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일 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후퇴와 공급 과잉 우려로 조정받았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중이다. 홍해항로 운항 차질이 장기화됨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지의 자동차 부품 부족이 커지고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의 장기화 조짐이 보이자 미국과 영국은 예멘에 세번째 공습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홍해 선박을 겨냥하고 있던 대함순항미사일 4기와 군사시설 일부를 공격했다. 수시간 뒤 후티 반군은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해 그리스 선박을 공격하고 글로벌 에너지업체인 셸이 홍해 운송을 무기한 중단하는 등 주요 에너지 항로인 홍해 루트의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영향이 유가 하단 지지력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지난주 사우디의 깜짝 수출가 인하에 이어 OPEC+내 또다른 맹주국인 러시아가 연초부터 약속했던 감축량을 전혀 지키지 않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1월14일 기준 러시아의 석유 제품 수출량은 322만bpd로 전주 대비 무려 15%가 증가했다. 러시아는 금년 1분기부터 작년 5월과 6월 기준 수출 물량인 228만bpd 수준 대비 20만bpd 가량 수출량을 줄이기로 합의한 바 있다. 현재 데이터 기준으로 약속한 물량보다 무려 110만bpd를 더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연준 윌러 이사의 매파적 발언으로 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론이 다시 부각된 점도 유가 상단을 제한했다. 2% 목표 달성에 근접했지만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며 금리를 너무 일찍 내리기 시작한 뒤 물가가 재차 상승하게 될 경우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에 최근 힘이 실리던 3월 인하 기대가 소폭 후퇴(블룸버그 연방금리 선물 기준 12일:78%→16일:63%)했다.
전일 천연가스 가격은 12% 급락세를 보이며 마감했다. 금주 역대급 한파 도래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대규모 전략난이나, 생산시설 가동 중단, 현물 가격의 추가 상승이 확인되지 않았고 다음주와 이후 날씨 예보가 지속적으로 온건하게 조정됨에 따라 난방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 때문이다. 특히 다음주부터 30년 평균 대비 높은 온도가 예상되는 점이 향후 선물 매수세에 대한 기대를 낮췄다. 금주 발표가 예정된 천연가스 재고는 약 -1,500억cf, 다음주 재고는 금주 역대급 한파 영향을 반영해 3,000억cf 수준 이상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아직 이번 주말 이전까지 한차례 추가 한파가 예고되어 있으나 일부 지역내 생산차질에 대한 장기화 조짐이 부재하고 중기 날씨 전망의 지속되는 완화 예보가 천연가스의 추가 상승을 제한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