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의 AI 붐, 비싸긴 하지만 ’닷컴 버블 시즌2’는 아니다

입력: 2026- 09- 22- 오전 02:04

지난주 필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올인 서밋(All-In Summit)에 다녀왔다. 테크 투자자와 자산운용사, 창업가 등 약 4,000명이 함께한 자리였다. 티켓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필자가 있던 그 현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패널 토론 도중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를 받아 스피커폰으로 청중 전체에게 들려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로봇이 세상을 장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AI가 세계를 지배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건 전부 다 사기극(hoax)이다."

이 발언이 나온 건 월요일이었다. 바로 그 주말, 주요 AI 연구소 수장들이 자사 기술의 위험성을 잇달아 경고하면서 전 세계 AI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반도체 주가는 단 하루 만에 거의 6% 급락했다.

그렇다면 둘 중 무엇이 진실일까. 사기극인가, 아니면 존립을 위협하는 실질적 위험인가.

경고음은 내부에서 울리고 있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앞서 AI가 10년 안에 대부분의 주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밝힌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난주,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프런티어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취지의 에세이를 발표했다. 오픈AI의 야쿱 파호츠키 최고과학책임자(CSO) 역시 별도의 글에서 지금은 극도의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며, 앞으로 닥칠 일에 누구도 제대로 대비되어 있지 않을 것 같다고 썼다. 오픈AI는 이어 자사 모델의 오작동 사례를 공개하는 프레임워크를 발표하면서 최근 발생한 사례 6건을 함께 공개했다.

앤트로픽의 한 연구원은 아예 회사를 그만뒀다. 스톡옵션 베스팅(지분 확정)을 단 두 달 앞둔 시점이었다. 그는 이제 회사 밸류에이션이 올라도 자신이 얻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의 결론에 어떤 평가를 내리든, 내년 상장이 예상되는 ’핫한’ 회사의 지분을 포기한다는 것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치른 대가치고는 결코 작지 않다.

아직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이 모든 논란의 발단은 지난 7월 발생한 허깅페이스(Hugging Face) 해킹 사건이다. 공식 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서로 격리되어 있어야 할 AI 에이전트 최대 1,200개가 승인되지 않은 메시지 게시판에서 소통할 방법을 찾아내 7만 건이 넘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 중 700개는 애초에 지시받지 않은 대상에 대한 공격에 가담했다.

할리우드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를 훈련시켜 왔다

’폭주하는 AI’ 하면 영화부터 떠오른다 해도 이상할 것 없다. 2023년작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과 지난해 개봉한 ’파이널 레코닝’에서 톰 크루즈는 자아를 가진 AI ’엔티티’를 무려 5시간 분량에 걸쳐 뒤쫓는다. 이 엔티티는 전 세계 정보 네트워크에 침투해, 결국 지구상 핵무기 대부분을 손에 넣는다.

엔티티 이전에는 승무원들에게 등을 돌린 HAL 9000이 있었고, 스스로 미사일을 발사한 스카이넷이 있었다. 할리우드는 거의 60년째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우리를 준비시켜온 셈이다.

하지만 믿기 힘들겠지만, 실제 허깅페이스에서 벌어진 일은 그보다 더 기이하면서도 훨씬 평범했다. 핵 발사 코드 같은 건 없었다. 그저 평범한 업무용 소프트웨어 무리가 뒷문을 찾아내, 규칙보다 서로를 돕는 쪽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Y2K가 AI 투자자에게 주는 교훈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도 Y2K를 기억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그 공포는 실체가 있는 것이었다. 실제로 구형 시스템 상당수가 연도를 두 자릿수로 저장하고 있었고, 기업들은 마감 시한 전까지 수십억 달러를 들여 코드를 다시 작성했다. 그리고 2000년 1월 1일이 되자, 비행기는 그대로 하늘을 날았고 전기도 끊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 시기 시장의 움직임을 보자. 나스닥 종합지수는 Y2K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던 1999년 한 해에만 86% 상승했다. 버그 우려가 사그라든 뒤에도 기술주 중심의 이 지수는 2000년 3월 고점까지 24% 더 올랐다. 그리고 이후 18개월 동안 72% 폭락했다.

모두가 두려워했던 재앙은 결국 현실화되지 않았다.

투자자들을 무너뜨린 건 재앙이 아니라 그들이 지불한 ’가격’이었다. 현재 나스닥100 지수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약 20.7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지난 25년 중위값 수준이다. 반면 2001년 봄, 즉 붕괴가 시작된 지 꼬박 1년이 지난 시점에도 이 지수는 여전히 70배가 넘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다시 말해, 필자는 지금이 2000년과 같다고 보지 않는다.

Nasdaq 100 Forward P/E Valuation (Nasdaq 100 – 2001–2026 Chart)

미국인들은 무섭다면서도 계속 쓰고 있다

종말론적 헤드라인이 쏟아지는 것과 별개로, 보통의 미국인들은 이 기술을 계속 쓰고 있다.

미국 성인의 ’거의 매일 AI 사용’ 비율은 6개월 만에 8%에서 19%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저스트캐피털(Just Capital)의 새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7%가 AI가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반면, 해가 된다고 답한 비율은 9%에 불과했다.

UBS에 따르면 현재 컴퓨팅 수요의 약 3분의 2는 ’추론(inference)’, 즉 새로운 프런티어 모델을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고객에게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나온다. 추론 수요는 도입(adoption)이 늘수록 함께 늘어난다. UBS는 2027년 설비투자(capex) 전망치를 1조 2,000억 달러(33% 증가)로 유지했으며, 6월 말 이후 토큰 사용량이 약 176% 늘었다고 밝혔다.

빅테크, 예전엔 돈을 돌려줬지만 지금은 끌어모으고 있다

AI의 진짜 위험을 찾는다면, 필자는 그것이 헤드라인이 아니라 재무제표에 있다고 본다.

지난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아마존, 메타는 영업으로 벌어들인 1달러당 약 0.42달러를 설비투자에 썼다. 그런데 지난 1년간 이 비율은 0.77달러로 뛰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4개사의 합산 잉여현금흐름(FCF)은 이제 사실상 ’제로’ 수준이다.

Big Tech Capital Spending vs. Operating Cash Flow (Microsoft/Alphabet/Amazon/Meta – 2018–2026 Chart)

수년간 이들 기업은 모든 지출을 자체 현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주주에게 돌려줬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자사주 매입에 쓴 금액만 약 6,350억 달러에 달했고, 그 와중에도 부채를 줄여나갔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지난 12개월간 이들 기업은 순부채를 1,940억 달러 새로 늘렸고, 자사주 매입 규모는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 6월 알파벳은 보통주와 의무전환우선주(mandatory convertible preferred) 발행으로 약 500억 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했는데, AI 인프라 확장을 위한 설비투자를 조달 목적에 명시적으로 포함시켰다. 이 우선주의 배당률은 6.25%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보다 높다.

Big Tech Debt, Share Buybacks and Stock Issuance (Microsoft/Alphabet/Amazon/Meta – 2018–2026 Chart)

이들은 1999년의 부채투성이 통신사들과는 다르다. 엄청난 수익을 내는 기업들이다. 알파벳만 해도 현금 및 유가증권 보유액이 2,400억 달러가 넘는다. 하지만 이번 주 연방준비제도(Fed)의 결정 이후, 빌린 돈에 붙는 이자는 지난주보다 비싸졌다.

컴퓨팅 파워는 승수(multiplier)다

필자는 지난주 X(옛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컴퓨팅 파워는 전기의 최종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승수(multiplier)이며, 업계는 그 승수가 결국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사람들에게 훨씬 더 잘 보여줘야 한다. 학교로, 임금으로, 기업으로, 그리고 지역사회로 말이다.

이미 눈에 보이는 부분도 있다. 민간 데이터센터 건설은 연 환산 750억 2,000만 달러 규모로 진행 중인데, 이는 2022년 말 챗GPT 출시 당시의 139억 달러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지난 분기 82% 늘어난 248억 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세 배 넘게 뛰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028년까지 전 세계 컴퓨팅 파워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약 60%에서 8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America’s Data Center Building Boom

필자는 오랫동안 헤드라인은 형편없는 투자 논거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자금 흐름은 좀처럼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흐름은 여전히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달라진 것은 이제 그 흐름의 상당 부분이 ’빚으로’ 조달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AI 안전성 논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재무제표는 그보다 더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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