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완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무역전쟁 심화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다시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 중국 등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환율 조작’이라며 이에 대응해 Fed가 금리를 낮출 것을 또다시 요구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18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연례포럼에서 “경기 상황이 몇 달 내에 더 악화된다면 ECB는 추가적 경기 부양책을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 추가 부양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라기 총재는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몇 주간 심사숙고할 예정”이라며 금리 인하와 추가 자산매입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ECB가 지난 6일 제로(0) 수준인 기준금리를 6개월 연장하기로 한 만큼 국채 매입 등 양적완화 조치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유로존의 증시는 급등하고 유로는 달러에 대해 한때 0.5% 하락(가치는 상승)하기도 했다. 세계 채권시장에선 랠리가 벌어졌다. 독일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연 -0.32%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고, 프랑스 국채 10년물은 사상 처음 마이너스대로 추락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장중 연 2.03%까지 낮아졌다.
Fed도 조만간 금리 인하가 유력하다. 올 들어 계속해서 ‘금리 동결’ 신호를 보내왔던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4일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기조 변화를 시사했다. 월가는 Fed가 이달엔 동결하되 이르면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속속 완화적 기조로 돌아섰다. 지난달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필리핀 중앙은행이 줄줄이 기준금리를 낮췄으며 이달엔 인도, 호주, 러시아가 금리를 인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트위터를 통해 ECB를 공격했다. 그는 “드라기 총재가 추가 부양책을 언급해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렸다”며 “이를 통해 미국과 경쟁하는 게 부당하게도 더 쉬워졌다”고 비판했다. 또 “유럽은 중국과 함께 이런 짓을 오랜 기간 해왔다”며 “이는 미국에 매우 불공평하다”고 공격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유럽을 상대로도 환율전쟁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드라기 총재는 ECB는 환율을 정책의 목표로 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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