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청년 SW아카데미 2기 입학생들이 1일 서울 역삼동 멀티캠퍼스에서 1기 학생들이 만든 홈페이지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부화까지 50걸음 남았습니다.”
1일 서울 역삼동 멀티캠퍼스 로비. 이곳에 전시된 삼성전자 스마트워치 갤럭시 기어 화면에는 부화를 앞둔 알 이미지와 함께 이런 멘트가 나왔다. 헬스케어 프로그램과 연동해 자신이 걸은 만큼 디지털 애완동물이 성장하도록 만든 ‘피티몬’이라는 앱(응용프로그램)이다. 이 앱은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1기 입학생 5명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우수 학생으로 선발돼 3주간 우크라니아 삼성 연구소를 방문한 이들은 현지 멘토들의 도움을 받아 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성과 내는 삼성 SW아카데미
삼성전자가 지난해 청년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가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자바, 파이썬 등 프로그래밍 언어를 습득한 학생들은 6개월 만에 앱을 개발하는 등 예상밖의 성과를 이뤘다. 높은 취업 시장의 문턱도 가뿐하게 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입학한 1기 학생 500명 중 112명이 6개월 만에 취업에 성공해 ‘조기 졸업’했다. 이 중 23명은 삼성전자에 취업했다.
이날 서울 대전 광주 구미 등 4개 캠퍼스에는 총 500명의 신입생이 2기로 입학했다. ‘기업 면접보다 뚫기 어렵다’는 소프트웨어 적성 진단 테스트와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된 학생들이었다. ‘1기 선배’로서 강연 무대에 선 조동희 씨(25)는 서울과학기술대 IT미디어공학부를 졸업하고 아카데미를 거쳐 삼성전자에 취업했다. 그는 “졸업 후 수차례 실패 경험이 있었기에 제가 바로 취업할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다”며 “남아서 야간 자율학습까지 하며 수업을 충실히 따라간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규 수업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8시간이었지만, 아카데미 측은 학생들의 요청으로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도 공간을 개방했다고 한다. 전문 취업 상담사들과 모의 면접을 하고, 면접 장면을 녹화해 피드백을 받는 1 대 1 멘토링도 진행했다. 2기 때부터는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두뇌 역할을 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 반도체, 자율주행차 등에 활용하기 위해 ‘임베디드 분야’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새로 개설한다.
○비전공자 비중 30%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자 소프트웨어 인재에 목말라 있던 기업 인사팀에서 먼저 이곳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관련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직접 찾아와 기업설명회까지 자처했다. ‘배달의민족’의 우아한형제들, SK실트론, 효성ITX 등은 아카데미에서 직접 기업설명회를 열었고, 한국IBM 등은 학생들을 초청해 기업 탐방 기회를 제공했다.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지만 문과생에게도 기회의 문은 열려 있다. 입학생의 30%가량이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다.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김현지 씨(27)는 “인문학도로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5년간 ‘소프트웨어 전사’를 1만 명까지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지 않고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매달 100만원의 교육지원비도 지급한다. 대기업이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경우는 있지만 지원금까지 지급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5년간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데 4996억원을 투자한다. 교육생 한 명당 5000만원꼴이다. 삼성 관계자는 “1기 아카데미가 끝나는 12월 이전에 남은 교육생도 모두 취업에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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