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한빛테크랩 사장이 서울 문래동 공장에서 잡초킬러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이승준 한빛테크랩 사장은 ‘문래동 아이디어맨’이다. 그동안 8가지 제품을 개발했다. 그의 메모장에는 80여 가지 아이디어 제품이 적혀 있다. 최근엔 허리를 굽히지 않고 간단히 잡초를 제거할 수 있는 ‘잡초킬러’를 선보였다. 기업인의 개발 스토리를 들어봤다.
서울 문래동 4가의 한빛테크랩(사장 이승준·56). 작은 공장이 밀집한 곳이다. 30여㎡ 규모의 공장 안으로 들어서면 선반 밀링 등이 놓여 있다. 벽 한쪽엔 등산스틱처럼 생긴 제품이 있다. 잡초를 뿌리까지 제거하는 신제품이다. 공식명칭은 ‘포인트 어 위더(point a weeder)’다. 일명 ‘잡초킬러’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나 정원을 가꾸는 사람에겐 잡초가 성가신 존재다. 허리나 무릎을 굽혀 일일이 제거하려면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얼마 지나면 또다시 나타난다. 뿌리까지 완전해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잡초킬러는 잡초를 2~3초 안에 뿌리까지 갈아 없애는 장비다. 허리나 무릎을 구부릴 필요도 없다. 끝부분에 전동드릴을 연결한 뒤 잡초 위에 놓고 작동시키면 아래쪽에 삼지창 같은 지지대 안에 있는 칼날이 고속 회전하며 잡초를 순식간에 갈아버린다. 칼날은 쇠를 깎을 때 쓰는 특수강으로 만들었다. 자체 길이는 66㎝, 무게는 700g 수준이다.
이승준 사장은 “주말에는 작은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데 잡초를 제거하는 게 가장 힘들다”며 “이를 뿌리까지 없애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올 상반기 두 곳의 전시회에 출품해 유럽과 미주 시장을 뚫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이 사장은 발명에 특기가 있다. 그의 휴대폰 속 메모장에는 80여 가지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빼곡히 적혀 있다. 이미 개발한 제품만 해도 여덟 가지에 이른다. 그중에는 매트리스가 전후·좌우·상하로 움직이는 욕창방지침대, 태권도 발차기 연습용 이동식 타깃, 타는 것을 막는 회전식 고기 굽는 장치 등이 들어 있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완제품으로 출시하지는 못했다. 일부 제품은 특허권을 타인에게 넘겼다.
완제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은 잡초킬러가 처음이다. 그의 본업은 선반과 밀링으로 금속을 가공하는 일이다. 공조기기나 원자력발전기기의 부품, 백화점 명품관의 고급 인테리어 매장 부품 등을 제작한다. 신제품 설계도나 스케치를 들고 오면 제품으로 만들어 준다. 대학과 연구소 기업 등이 그의 주된 고객이다. 그의 명함에 새겨진 ‘시제품 개발에 최적화된 기업’이라는 문구는 이를 설명하는 말이다.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은 30년에 이르는 현장 경험 덕분이다. 충북 제천 출신으로 20대부터 형님이 운영하는 서울 성산동 금속가공공장에서 기술을 배웠다. 30대 초반에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때마침 문래동에 작은 공장이 매물로 나온 것을 알고 이를 인수해 이 동네에서 25년째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장은 “과거엔 임가공업의 마진이 괜찮았는데 갈수록 줄고 있다”며 “10여 년 전부터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나만의 제품’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상호를 한빛정밀에서 한빛테크랩으로 바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문래동의 금속장인들은 각각의 주특기가 있다”며 “이들이 협업을 하면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데 이곳엔 공동 작업공간이 없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사장은 “선반 밀링 프레스 등 각 분야의 장인과 전자 전기 분야의 기술자들이 한곳에서 함께 일하면 고부가가치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관계당국이 이런 점을 고려해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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