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미국의 6월 CPI가 예상치보다 낮게 나오면서 미국 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지난밤(7월 11일) 미국 증시는 주요 기술주들의 급락으로 대표 지수가 크게 하락하는 분위기와 다르게 중소형주 대표 지수인 러셀2000 지수가 급반등하였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전 세계 증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까요?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일단 추이를 지켜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호소식이 기술주와 나스닥에 날벼락으로 작용
밤사이 발표된 미국 6월 CPI는 시장예상치 3.1%보다 낮은 3%를 기록하였습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의 안정된 수치는 CME FED Watch의 연준의 9월 금리인하 확률을 92.7%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와 동시에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4.28%에서 순간적으로 4.16%까지 낮아졌고, 미국 2년 국채 금리 또한 4.63%에서 4.5%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소비자물가 지수 안정 소식에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고 시장금리가 하락한 가운데, 의외로 엔비디아 (NASDAQ:NVDA) 및 테슬라 (NASDAQ:TSLA) 등 주요 기술주들이 급락하고 반대로 그동안 소외되었던 러셀2000 지수가 3% 이상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인플레이션 호소식이 예상치 않게 이번에는 기술주에 날벼락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일단 순환매라는 명분으로 해석되긴 하는데.
기존 논리대로라면, 기준금리 인하 기대 상승과 시장금리 하락은 성장주와 기술주의 주가 상승을 만드는 명분으로 작용했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어젯밤 사이 미국 증시에서 나타났던 현상은 기존 논리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러셀2000 지수가 3% 이상 급등한 것뿐만 아니라, S&P500지수 내 가치주 ETF라고 할 수 있는 IVE 또한 1%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합니다.
(※ 이와는 반대로 나스닥지수는 1.9% 하락하였고 S&P500지수 내 성장주 ETF인 IVW는 –2% 하락하였습니다.)
너무도 급작스러운 이러한 현상에 대해 시장은 2가지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러셀2000 지수를 구성하는 중소형주들의 경우 부채비율이 높기 때문에 금리하락에 따른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에 주가가 상승한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이 논리 또한 말이 되긴 합니다만, S&P500 지수 내 가치주 ETF인 IVE의 주가 강세를 해석하기에는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두 번째로 순환매 논리입니다.
엔비디아,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아마존 (NASDAQ:AMZN), 애플 (NASDAQ:AAPL) 등 M7(Magnificent Seven) 주식들이 선순환하면서 미국 증시를 끌어올렸지요. 결국 S&P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는 끝없을 것만 같은 상승률을 이어왔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 내 중소형주와 미국 지역 외의 증시는 철저하게 소외되었지요. 심지어 미국 증시에서 M7 종목을 빼면 대한민국 코스피 지수 등락률과 똑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M7 종목 중심의 장세는 매우 긴 기간 강하게 지속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가격 부담감이 오히려 호소식을 트리거로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냈고 반대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종목들도 자금이 이동되었다는 순환매 관점에서의 해석이, 필자에게는 더 논리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다만, 어제 발생한 순간적인 순환매가 수년간 이어진 물살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생각 해 볼 부분이 몇 가지 있습니다.
기세가 바뀌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기존 흐름을 깨는 현상이 나타나야 한다.
학창 시절 전교 1등을 하는 친구 A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그 A군은 항상 전교 1등을 해왔기에 매 시험 전교 1등을 할 것이라고 모두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컨디션이 나빠졌는지 모의고사 결과가 매우 실망스럽게 나왔습니다. 오히려 의외의 친구 Z가 전교 1등을 하였습니다. 이 한 번의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고 그 A가 전교 1등을 완전히 놓쳤다고 볼까요? 아마 아닐 것입니다. A는 다시 전교 1등이 될 것이라 친구들, 선생님들 모두 생각하고 기대하겠지요? 반대로 잠깐 다크호스처럼 전교 1등 한 Z는 다시 자리를 내놓을 것이라 사람들을 생각할 겁니다.
마찬가지로 6월 CPI 결과에 미국 증시 내 성장주가 흔들리고 미국 중소형주가 급반등 했다고 하더라도 대다수의 시장참여자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습니다. 잠깐 흔들리다가 M7 중심의 미국 성장주 강세장이 다시 찾아올 것으로 생각하면서 저가 매수가 발생하기도 할 것입니다.
만약 그 저가 매수가 강한 성장주 강세를 만들고 추세가 지속된다면 수년간 고정관념화되고 어쩌면 신앙화된 미국 성장주 중심의 강세장에 대한 신뢰는 다시 한번 강화될 것입니다. 마치 전교 1등 A군이 다시 전교 1등 자리를 되찾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몇 번의 시험 속에서 다크호스 Z군이 전교 1등 자리를 굳히고 A군이 컨디션과 마인드가 무너지면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몇 번 더 만들게 되면 사람들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리기 시작하고 점점 인식을 바꾸어 갈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추후에 미국 증시 내에서 성장주들이 어젯밤처럼 어이없이 급락하고 움직이지 않던 종목들이 급등하면서 “순환매”와 같은 현상이 계속 반복된다면 투자자들의 인식은 점점 바뀌어 갈 것입니다.
아마 그때쯤에는 이렇게들 말하겠지요?
“고평가된 버블 종목에서 저평가된 종목군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재평가되고 있다.”라고 말입니다.
물론, 시장의 기세는 군중의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기에 어찌 흘러갈지는 모릅니다. 다만, 눈에 띄게 크게 발생한 “성장주 급락 속에 소외된 종목들의 급반등 현상”은 간과하기보다 반복되는지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2024년 7월 12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 [ CIIA / 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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