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8월13일 (로이터) - 10일(현지시간)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1년여래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해 광범위한 위험회피 거래가 발생한 영향이다. 투자자들은 터키발 악재가 유럽 은행에 타격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뉴욕장 후반 유로/달러는 1.15% 내린 1.1393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다. 유로/엔은 1.56% 내려 2개월여래 최저치인 126.03엔을 나타냈다.
웨스트팩뱅킹코프의 리처드 프라눌로비치 외환전략부문 헤드는 "유로화 가치 급락세가 나타났고, 기술적으로 중요한 레벨이 붕괴됐다"고 말했다.
이날 달러/엔은 0.41% 내린 110.62엔에 거래됐고,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0.78% 오른 96.25를 기록했다.
달러/터키 리라는 14.97% 급등한 6.3706리라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6.8010리라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통화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 터키와 미국의 관계 악화 등 악재의 여파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영향이다.
유로화는 파이낸셜타임즈(FT) 보도의 여파로 약세를 나타냈다. FT는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일부 은행들, 특히 스페인의 BBVA, 이탈리아의 우니크레디트, 프랑스의 BNP파리바에 대해 우려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이 은행들은 유로존 내에서 터키와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을 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두 배로 늘리는 안을 승인했다고 말하자, 유로화와 리라화의 가치는 더 크게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지금 이 시점에서는 터키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불틱LLC의 그레건 앤더슨 거시경제부문 전략가는 터키 위험 노출도가 유럽 은행들의 재무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투자자들이 유럽은행에 넣은 자금을 빼내 미국으로 옮기는 등 유럽 전역에 도미노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달러화 강세가 관측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 국민들에게 금과 달러화를 리라로 환전하라고 말했다. 그는 급락중인 터키 리라화의 위기를 경제적 적들과 싸우는 '국가적 전투'라고 불렀다.
프라눌로비치 헤드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과의 갈등을 미봉하는 메세지 대신 미국에 맞서는 어조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안전자산에 몰리면서, 원자재통화들도 압력을 받았다. 호주 달러/달러는 1% 이상 내린 0.7278달러에 거래됐다.
한편 미국 노동부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7월 중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대비 0.2% 올랐다. 예상치에 부합한 수준이었다.
파운드/달러는 0.55% 내린 1.2751달러를 나타냈다. 장중에는 1.2724달러로 적어도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드 브렉시트를 둘러싼 우려가 계속된 영향이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