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판도 변화 : 미국 주식 폭락했는데 한국증시는 왜 버텨?

입력: 2025- 03- 11- 오후 05:42

올해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그 추세가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의 절대 왕좌가 흔들리고 반대로 오랜 기간 못난 흐름을 이어왔던 증시들이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이 올해 들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일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러한 한국 증시 등 이전에 못났던 시장이 몇 개월 더 상대적 강세가 지속되면 추세가 굳어지게 됩니다.

미국 증시의 부진 : 한국 투자자가 모인 곳이 국장이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국장’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한국 주식시장을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한국 증시를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단어화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작년에 밀물처럼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달려가며 대박 수익률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 부진한 흐름이 반복되자, 시장 일각에서는 “한국 투자자가 모인 곳이 국장이다”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돌기도 합니다.

2025년 올해 한국 코스피는 최근 조정에도 불구하고 +5%대 후반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 비하여, 미국 S&P500 지수는 –4.5%대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고, 나스닥 지수는 –9.5%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스닥 지수의 경우는 고점 대비 –13% 넘게 하락하면서 본격적인 하락추세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시장 의견이 올라올 정도로 깊은 하락이 만들어졌습니다.

개별 종목 단위로 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한국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가 –45% 가까이 하락하고 있고,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한 엔비디아가 –20% 하락, 이하 애플 (NASDAQ:AAPL) –9.16%, 마이크로소프트가 –9.8%, 팔란티어가 +1% 정도 상승하였지만, 올해 고점 대비 –38% 하락, TQQQ (NASDAQ:TQQQ) –24% 하락, 알파벳 –12% 하는 등 작년까지 보여줬던 미국 증시 흐름과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못난이들의 반전 : 불안감 속에서도 선전하는 한국 증시 등

올해 한두 번으로 그칠 듯싶었던 한국 주식시장의 상대적 강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오늘 증시만 보더라도 전일 나스닥 지수가 –4%가 넘게하였다보니, 예년 같다면 한국 증시가 대폭락을 경험했어야 하지만 오늘 한국 증시는 코스피 지수가 –1.28% 하락, 코스닥 지수가 –0.6% 정도 하락하는 정도였을 뿐입니다.

만약 작년 증시 분위기였다면, 오늘 코스피 지수는 최소 –3%대 급락, 코스닥 지수는 –4% 이상의 폭락이 발생하면서 SNS와 뉴스매체에서는 심각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야 하지만, 장 중반 이후의 반등으로 경제 뉴스들도 특별한 이유와 명분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증시에 수급이 우호적이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에서 -6조 5천억 원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의외로 견조합니다. 연기금 매수세가 연이어지기는 하지만 시장을 견인하면서 주식을 매수하는 수급 주체는 아니지요.

올해 그리고 3월 글로벌 주요 증시의 등락률

이렇게 한국 증시의 선전이 연이어지는 이유는, 반복적으로 설명해 드리는 것처럼 오랜 기간 한 방향으로 쏠렸던 글로벌 금융시장의 물길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한국 증시에서 미국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빨려 나가지 않다 보니, 트럼프 관세전쟁으로 흉흉한 상황이지만 시장이 탄탄하게 버틸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 증시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2015년 증시 버블 후유증 이후 10여 년 가까운 오랜 시간 제자리걸음만 반복해 오던 중국 증시 또한 올해 의외로 강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최근 10년 동안 승승장구하던 미국, 일본 증시의 마이너스 흐름과 달리 소폭이지만 플러스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못난이들의 반전이 벌어진 것이지요.

어색한 못난이 증시들의 반전 : 하지만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10여 년 전 한국 코스피 지수와 미국 S&P500지수는 지수 숫자에 중요한 이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2,000p를 기점으로 서로 엇갈린 행보를 그리게 된 것이지요. 미국 S&P500 지수는 이후 끝없는 상승이 지속되면서 작년에 6,000p를 넘어섰고, 한국 주식시장은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다가 현재 겨우 2,500p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런데,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 주식시장의 일방적인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미국 증시의 행보는 한국 증시에 비해 너무도 초라하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습니다.
그 10여 년 동안 굳혀진 추세는 투자자들에게 미국 증시는 무한상승, 한국 증시는 희망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심고 말았고, 작년에 미국 증시로의 자금이탈은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고평가와 극단적인 저평가로 엇갈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을 변해가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는 악재에 민감해졌고, 한국 증시는 악재에 둔감해졌습니다. 과연 앞으로의 시장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물론 이는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증시가 2,500p 영역에서는 의외로 탄탄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이전과 달라진 금융시장 상황으로 해석 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2025년 3월 11일 화요일
lovefund이성수 [ CIIA / 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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