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주는 주가지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기록도 있지만 제법 깊은 하락이 바로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운 한주이기도 합니다. 인플레이션 우려 등 이유를 갖다 붙이자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조정 명분이 있습니다만,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에 눈높이가 높아져 있기 때문이라 봅니다. 그런데 증시가 숨 고르기를 거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시장 눈높이가 낮아지고 새로운 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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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높이가 높아지면 화려한 것도 당연해 보인다.
우리 인간은 눈높이가 높아지면 아무리 뛰어난 실력, 아무리 멋진 물건, 엄청난 명품, 산해진미 등을 본다고 하더라도 그저 당연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이 다들 경험 한 번 정도는 해보셨을 것입니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는 고상한 경제용어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직관적으로 눈높이가 하늘 저 높이 있게 되면 그냥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모든 것을 치부하게 되지요.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하늘 높이 있다 보면 모든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여기서 눈높이라 한다면 “기대 수익률”로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 1월 이후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은 월간 두 자릿수 수익률로 높아졌습니다. 아니 직관적으로 내 못난 친구 아무개가 1년도 안 되어 10배 벌었으니 나도 10배 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올해 한국증시가 등락은 있어도 10% 수준의 상승률이었다 하더라도 성에 안 차니 결국 코인 시장으로 넘어가는 투자자분들도 참으로 많은 듯합니다.
그만큼 현재 국내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 눈높이는 정말 높은 곳에 위치 해 있습니다.
▶ 수출 그거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1분기 실적도 당연한 거 아닌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눈높이가 높은 친구들을 보다 보면 너무 한 것 아닌가? 싶은 경우가 왕왕 있지요. 때에 따라서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최근 한국증시 주변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하여 시장 참여자들은 너무 높은 눈높이에서 간과하는 듯합니다.
[수출 추정 : lovefund이성수, 원자료 : 관세청]
대표적으로 5월 10일까지의 수출 실적이 그러합니다.
5월 10일까지 일평균 수출은 전년동기비 64.7%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제가 올해 수출 실적 추정치 중 긍정적인 시나리오로 예상했던 5월 45.4% 증가를 월등히 뛰어넘는 엄청난 수출 증가율입니다. 즉, 기저효과를 뛰어넘는 경기회복 모멘텀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이 수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봅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이뿐만 아닙니다. 5월 중순은 1분기 실적 발표가 마감되는 시점이지요.
상장 회사들의 실적 발표가 연이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들 자료를 취합하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그리고 순이익이 전년동기비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자료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필자는 올해 초 1Q 수출 실적에 절반 정도인 6~7% 수준의 1분기 매출액 증가 그리고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를 예상하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실적은 엄청난 서프라이즈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장사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최종치하고는 거리가 있겠습니다만, 432개 상장사의 1분기 전년동기비 실적은 매출액 12.2% 증가, 영업이익 117.9% 증가 그리고 순이익 292.9% 증가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이를 당연시하는 듯합니다. 눈높이가 하늘 꼭대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거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 눈높이가 낮아지면 화려한 성과를 보게 된다.
지난 1월 이후 숨 고르기 장세가 만 4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이 추락한 것도 아니지요? 종합주가지수를 월 단위로 끊어서 보면 그래도 꾸준한 상승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장 참여자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기에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엄청난 호재가 증시에 등장해도 반응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조정이 길어지거나 혹시 일시적인 증시 충격이 있고 나면 시장 참여자들의 눈높이는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아지게 됩니다. “당연했던” 상황들이 얼마나 소중한 현상들인지 느끼게 되지요. 그리고 현재 상장기업들이 실적 장세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는 날카로운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한국증시는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리라 생각합니다. 그 과정 답답하긴 하지만 이겨내야만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 시점은 예측 불가한 영역입니다. 당장 오늘일 수도 있고, 여름일 수도 있습니다.
2021년 5월 14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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