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일 세계 최대 국영석유 기업인 아람코사가 하루 원유 생산량을 1,300만 배럴로 늘리는 계획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사는 정확한 배경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고 사우디 에너지부에게서 지속 가능한 최대 산유 능력을 하루 1,200만 배럴로 유지하라는 지침을 받았다고만 설명했다. 과거 2020년 사우디 아람코사는 (하락세를 이어가던 주가 방어를 위해) 2027년까지 하루 1,300만 배럴로 생산 캐파를 늘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사우디가 이러한 결정을 한 배경에는 1. 현재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900만 배럴 수준으로 300만bpd의 spare capacity가 존재해 여유가 있고 2. 주요국들의 고금리로 장기 원유 수요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인데다 3. 최근 사우디 아람코사의 사업 다변화 기조와 정부의 비석유로부터의 수입 다변화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석유 외 프로젝트에 자금 추가 투입을 염두에 둔 결정 때문인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결정이 철회가 아닌 보류라는 점에서 아직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지만 사우디 정부의 경제 다각화 스탠스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2월 유가 전망: 수요 감소 우려와 공급 차질 우려간의 싸움
시장은 이미 수요측면에서의 가격 하락 압력을 작년말부터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가파르게 오른 주요국들의 금리 영향이 고용과 산업, 경제 지표에 일부 반영되기 시작했고 수요 반등을 기대했던 중국도 최근 헝다 청산 이슈와 지방정부 부채, 외국 자본 이탈 등을 겪으며 대규모 부양책에 대한 기대도 한풀 꺾인 상황이다. 중국의 대규모 부양책이 나온다고 해도 실제 원유 수요까지 영향을 주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최소 6개월 이상)되고 이마저도 코로나 전후로 2억 배럴 이상 사들인 값싼 이란산과 러시아산 원유 재고로 충당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발 수요 개선에 따른 유가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그리고 홍해 이슈가 부각되면서도 $80를 쉽게 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1월과 차이가 있다면, 그동안은 원유 공급에 직접적인 차질 이슈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최근 이란의 행보와 미군 사망 사건 이후 반격의 명분이 생긴 미국에게 공이 넘어간 상황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수단인 추가 제재나 군사적 압박 모두 이란발 공급 차질(호르무즈 해협 차단, 생산 차질) 이슈를 부각시킬 수 있는 점은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에너지 물가 안정과 대선을 앞둔 부담에 미국도 이란과 직접적인 대립은 최대한 피할 가능성이 높지만 보여주기식 반격이 예상되는 만큼 2월 중 단기 공급 차질 이슈가 부각될 전망이다. 추가 상승 여력은 존재하나 여전히 남아있는 수요 불안이 유가 상단을 제한하는 만큼, $80를 상회하더라도 장기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