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9월19일 (로이터) - 국제유가가 18일(현지시간) 1% 이상 상승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이란의 석유공급 감소분을 메울 수 있을 정도로 증산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조짐이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현 수준에 가까운 유가 목표를 원한다는 신호를 내보냈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 경질유(WTI)는 94센트, 1.4% 오른 배럴당 69.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98센트, 1.3% 상승한 배럴당 79.03달러로 마쳤다.
OPEC과 비(非)OPEC 산유국들은 오는 23일 모여 감산합의 이행률에 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복수의 OPEC 소식통들은 즉각적인 조치는 계획된 바 없으며, 산유국들은 종전에 합의된 증산량을 어떻게 배분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로이터에게 말했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가 익명을 요구한 사우디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사우디는 최소한 단기적 시점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블룸버그는 사우디에게 유가를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생각은 없지만, 조만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의 석유분야까지 포함하는 미국의 제재는 오는 11월4일부터 발효된다.
종전에는 사우디가 현재로서는 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 범위 내에 머무르길 바라고 있다고 로이터가 보도한 바 있다. 사우디는 수익 최대화와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의 유가 제한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반면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현 수준인 배럴당 70~80달러 유가는 왜곡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배럴당 약 50달러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릭 페리 미국 에너지장관은 이란 추가제재가 시행되더라도 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지 않는다며 사우디의 산유량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위험도 이날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의 군용기가 시리아 방공시스템에 격추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근처에 있던 이스라엘 전투기가 러시아 군용기를 위험지역에 빠뜨려 간접적으로 사태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스라엘에게 시리아 내 자국 군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할 것이라 말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주(~14일) 미국의 원유재고는 예상과 달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석유협회(API)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는 120만배럴 증가한 3억9710만배럴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270만배럴 감소를 예상했다.
유가의 장기 전망은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고조돼 원유 수요의 앞날에 먹구름이 낀 여파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 600억달러 규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 규모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전일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으로 평가받는 국가 중 하나다.
관세조치는 미국과 중국 모두의 경제활동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인터팩스 에너지의 아비셰크 쿠마르 수석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가는 위협은 중국 시장 내 미국산 원유 및 정유제품의 경쟁력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 에너지분야에 대한 중국의 투자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