁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웬디 리'의 한화 그룹계열사 내 디자인 업무 점검일정표를 재구성한 자료.(사진=인포스탁데일리)
인포스탁데일리가 입수한 문건(사진ㆍ입수문건 재구성)을 보면 상당히 구체적으로 개입한 흔적들이 있다. 이 씨는 그동안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투숙하며 오전에는 호텔 객실과 연회장을 돌아봤고 상품진열장 등을 점검했다. 오후에는 식음업장을 살펴봤다.
디자인 총괄이라면 당연하게 각종 업무에 개입할 수 있겠지만 이씨는 직함도 직책까지 아무 것도 없는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이씨에 대해 알려진 것은 자문, 디자인총괄, 디자인 자문 정도며 공식적인 직함이나 직책은 없다.
문제는 이 씨가 이같은 업무에 개입하면서도 그가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등과 관련한 자격증 등을 보유하거나 관련 공부를 마친 인물인지도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화그룹 내에서는 이씨에 대해 자격 여부가 불분명하고 직책이나 권한도 없이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는 점을 두고 불만도 여러 차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이 씨에 대한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회사내에서는 디자인 자문역으로서 탁월한 능력이 그룹 전체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식 직책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직원 자격이 아닌 외부전문가로서 외부의 시각으로 자문해주고 있다”면서 “일종의 컨설팅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실제 국내10대 그룹을 살펴본 결과, 디자인 자문이나 고문 등 외부전문가들은 회사에서 정식 직함을 받고 활동 중이지만 임직원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거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또 직접 인테리어에 개입한다 하더라도 임직원과 합의된 공식적인 절차를 밟는다.
실제 인포스탁데일리가 확인한 A그룹과 B그룹의 디자인 관련 외부전문가 활동을 보면, 분기별로 혹은 비정기적으로 회사가 요청한 보고서 형태로만 제출한다. 보고서는 A그룹이 추진하는 디자인사업에 한정해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씨가 한 부서 직원들에게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 것은 사실상 부서장이나 다름없는 행위”라며 “뛰어난 전문가라면 직함을 달고 각종 디자인사업에 지시를 내리거나 개입하면 될 것을 자신을 숨겨서까지 디자인 사업에 개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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