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의 첫 시험대, 지정학 리스크 속 연준의 항로 설정

입력: 2026- 06- 17- 오전 09:54

새롭게 체결된 미국-이란 휴전 합의는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시장은 즉각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고, 월요일 거래에서 주가는 급등했다. 이는 고무적인 초기 신뢰 신호지만, 전쟁이 남긴 경제적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중동 지역의 에너지 수출 회복 역시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 합의가 유지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기 시작한다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다.

거시경제 전망은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는 내일 예정된 통화정책 발표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임 연준 의장 케빈 워시(Kevin Warsh)는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기자회견을 주재하게 되며, 이를 통해 향후 정책 기대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할 기회를 맞게 된다. 그 결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워시 의장의 첫 기자회견이라는 점에서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상황입니다. 그의 메시지를 시장이 잘못 해석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헤지펀드 D.E. 쇼 그룹의 경제 리서치 책임자인 크리스 도시는 말했다.
“시장이 그의 발언 스타일과 정책 신호를 정확히 읽어내고 이에 맞춰 기대치를 조정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워시 시대는 중앙은행들이 불안정한 경제 환경에 직면한 시점에서 막을 올렸다. 연준의 주요 해외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촉발 요인으로 지목하며 이미 금리 인상에 나서기 시작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31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인상했다. 일본 경제학자 예스퍼 콜은 “20년간의 디플레이션 이후 일본 경제는 이제 인플레이션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지난주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경제 전반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산되기 시작하고 있다”며 “대규모 에너지 충격이 금리 인상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연준은 관망(wait-and-see)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일시적이며 앞으로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데 사실상 베팅하는 셈이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내일 정책금리를 현재의 3.50%~3.75% 범위로 동결할 가능성을 거의 확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동결 기조는 향후 몇 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연준의 정책 기조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기반으로 한 단순한 정책 모델상 중립적(neutral)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고 향후 수개월에 걸쳐 둔화될 것이라는 전제하에서는 합리적인 대응이다.

다만 위험은 연준이 2021~2022년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당시 인플레이션이 급등했음에도 중앙은행은 대응이 늦었고, 결국 더욱 공격적인 긴축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Fed Funds vs Unemployment Rate + CPI

비둘기파들은 근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에너지 가격 급등이 반영된 전체 인플레이션 지표의 우려스러운 상승세에 비해서는 훨씬 낮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채 시장은 연준의 신중한 금리 인상 접근이 잘못됐다는 신호를 사실상 보내고 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연준의 중간 연방기금금리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이는 시장이 단기적으로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US 2-Year Treasury Yield vs Fed Funds Effective Rate

워시 의장은 현행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여전히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을 시장에 납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 온 금리 인하는 현 시점에서 정당화하기 훨씬 어려우며, 경우에 따라서는 무모한 결정으로 평가될 수 있다.

가장 큰 난제는 향후 수개월간 인플레이션의 방향을 결정할 거시경제 변수들이 연준의 정책 수단만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에 있다는 점이다. 핵심 변수는 미국과 이란의 평화 합의로, 이 합의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출 정상화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유조선 회사 수장은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운항이 회복되기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수주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들이 미국과 이란 간 합의가 실제로 지속 가능하고 의미 있는 합의인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쓰이 O.S.K. 라인(Mitsui OSK Lines)의 다무라 조타로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단순히 당사국 간 합의가 체결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합의가 실효성을 갖추고 호르무즈 해협의 현장 상황에서도 확인돼야 합니다. 그래야 선사들이 해협 통항을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정상 운항을 재개할 수 있습니다.”

연준이 내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다면, 이는 사실상 이란 갈등이 종료됐고, 에너지 가격이 계속 안정세를 보이며, 인플레이션 위협이 지나갈 것이라는 판단을 시장에 전달하는 셈이다.

물론 내일 결정이 인플레이션 논쟁에 종지부를 찍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향후 정책 논의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다. 결국 연준은 안정성에 베팅하고 있다. 이제 그 베팅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것은 세계 경제와 지정학적 현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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