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 거래에 자금을 대는 국내 인수금융 시장 규모가 2018년 15조7340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7년(12조9194억원)에 비해 21% 커졌다. ADT캡스, SK해운(사진) 등 조(兆) 단위의 대형 M&A가 많았고, 금리 인상을 앞둔 가운데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대거 기존 M&A에 대한 리파이낸싱(차입금 재조달)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인수금융 실적 상위를 미래에셋대우(1위), NH투자증권(2위), 한국투자증권(3위) 등 증권사들이 ‘싹쓸이’한 것도 특징이다.
1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의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18년 신규 M&A를 위한 인수금융 규모는 7조2658억원(31건)으로 전체의 47.2%였다.
SK텔레콤-맥쿼리 컨소시엄의 ADT캡스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이 가장 큰 규모의 인수금융 거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총인수금액 2조9700억원 중 1조9000억원을 조달했다. 가장 많은 7551억원을 책임진 KB증권을 비롯해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우리은행 등이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투자에 참여한 기관투자가 수가 45개에 달했다.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SK해운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8500억원을 금융권에서 빌렸다. NH투자증권(5500억원)을 비롯해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등이 자금조달을 주관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LS오토모티브 및 LS엠트론 동박·박막사업부 인수금융 거래(7180억원)는 국민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이 맡았다. 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 인수를 위해 6000억원을 조달했다.
기존 M&A에 대한 리파이낸싱은 45건, 8조4682억원으로 전체의 53.8%에 달했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최대주주였던 MBK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진행한 자금 재조달이 가장 규모가 컸다. 총 1조1500억원을 미래에셋대우와 국민은행, 삼성증권 등이 주선했다. 인수금융 주관단 수와 투자에 참여한 기관 수(15개)도 많았다. MBK파트너스는 또 2016년 인수한 두산공작기계 실적이 개선되자 배당재원 마련을 위해 1조원을 새로 빌려 차입구조를 바꿨다.
업체별로는 2017년 종합 1위를 차지한 미래에셋대우가 2018년에도 1위를 지켰다. 14건, 2조2108억원의 인수금융을 주선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오렌지라이프, 쌍용양회, 한라시멘트 등 대형 리파이낸싱 대부분에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2위는 NH투자증권이 차지했다. 실적은 8건, 1조6115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해운 인수금융(5500억원)을 비롯해 박현종 BHC 회장 컨소시엄의 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리미티드(FSA) M&A 인수금융(3200억원) 등 지난해 12월 막판에 실적을 끌어올렸다. 3위에 오른 한국투자증권은 16건, 1조4392억원을 기록했다. CJ헬스케어, ADT캡스 등 대형 M&A에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4~6위를 차지한 우리은행, KB증권, 신한은행이 각각 1조1910억원(15건), 1조646억원(5건), 1조120억원(9건)의 실적을 기록하며 모두 1조원을 넘겼다. 국민은행, 삼성증권,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가 7~10위를 기록했다.
현대차증권(11위)은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 국내 유일의 인수금융 주관사로 나섰다. 이 건으로만 5611억원의 실적을 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시중금리가 올라가기 전후 대형 리파이낸싱이 인수금융 시장 외형을 키웠다”며 “향후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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