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야당의 금투세 폐지 전격 발표 이후, 이에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하였습니다. 저 또한 금투세 폐지를 절실히 원했고, 이제 금투세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편 투자자분들 사이에서 이런 질문을 받곤 합니다. “과연 투자자들이 한국증시에 빠르게 돌아올까요?” 이 질문에 대한 저의 답은 기대보다는 느릴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다만, 이전과 다른 시장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는 첨언과 함께 말입니다.
금투세 폐지 발표 너무 늦었다 : 지난여름 했었어야.
어제 금투세 관련한 일련의 과정을 뒤돌아보았습니다.
2020년 동학개미 운동으로 증시를 개인이 살려놓자, 당시 정부는 ‘금융 세제 (선진화) 개편 방안’을 발표하였고, 그해 연말 금투세를 2023년에 시행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당시 뜨거운 증시 분위기 속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여자 중에는 금투세 시행 전에 시장을 떠나겠다는 분들이 점점 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이후 해외주식투자자(특히, 미국 주식 중심의 서학개미)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결국 2022년 증시 침체 속에 유동성이 약화된 한국증시는 깊은 하락에 빠지고 말았고 2022년 연말 정말 극적으로 국회는 금투세를 2025년으로 유예하기로 여야가 합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시장은 금투세가 2025년에는 시행될지 모른다는 분위기 속에 더 빠르게 한국증시에서 자금 이탈이 관찰되었습니다. 특히 거래대금과 시가총액이 작은 코스닥 중소형주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2023년 가을 하락장 이후 연말 반등장 분위기 속에도 불구하고 예년과 다르게 스몰캡, 특히 코스닥 중소형주들은 반등다운 반등이 나타나지 않았고, 올해 상반기에도 맥없는 흐름을 보이다가, 지난여름 이후 폭락 수준의 하락이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그 시기 미국 주식투자에 대한 FOMO 현상까지 나타났을 정도로 빠르게 한국 주식시장을 떠나는 투자자들이 크게 증가하였지만, 당시 정치권은 금투세를 “강행”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너무 강했고, 특히 강성 발언이 나올 때마다 시장은 더 가혹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급기야 익히 아시는 바와 같이 전 세계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는 동안 코스닥 지수는 두 자릿수 폭락을 만드는 등 한국 주식시장은 전 세계 최악의 증시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른 나라 증시가 상승해야 할 때, 투자자들이 한국을 떠나기 전에 금투세라는 부담을 덜고 어느 정도 쫓아갔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정치권이 합의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집 나간 자금 다시 한국증시로 돌아올까? 시간과 제도가 필요하다.
투자자분들이 제게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금투세 폐지 결정 이후, 과연 투자자들이 한국증시에 빠르게 돌아올까요?”
이에 대한 저의 답은 시간이 조금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 드렸습니다.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가볍게 자금이 한국증시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그간 쌓였던 실망감이 사라져야만 합니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돌아오는 과정은 몇 단계를 거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1단계, 금투세 폐지 이후를 기대하는 스마트 자금의 유입
금투세 폐지 이후 한국증시가 이전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스마트 자금 중 일부가 선제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 자금이 일시에 들어오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증시가 오랜 기간 실망을 주었기 때문이지요.
2단계, 추세 확인 후 단계적인 자금 유입
만약 금투세 폐지 이후 주식시장이 상승추세를 만들고, 다른 국가들 증시 대비 또는 다른 투자 대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만들기 시작한다면 집 나갔던 자금 중 일부가 한국증시로 조금씩 복귀하리라 보입니다. 너무 오랜 실망감이 있다보니 “이러다 말겠지!” 싶은 노파심이 있을 수밖에 없기에 전격적인 자금 유입보다는 느릿느릿 한국증시로 복귀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국내 증시 모멘텀 상황에 따라 유입속도는 큰 변동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3단계, 정치권에서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정책 반영 : ex) 상법 개정 등
한국증시에 대해 투자자들이 “이러다 말겠지”라는 의구심을 갖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오랜 기간 상장사들이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해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면서 투자자들을 실망하게 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뒤통수를 맞아왔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세금을 내더라도 해외주식이나 부동산투자 또는 다른 투자 대상으로 넘어간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만약 정치권이 투자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정책들을 하나씩 도입한다면 집 나갔던 투자 자금들은 국내로 빠르게 복귀할 것입니다.
다만, 정치권에서 투자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정책을 반영하는 과정은 참으로 힘들고 긴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현재로서는 나갈 자금은 다 나갔기에, 앞으로 나타날 증시 현상
현재로서는 한국증시에서 이탈할 자금은 대부분 나갔다고 보입니다. 이제는 금투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들어올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지요. 다만, 그 속도는 앞서 설명해 드린 바와 같이 시장기대치보다는 느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그 이전에 이탈하던 분위기가 잡힌다는 데에는 큰 의미를 둘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향후는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요? 이에 대해서 저는 셀인메이 현상으로도 불리는 하반기 이후 증시가 약해지는 현상이 크게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상반기 강세, 하반기 상대적 약세 현상이 있긴 하였습니다만, 그 현상이 노골적으로 심화된 계기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이 2년마다 레벨다운된 201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2021년부터 2024년 최근까지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뿐만 아니라 금투세 시행에 따른 하반기 및 연말 자금 이탈이 상반기 증시 강세 후 하반기 증시 약세를 심화시켰습니다.
아마도, 최근 몇 년 동안 5월에 주식을 팔고 떠나라는 Sell in May 전략을 쓰셨던 투자자분들은 제법 쏠쏠한 투자 성과를 만드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작년에 대주주 양도세 기준은 10여 년 전 수준인 1종목당 50억 원으로 크게 높아져 있고 여기에 금투세까지 폐지 수준에 들어갔기 때문에 하반기와 연말에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명분이 크게 약화하였습니다.
그러하기에 향후 증시에서 하반기 증시가 상반기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은 이전보다는 약해지거나 오히려 하반기가 상대적으로 상반기보다 강하게 기록되는 해도 종종 발생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 해 봅니다.
어쩌면 제도적인 문제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었던 한국증시가 이제는 타임테이블에 의해 발생하는 비효율성이 사라지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장으로 변해갈 가능성이 생긴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종합하여 생각해 보자면, 금투세 폐지 발표 후 증시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돌아오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처럼 이탈할 명분이 사라졌기에 주식시장의 계절 효과가 줄어들고 오히려 합리적인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을 것입니다.
2024년 11월 5일 화요일
lovefund이성수 [ CIIA / 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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