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이스라엘, 가자 최남단 피난처 라파 공습
WTI(3월)는 한주간 지정학적 리스크 반영하며 5.7% 상승 마감했다. 지난주 EIA의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 하향 조정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 영향에 상승했다. 홍해지역에서 지속되는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과 시리아 친이란 민병대의 미군 공격이 계속해서 유가를 압박하는 가운데, 주말 사이 이란으로 향하던 그리스 곡물 선박의 공격까지 발생하자 시장은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다. 브라질에서 출항한 그리스 선사 벌크선은 옥수수를 선적한채 이란으로 향하고 있었고 후티 반군에게 두차례 미사일 공격을 받아 배 일부가 손상됐다. 이번 공격은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이란과 관련된 선박에 가한 첫 공격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후티 반군의 공격에 대한 이란의 책임론을 의식해, 후티 반군이 이란과는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꾸며진 행보로 인식하고 있다.
국제 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일 새벽,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 대대적인 지상공격작전을 시작했다. 이스라엘 인질 두명을 구출하는데 성공했으나 그 과정에서 최소 100명 이상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 최남단에 위치한 라파는 이집트와 맞닿아 있어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주요 관문이기도 하지만 가자지구 주민 중 절반인 140만명 가량이 피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최대 난민촌이기도 하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지도부가 라파에 남아있기 때문에 이곳을 점령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공격직전 만류하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이후에도 공격이 단행된 점은 이스라엘의 바이든 패싱이 본격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공격으로 미국과 함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왔던 카타르는 이번 이스라엘군의 지상전에 대해 가장 강력한 언어로 이를 비난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휴전 협상 가능성이 다시 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유가에 상승 압력은 제한적이었다. 애초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러시아와 같은 주요 원유 생산국이 아니었던데다, 수에즈 운하 루트 우회로(희망봉 루트)에 시장도 어느정도 적응한 영향이 컸다. 애초에 우회로가 존재하지 않는 호르무즈 해협의 운행차질이나 미국의 이란 제재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한 제한된 상승 압력을 주는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OPEC내 2위 원유 생산국인 이라크가 터키와의 합의(쿠르드자치구 수출 재개) 이후에도 OPEC+와의 약속을 지킬것을 재확인했다. 터키와 이라크간의 마찰로 작년 3월부터 이라크 쿠르드자치구에서 생산된 하루 45만 배럴 원유 수출이 중단되었으나 합의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서 초과 공급에 대한 우려를 낮추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라크는 현재 약 340만bpd 가량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시장은 1월 약 420만bpd 수준으로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 중이다. 작년 OPEC+ 회의에서 이라크는 22만bpd 자발적 추가 감산에 합의한 바 있는데, 이라크 원유 장관은 이를 준수하기 위해 생산 목표치인 400만bpd를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