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무역 협상이 결렬될 일촉즉발의 상황에 중국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미국이 주장하는 통상 시스템의 개혁과 관세 인상 가운데 한 가지를 택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에 내몰린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블룸버그] |
8일(현지시각) 구조적 개혁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협상 위기를 일으켰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날 미국 CNBC는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3일 밤 중국이 무역 협상 합의문에서 법 개정과 관련된 부분을 삭제한 문건을 전달했고,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하며 관세 인상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총 150페이지 분량의 합의문 초안은 7개 챕터로 구성됐고, 중국 측이 전달한 문건에는 지적재산권과 IT 기술 강제 이전, 환율 정책, 금융시장 개방, 무역 기밀 보호, 보조금을 포함한 불공정한 통상 정책 등 모든 항목의 법안 개혁에 대한 기존의 약속이 삭제돼 있었다.
이는 앞서 블룸버그가 중국이 법 개정에 반기를 들면서 협상이 좌초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한 것이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의 약속 불이행을 지적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와 같은 맥락으로, 보다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언에 중국 외교부의 겅솽 대변인은 협상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마찰이라고 밝혔지만 실상 비관세 부문의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이와 관련,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일차적으로 통상 시스템 개혁에 대한 합의 내용을 공식 문서에 명시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양국이 충돌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합의문에 기록하기 싫어하는 반면 미국 측은 구두 합의만으로는 협상 타결이 불가능하다며 맞서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1일 이후 협상이 진전을 이루는 과정에 중국의 합의 사항 강제 이행 방안은 미국 정책자들에게 가장 커다란 난제로 꼽혔다. 합의문에 모든 내용을 명시하더라도 중국의 실제 이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 정책자와 경제 석학들 사이에 번진 통상 시스템 개혁에 대한 비판론이 협상 결렬 위기를 부추기는 상황이라고 SCMP는 강조했다.
중국 지도부의 자문관으로 활동 중인 중국사회과학원의 한 교수는 전략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폐지를 포함한 시스템 개혁이 중국의 경제 성장 모델을 뿌리부터 흔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불만을 모두 수용해 관련 법안을 수정하는 것은 중국의 중장기 경제 성장을 통째로 위험에 빠뜨리는 ‘자살 행위’에 해당하며, 차라리 관세 인상을 감내하는 쪽이 중국에 유리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실제로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미국의 관세 인상에도 올해 6.0~6.5%의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터슨 연구소는 경기 부양책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중국 정부가 관세 인상에 따른 충격에 지난해만큼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는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관세 충격을 과소평가 했다가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다.
UBS는 미국이 지난해 관세를 적용하지 않은 325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도입하면 중국 경제 성장률이 예상치에서 최대 2.0% 후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클레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등 월가의 주요 IB들 역시 관세로 인한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는 한편 추가 부양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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