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6개월여의 주식시장을 보내고, 이제 하반기를 눈앞에 둔 상반기의 마지막 거래일인 오늘입니다. 지난 6개월 증시는 2020년 하반기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게 할 정도로 큰 하락이 발생하였지요. 코로나와의 전쟁이 끝나니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속에 상반기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끝까지 짜내었습니다.
오늘 증시 토크는 지난 상반기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겠습니다.
코스피 지수를 2020년부터 바라보다 보면, 학창 시절 미술 시간에 하던 데칼코마니가 떠오르더군요. 왼쪽과 오른쪽을 거울로 비춘 듯한 지수 차트는 흐름은 2년 만에 흘러간 증시 흥망성쇠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조정장은 결국 2022년 상반기를 보내면서 주식시장은 2020년 여름 증시까지 되돌아오고 말았습니다. 특히 올해 상반기의 경우는 2020년 이후 사회, 경제적, 국제적인 충격을 안겨준 코로나 사태가 해소되고 종결되는 과정에 오히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증시 전체가 –20% 수준의 낙폭을 만들면서 공포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초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기 시작하면서 보복성 소비가 더 가속화되었고, 이 과정에서 전 세계적인 물류 대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준의 긴축이 결국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상황이었습니다. 파월 의장이 작년 내내 언급하던 “transitory(일시적)”이라는 표현이 그때까지는 맞아떨어질 수 있을 듯하였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원자재 가격은 폭등하면서 통제 불가능한 인플레이션 상황으로 치달았고 급기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전년 비는 40년 내 최고치를 경신하게 됩니다. 그 후 CPI 전년 비 8%대는 3월 이후 일상적인 수치가 되면서, 미국 연준과 파월 의장은 매우 강력한 긴축을 시작하였습니다. 제로금리였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3월에 25bp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5월에 50bp 빅스텝 인상 그리고 이번 6월에 75bp 자이언트 스텝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미국 기준금리는 1.5%~1.75%까지 높아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 주식시장은 올해 –20% 수준의 하락률을 기록하였고 버블 영역권에 있던 글로벌 성장주들과 기술주들의 낙폭은 이보다 더 큰 낙폭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특히 가치 평가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버블의 핵심이었던 코인 시장은 매우 심각한 붕괴가 지난 6개월 동안에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한국증시는 대외적으로 힘든 환경 속에서 그런대로 선방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는 과정에 엄청난 증시 유동성을 흡수하고, 패시브 자금들의 LG엔솔 편입/편출하는 과정에서 증시가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특히 LG엔솔 상장 이후 시장 밸류에이션 레벨이 높아지면서 1월 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싸다고 표현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이는 지난 1월 증시 토크에서 너무 자주 다루어 왔기에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즉, 1월 증시 한국증시 급락은 글로벌 이슈도 있겠지만 LG엔솔 상장 후폭풍이 증폭시켰다 할 것입니다.
이후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을 때 잠시 한국증시가 흔들리긴 하였습니다만, 5월까지는 전반적으로 양호하였습니다. 주가지수 2,600p 부근에서 바닥을 잡으려는 조짐도 있었고, 코스닥 및 중소형주들을 중심으로 한 반등이 제법 강하게 나오면서 코스피 지수는 지지부진한 가운데 개별 종목 장세가 2월~5월에 펼쳐집니다.
하지만, 6월에도 전 세계 물가가 잡히지 않다 보니 6월 FOMC 회의에서의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되고 5월 말 코인 시장에서 발생한 루나 코인 사태 이후의 코인 시장 붕괴는 주식시장에도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치면서 6월 증시는 급락장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나 한국증시에서는 과도했던 빚투 자금들이 반대매매와 강제청산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무차별적인 투매가 종목 전체에 발생하였지요. 그 결과 6월 증시는 대부분 종목들이 급락하다 보니 2월~5월 사이 강세를 보였던 코스닥과 소형주들의 상승분은 반납 수준을 넘어 큰 폭의 하락으로 상반기를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조정장은 결국 1년여의 긴 기간 조정 그리고 주가지수가 –20% 이상 하락한 중급 하락장을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작년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코스피 지수 하락 폭은 –28%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이전 1년과 정반대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고 말았지요. 특히 올해 상반기를 보내면서 주식시장에 염증을 느끼고 증시를 떠나는 분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남아있다 하더라도 포기한 분위기가 대부분입니다.
지난 6개월 아쉬움이 클 것이고, 더 길게는 지난 1년여 투자자들은 힘든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 이후 주식시장과 경제 사이클이 매우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 속에서 앞으로 남은 2022년의 하반기 증시는 어찌 흘러갈까요? 모두가 불안해하듯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긴축 속에 불안하게 흘러갈 수도 있을 것이고, 한편 빨라진 순환 사이클로 인하여 의외의 흐름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물론, 시장은 어찌 흐를지는 정답을 알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지금 주식시장은 6개월, 1년 전과 비교해 너무도 싸져 있습니다.
2022년 6월 30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및 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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