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의 국채 바이백, 장기금리는 잡아도 비용은 남는다

입력: 2026- 09- 10- 오후 07:38
  • 미 재무부가 국채 바이백 규모를 두 배로 늘리면서 30년물 금리는 8월 고점을 밑돌았다.

  • 이번 프로그램은 선거 다음 날까지 이어질 예정이어서, 재무부가 당초 목표로 삼았던 기간 동안 원하는 가격 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 그러나 더 큰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가격으로 실제 무엇을 사고 있는지, 그리고 그 비용을 최종적으로 누가 부담하게 되는지​다.

베테랑 헤지펀드 매니저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올여름 채권시장을 관통하는 가장 인상적인 한마디를 던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년물이 시장에서 소화되려면 5.5%에 거래돼야 한다면, 그것은 위기가 아니라 청구서다.

미국 30년물 금리는 8월 17일 5.31%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무부가 장기물 바이백 규모를 두 배로 늘린 지 수주가 지난 현재도 5.25%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9월 1일 5.89%까지 올라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일본은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1996년 8월 이후 처음으로 3%대 금리에 낙찰이 이뤄졌다.

가격만 놓고 보면 이번 개입은 효과를 내고 있다. 바이백 규모가 두 배로 확대된 8월 19일 이후 30년물 금리는 약 3bp 하락했고, 같은 기간 2년물과 30년물 금리 간 격차도 23bp 좁혀졌다. 하지만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이번 조치는 사실상 상징적인 수준에 가깝다. 연방정부 부채 규모가 2012년 당시보다 150% 늘어난 상황에서 바이백 규모는 2012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게다가 프로그램은 중간선거 다음 날인 11월 4일 종료된다.

장기 국채 금리를 5%까지 끌어올린 요인 가운데 바이백으로는 손댈 수 없는 변수들이 있다. 1년 가까이 독립성이 공개적으로 도전받아온 연준, 주요 선진국 전반에서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정부 부채, 공개적으로 해체되고 있는 글로벌 무역 체계, 그리고 근원물가가 2.5%인 가운데 헤드라인 물가를 3.4% 수준에 묶어두고 있는 에너지 충격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시장이 가장 공격적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요인은 첫 번째다. 올여름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줬다. 연준은 7월 회의에서 3명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동결했고, 30년물 금리는 기자회견 중 기록적인 상승폭을 보였다. 그러나 8월 잭슨홀 회의에서 워시 의장이 매파적 기조로 돌아서자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움직임의 전후로 대통령과 재정적자, 관세라는 조건은 모두 그대로였다.

단기물 국채를 재원으로 하는 이번 바이백은 만기가 긴 국채를 상환하는 대신 정책금리에 대한 익스포저로 바꾸는 구조다. 정책금리는 연준이 결정하는 금리인 동시에, 대통령의 압박 캠페인으로 인해 오히려 상승 가능성이 커진 금리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조치는 선거를 앞두고 장기물 금리를 떠받칠 수는 있지만, 장기물 금리를 지금 수준까지 끌어올린 근본적인 요인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채권시장 ‘자경단’이 실제로 장악한 것인가?

가장 자주 제기되는 해석인 ‘채권 자경단(vigilantes)’ 시나리오부터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이 가설이 맞다면 움직임이 나타나야 할 자산들을 살펴보면 된다. 가격은 4,390달러로 4월 기록한 약 4,722달러의 최고치 아래에 머물고 있으며, 최근 3개월간 보합 또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 인덱스도 99.37로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움직임은 전혀 불안정하지 않다.

S&P 500은 올해 들어 13% 상승했고 8월 13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1% 이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장기 국채 금리 역시 8월 17일 5.31%로 고점을 찍은 이후 5주째 이 수준을 밑돌고 있다. 시장의 신뢰가 실제로 무너지고 있다면 이 네 가지 자산 모두에서 강력한 경고 신호가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모두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리 상승의 구성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9월 1일까지 일주일간 씨티 금리 데스크에 따르면 5년물 실질금리는 14.9bp 상승한 반면 5년물 기대인플레이션은 5.6bp 오르는 데 그쳤다. 실질금리가 기대인플레이션보다 약 3배 더 크게 움직인 셈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졌다기보다 자본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재평가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Real yields drove the move

그렇다면 실제로 움직인 것은 수익률 곡선의 어느 구간인가?

실제로 움직임을 주도한 것은 거의 전적으로 단기 구간(front end)​이었다. 그 차이가 워낙 뚜렷해 이 수치만으로도 논쟁의 답은 사실상 정해진다. Change in US Treasury

1월 2일 이후 2년물 금리는 92bp 상승한 반면 30년물 금리는 39bp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두 금리 간 격차는 139bp에서 86bp로 좁혀졌다. 교과서적으로는 이를 **베어 플래트닝(bear flattening)**이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재정적자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시장이라면 장기물 금리가 가장 크게 상승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기물 금리가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이는 시장이 정부의 부채 규모 자체보다 통화정책 금리 수준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올여름 수익률 곡선을 움직인 것은 무엇이었나?

지난 6주간 시장을 움직인 핵심 변수는 연준이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도 이례적으로 명확하다.

7월 FOMC에서 연준은 금리 인상을 주장한 3명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단기물 금리는 비둘기파적 서프라이즈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대로 하락했다. 반면 30년물 금리는 기자회견 중 기록적인 상승폭을 기록했다. 당시 한 시간 동안 투자자들이 가격에 반영한 것은 정책 경로 자체가 아니라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의 성격과 신뢰도였다. 정책 경로는 바로 눈앞에서 이미 하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채권 자경단’이라는 해석이 흥미로운 방식으로 어긋난다. 이 해석은 연준이 이미 저지른 실책에 대해 채권시장이 워시 의장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수익률 곡선은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워시 의장이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도록 압박받을 수 있는지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차이는 검증할 수 있다. 연설 하나만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이 되돌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8월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 반면 이미 발생한 결정에 대한 시장의 제재라면 잭슨홀에서 워시 의장이 무슨 말을 했든 그 비용은 계속 시장에 남아 있었어야 한다.

이 차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시장 충격이 왜 특정 구간에 집중되는지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률 곡선의 단기 구간은 정책 경로, 즉 향후 1~2년간 금리가 어디로 움직일지를 가격에 반영한다. 비둘기파적인 중앙은행은 정의상 이 경로를 낮추게 된다. 반면 장기 구간은 **정책 체제(regime)**를 반영한다. 수십 년에 걸쳐 자금 조달에 들어가는 평균 비용과 투자자가 장기간 자금을 맡기기 위해 요구하는 보상 수준을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언젠가 시장에 공언한 것보다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도록 설득될 가능성이 있다면, 단기적인 금리 경로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정책 체제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비둘기파적 서프라이즈가 같은 날 2년물 금리를 낮추면서 30년물 금리는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이유다.

도이체방크는 이후 이러한 변화를 수치로 제시했다. 6월 회의 이후 2년물과 30년물 금리 차이인 2s30s 곡선이 2026년 말 연준 금리 전망에 반응하는 정도가 베타 기준 -0.42에서 -0.70으로 확대됐으며, 상관관계도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이는 연준 금리 전망이 2년물 금리에 미치는 전이 효과가 약해지는 상황에서도 나타났다. 스티븐 젱의 결론은 명확하다. 시장은 연준의 신뢰도에 대한 판단을 과거처럼 단기물보다 장기물 구간에서 표현하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연준이 독립성을 유지하든, 독립성이 약화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따른 비용을 시장이 새롭게 가격에 반영하든 둘 중 하나다. 그 비용은 우선 재무부에 전가되고, 이후 미국 국채로, 결국에는 경제 전체로 이어진다. 성장이 가장 금리를 필요로 하는 시기에 금리를 장기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선택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7월과 8월의 시장 움직임이 이처럼 명확하게 읽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다른 모든 변수는 대체로 제자리에 있었는데, 오직 이 한 가지 요인만 움직였기 때문이다.

나머지 움직임을 이끄는 요인은 무엇인가?

몇 주를 넘어서는 기간을 놓고 보면, 연준 아래에는 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세 가지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이 세 가지가 금리 수준의 상당 부분을 결정하며, 9월이 된다고 해서 어느 하나도 방향을 틀지는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부채가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 국채 공급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영국 재무장관은 10월 28일 예산안을 앞두고 재정 여력이 260억 파운드에서 138억 파운드로 줄어드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감소분의 대부분은 이미 쌓인 부채를 상환하는 데 드는 비용 때문이다. 일본은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3%대 금리에 낙찰이 이뤄지며 30년 만에 처음으로 이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은행은 9월 17~18일 회의를 앞두고 있으며,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전망 역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들 정부는 모두 같은 글로벌 저축 자금을 놓고 국채를 발행하고 있으며, 1년 전보다 더 많은 자금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무역 체계도 분열되고 있다. 이는 금리 관련 논평에서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받을 만하다. 지난 30년간의 글로벌 통합은 장기간에 걸쳐 긍정적인 공급 충격을 가져왔지만, 이제 세계는 그 과정을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관세를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이란과 함께 같은 저축 자금을 놓고 상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연속적인 부정적 공급 충격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9월 4일 자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는 모든 국가와의 무역을 중단하겠다고 밝힌다면, 투자자들은 구조적으로 상품 가격이 더 비싼 경제를 전제로 가격을 매겨야 한다. 이는 수익률 곡선의 장기 구간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30년 동안 복리로 누적되는 비용을 계산하면 그 영향은 더욱 분명해진다.

에너지는 이 세 가지 요인 가운데 가장 단기적인 변수이며, 월별 물가지표에서도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난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 차질로 여름 내내 원유와 정제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 결과 8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약 3.4%인 반면 근원물가는 2.5% 수준에 머물렀다. 에너지는 세 요인 가운데 스스로 방향을 되돌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변수이기도 하다. 통상 중앙은행이 일시적인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을 정책 판단에서 걸러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9월 물가지표가 발표될 때 이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세 가지 요인을 독립성이 공개적으로 의문시되고 있는 중앙은행이라는 환경과 함께 놓고 보면, 장기 국채 금리 5%는 단순한 여름철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려워진다.

얼마나 빠르게 진행됐나?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보는 부분은 바로 속도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가장 적었다.

불과 1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2.75~3% 수준까지 인하하는 금리 인하 사이클을 예상했다. 이는 경제를 뒷받침하고 장기적으로 자산 가격을 지지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재 장기 국채 금리는 5%에 가까운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9월 16일 금리 결정에 반영된 시장 가격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약 65%로 나타나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금리 인하 사이클이 금리 인상 사이클로 바뀌었고,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의 전망도 2%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통화정책 체제가 이처럼 빠르게 전환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도이체방크는 이를 2014~2021년 이어진 저금리 시대의 종말로 규정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균형 연방기금금리는 약 4.5%였지만 이후에는 약 2.5% 수준으로 낮아졌다. 현재 시장은 약 4%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당시 금리를 낮췄던 요인들이 하나둘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민간 부문의 디레버리징은 AI 설비투자 붐으로 바뀌었고, 재정 긴축은 상시적인 경기부양으로 대체됐다. 셰일 혁명이 가져온 긍정적인 공급 충격은 연이은 부정적 공급 충격으로 전환됐다.

워시 의장도 G20 회의에서 비슷한 진단을 내놓았다. 과거에는 시장 참가자들이 글로벌 저축 과잉(global savings glut)을 논의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투자 급증(global investment surge)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US 30-year Treasury Yields

이는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자본 비용은 크게 높아지는 세계를 가리킨다. 장기 국채 금리는 이러한 수준을 향해 수렴하고 있으며, 어느 한 번의 회의만으로 이를 바꾸기는 어렵다.

베선트의 시장 개입은 옳았나?

여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으며, 이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무언가 조치가 필요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채권시장이 이미 다른 시장으로 연쇄적인 충격이 번지기 시작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먼저 주식시장으로 충격이 전이되고, 이후 장기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을 통해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무질서한 시장 움직임을 완화하는 것은 재무부의 정당한 역할이다.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약화됐고 앞으로도 계속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는 이견을 제기하기 어렵다. 시장은 재무부가 국채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구조적인 관점에서는 이미 승산이 크게 낮아진 싸움에 가깝다. 그 이유는 결국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bond data

미 재무부는 8월 19일 장기물 국채 바이백 규모를 기존 20억달러에서 운영 회당 최소 40억달러로 두 배 확대했다. 대상은 10~20년물과 20~30년물 구간으로, 9월 9일부터 시행돼 11월 4일까지 진행된다. 시장에서 가장 자주 비교하는 사례는 2012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다. 당시에는 실제로 수익률 곡선의 장기 구간을 움직이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존스 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루크가 지적했듯, 이번 프로그램 규모는 연방정부 부채 잔액이 당시보다 150% 늘어난 상황에서 2012년 프로그램의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 시행 규모를 누적된 정부 부채와 비교해보면, 이번 조치는 실질적인 시장 개입이라기보다 신호를 보내는 성격이 훨씬 강하다. 재무부가 국채시장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금리가 일방적으로 급등하도록 방치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일정 부분 효과를 냈다. 8월 19일 이후 2s30s 수익률 곡선은 23bp 플래트닝됐고, 30년물 금리는 약 3bp 하락했다.

하지만 구조적인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이 요인들이다.

그렇다면 가격을 시장에 맡겼어야 했나?

그렇게 했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이는 과거 정부들이 펀더멘털에 맞지 않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지지하려다 결국 실패했던 오랜 사례에 근거한다. 장기 국채 금리는 현재 시스템에서 재정정책을 실시간으로 견제할 수 있는 마지막 가격 변수이기도 하다. 의회는 2년마다 유권자의 심판을 받지만 재정적자는 누구에게도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따라서 장기 금리를 억누르면 문제가 현실화되기 전에 경고를 보내는 유일한 신호마저 제거하게 된다.

여기에는 짚고 넘어갈 만한 역설도 있다. 베선트는 취임 전인 2024년 재닛 옐런 당시 재무장관이 국채 발행 결정을 통해 통화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단기 국채를 과도하게 발행해 국채시장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현재 그는 사실상 같은 방식의 정책을 더욱 노골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구조를 들여다보면 그동안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던 비용도 발생한다. 단기 국채 발행을 재원으로 하는 바이백은 장기 부채를 줄이는 대신 단기 부채를 늘리는 효과를 낸다. 현재 전체 국채 잔액에서 단기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22%에 달하며, 변동금리채(FRN)도 2%를 차지한다. 국채의 가중평균 만기는 71개월이며 계속 짧아지고 있다. 이자가 발생하는 전체 국채의 평균 금리는 3.4%지만 수익률 곡선은 3.8~5.3% 수준에 걸쳐 있다. 따라서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는 더 높은 금리로 차환될 수밖에 없다.

순이자비용은 2025년 1조2,5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연방정부 세입의 18.5%에 해당하며 국방예산보다도 많다. 2026 회계연도는 7월까지 이미 9,310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같은 흐름보다 11% 높은 수준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연간 순이자비용이 2036년에는 2조1,0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서 ‘청구서(invoice)’라는 비유를 완성할 수 있다. 베선트는 장기물의 청구서를 단기물에서 빌린 돈으로 결제하고 있다. 즉 청구서 자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청구서를 보낼 주소만 바꾸는 셈이다. 그리고 새로운 주소는 바로 연준이 결정하는 금리다. 문제는 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이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오히려 커졌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이유는 9월 논의에서 다루게 된다.

결국 재무부는 장기물 시장에서 제기되는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대신, 행정부가 올여름 내내 낮추려 했던 바로 그 금리에 대한 정부의 노출을 더욱 키우고 있다.

선거 일정은 어떤 의미가 있나?

미국 중간선거는 11월 3일 치러지며, 확대된 국채 바이백 프로그램은 11월 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11월 4일은 다음 분기 국채 차환계획(refunding) 발표일이기도 하다. 이날 재무부는 이후 바이백 프로그램의 규모를 얼마나 가져갈지 결정한다. 두 일정의 일치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여기서 드러나는 정책적 유인은 충분히 명확하다. 장기물 금리가 가하는 압력은 재정적자에 영향을 미치기 훨씬 전에 가계에 먼저 전달되기 때문이다.

10년물 금리가 4.8%를 웃도는 것은 202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소비자 신용 비용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로이터가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등록 유권자의 약 절반이 생활비를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꼽았다. 대통령의 생활비 대응에 대해서는 71%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긍정적인 평가는 22%에 그쳤다.

모건스탠리 전략가들은 여기에 역사적 맥락을 더한다. 1978년 이후 중간선거 주기 가운데 전년도 1월부터 선거가 치러지는 해 10월까지 휘발유 가격이 상승했던 경우, 집권당은 평균적으로 하원 의석 32석을 잃었다. 그리고 이번 달 헤드라인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바로 휘발유 가격이다.

이것이 이번 시장 개입이 끊어내려는 연결고리다. 장기 금리 상승 → 차입 비용 증가 → 가계의 비용 부담 확대 →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정치적 압력 확대 → 장기 금리를 끌어올린 기간 프리미엄 상승이라는 악순환이다. 30년물 금리를 11월까지 떠받치는 바이백은 이 과정의 첫 번째 고리를 8주간 끊어놓는다. 재무부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다만 그 이후의 연결고리들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채 그대로 남는다.

선거 결과 자체도 장기물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 흔히 거론되는 것보다 경로는 더 제한적이다. 연준 이사들은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현재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석을 확보한 구도에서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 시나리오라면, 연준의 구성을 바꿀 수 있는 인선 경로가 계속 열려 있게 된다. 반면 상원 다수당이 바뀌면 이 경로가 막히면서 장기물 시장이 가격에 반영해온 불안 요인의 상당 부분도 완화될 수 있다.

하원은 220석 대 215석으로 격차가 더 작지만, 채권시장 측면에서는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분점정부가 되면 새로운 재정 확대가 제한되는 동시에, 예산안과 부채한도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져 자금조달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재정적자의 상당 부분은 이자비용과 의무지출로 구성돼 있어, 의회가 이를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범위도 제한적이다.

주식시장은 왜 이런 상황을 외면하고 있나?

주식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다만 그 움직임이 지수의 겉으로 드러난 숫자보다는 지수 내부에서 나타나고 있다.

S&P 500의 상승세는 AI 투자 열풍이 이끌었다. AI 관련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하며, 장기적으로 낮은 자본비용이 유지되는 환경에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최근 몇 달, 특히 지난 실적 시즌 이후에는 실물경제와 밀접한 기업, 그리고 금리 환경이 달라져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기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시장은 지수 내부에서 종목별로 다시 가격을 매기고 있다. 더 높고 비싼 자본비용 환경에서 어떤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지,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가려내는 과정이다.

실물경제의 흐름 역시 금리 인하에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S&P 500 기업들의 실적 시즌에서 이익 증가율은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고,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16만2,000명 증가했다. 여기에 기존 수치가 5만5,000명 상향 조정됐으며, 실업률은 4.14%를 기록했다.

경제 성장세는 강하고 기업 이익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경제 구조를 실질적으로 바꿀 만한 혁신도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높게 가져가야 한다는 쪽에 힘을 싣는다.

9월 16일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시장은 현재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65%로 반영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는 56% 안팎, 예측시장에서는 49%에 가까운 수준을 가리킨다. 도이치뱅크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모두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씨티는 9월 3일 보고서에서 금리 동결을 전망했지만, 해당 보고서는 8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되기 전에 작성됐다.

클라우디아 삼이 이번 주 제시한 **“연준의 신뢰도는 정치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압력에 저항하는 데 달려 있다”**는 기준이 이번 회의의 핵심 시험대다. 말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 요구가 나온 상황에서 동결을 결정하면 이를 정책적 독립성으로 볼지 정치적 요구에 대한 순응으로 볼지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금리 인상 역시 정책적 판단인지 단순한 시위성 조치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워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상당히 좁혀놓았다. 그는 선제적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를 거부해 금리 동결을 사전에 예고할 수단을 없앴고, 단일 경제지표에 반응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부진한 지표 하나를 근거로 정책 방향을 조정할 여지도 차단했다. 잭슨홀 연설에서는 견조한 성장세, 균형을 이룬 노동시장, 그리고 긴축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금융 여건을 언급했다. 금리를 동결하려면 이 세 가지 판단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9월 11일 발표되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핵심 지표다. 도이치뱅크는 계절조정 기준 휘발유 가격이 4.4% 상승하면서 헤드라인 CPI가 전월 대비 0.38% 오르고, 근원 CPI는 0.21%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근원 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2.38%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근원 CPI가 이 전망치와 같거나 이를 밑도는데도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다면, 이번에는 경제지표보다 연준의 신뢰도 문제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달에는 이보다 더 명확하게 그 경로를 확인할 방법도 없을 것이다.

이 모든 논쟁의 밑바닥에 깔린 질문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 문제를 상당히 잘 짚고 있다. 중요한 것은 9월 이후를 바라보는 다음 질문이다.

장기적인 자본비용 측면에서 지금보다 덜 부담스러운 부채 경로를 실제로 상상할 수 있는가? 그리고 정부가 점점 더 포퓰리즘 성향을 띠는 상황에서도 중앙은행이 이 문제를 독립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순서대로 살펴보자. 첫 번째 질문에는 정치적 해법보다 산술적인 답이 있다. 명목 성장률이 부채의 평균 조달비용을 웃돌고 기초재정수지가 유지되면 부채 규모는 안정된다. 미국의 실질 성장률은 약 2.3%, 물가상승률은 약 3.4%다. 약 40조달러 규모의 부채에 적용되는 평균 쿠폰금리도 3.4%이며,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6%에 이른다.

여기서 완충 역할을 하는 것은 평균 조달금리 3.4%와 시장금리 사이의 격차다. 하지만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가 3.8~5.3% 수준의 수익률 곡선에 따라 차환되면서 이 완충 여력은 매달 줄어들고 있다. 이자는 이미 연방정부 예산에서 사회보장과 메디케어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지출 항목이다. 이 산술에서 해결 불가능한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저절로 해결되는 것도 없다.

해법은 잘 알려져 있으며 세 가지뿐이다. 기초재정수지 흑자를 내거나, 부채가 불어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거나, 차입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첫 번째는 현재 어떤 주요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AI 투자 사이클이 암묵적으로 약속하고 있는 해법이다. 세 가지 가운데 가장 현실성이 높은 동시에, 아직 실현되기도 전에 가장 크게 기대를 걸고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연준의 영역이며, 바로 이 때문에 두 번째 질문이 등장한다.

결국 이 두 질문은 서로 다른 두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순환고리로 연결된다. 늘어나는 이자 부담은 어느 정부에나 중앙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유인을 제공한다. 이러한 압력이 실제로 통하면 기간 프리미엄이 상승한다. 높아진 기간 프리미엄은 다시 이자 부담을 키운다. 부담을 덜기 위해 가한 압력이 오히려 그 부담을 더욱 키우는 힘이 되는 셈이다. 이 순환이 한 차례 돌 때마다 다음 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 때문에 문제는 당장 눈앞의 현상이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이며, 동시에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다. 기초재정수지 적자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부채 경로는 달라질 수 있다. 중앙은행이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결정을 내리고도 정치적 후폭풍을 견뎌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교역 환경이 안정되면서 상품 가격에 붙은 공급충격 프리미엄이 다시 빠진다면 상황은 더욱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글의 제목에 담긴 질문에 대한 답은 **가격 측면에서는 ‘그렇다’, 게임의 측면에서는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규모의 바이백은 11월까지 30년물 금리를 떠받칠 수 있다. 이는 충분히 의미가 있고, 애초에 바이백을 실시하는 명확한 목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담은 현 행정부가 가장 오르기를 원하지 않는 금리, 즉 연준이 결정하는 금리로 옮겨간다.

결국 바이백을 둘러싼 논쟁은 그 비용을 지금 치를 것인지, 아니면 뒤로 미룰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그리고 앞서 제시한 ‘청구서’ 비유에서 아직 열려 있던 질문에 대해서는 수익률 곡선이 이미 답을 내놓았다. 청구서는 먼저 연준 앞으로 향하고, 그다음에는 세계의 저축자들에게 돌아가며, 재무부는 이를 전달하는 주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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