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박하게 돌아가는 우크라이나 전황처럼, 전 세계 금융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는 미국의 매우 강한 긴축 가능성을 높이고 있고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제 침체 우려 속에 장기 금리가 급락하니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가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사면초가에 빠진 경제 상황은 투자자들의 긴장과 혼란만 커지게 하는 요즘입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vs 원자재 급등/고물가에 따른 긴축
사면초가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최근 경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 연준 처지에서 생각해 보면, 정말 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첫 번째 문제로 물가는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올해 들어 전년 대비 7%를 넘은 소비자 물가 상승이 매달 반복되고 있고, 3월 10일에 발표될 2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7.9%에 육박한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 가격 및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니 자칫 1970년대 오일 쇼크 때 수준의 물가 폭등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쏟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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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두 번째 문제가 상충합니다.
그 두 번째 문제는 향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단 점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고, 긴축이 자칫 겨우 돌려놓은 경제를 무너트릴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10년 국채 장기 금리는 한 달 전 2월 중순 2% 윗선에 있었으나 지금은 1.7%를 붕괴시키고 1.69%까지 밀려 내려왔습니다.
한쪽에서는 물가 불안을 잡아야 하는 상황인데 원자재 가격은 미친 듯이 날뛰니 소비를 꺾어서라도 물가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고, 한쪽에서는 그랬다가는 다시 경제 침체에 빠져 수렁에 빠질 수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금융시장은 그 혼란처럼 향후 금융시장에 대한 해석도 각양각색이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장단기 금리차 (미국 10년 국채 금리-2년 국채 금리) 급락은 민감한 변수
긴축은 해야 하고,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그 사이에서 고래 싸움에 눌린 새우처럼 매우 빠른 속도로 악화하는 경기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입니다.
단기 금리는 미국의 기준금리와 긴축 속도에 연동되고, 장기 금리는 경기와 물가 수준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런데 긴축은 진행되어야 하고 경기는 불확실해지니, 장단기 금리차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올해 초 85bp(0.85%P) 수준에 있었던 미국 10년 국채와 2년 국채의 스프레드가 단 두 달만인 지난주 후반 24bp(0.24%P)까지 60bp 이상 낮아졌습니다.
참고로 그 직전 장단기 금리차가 145bp에서 85bp까지 60bp 낮아지는 데에는 작년 5월부터 대략 반년의 시간이 걸렸던 것을 고려한다면 매우 빠른 장단기 금리차 축소 속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칫, 다음 주 있을 3월 FOMC 회의 이후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이 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것입니다.
만약 이번 봄에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된다면?
올해 중순 정도 또는 늦으면 올해 하반기에 역전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장단기 금리 역전 가능성은 이번 봄에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습니다. 물론, 2018년 연말~ 2019년 중순처럼 10bp 수준에서 반년 동안 간신히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만, 최근 장단기 금리차 축소 속도는 칼날처럼 날카롭다 보니 만약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지금입니다.
만약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된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요?
일단, 장단기 금리차 역전에 대한 투자자들의 학습이 많이 되어있다 보니 과거보다 그 순간에 투자심리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는 날 증시 관련 뉴스와 증시 커뮤니티, SNS 그리고 유튜브 등에는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었으니 지구 멸망의 날이 왔다는 분위기가 가득할 것입니다. 그리고 증시에는 단기 충격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단기 금리차 역전 후 투자자들이 정말 두려워하는 대폭락은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는 게 변수입니다. 마치 시한폭탄과도 같아서 역전 후 바로 터질 수도 있고, 2019년 역전 때처럼 반년 정도 후에 터질 수도 있으며 2005년 12월처럼 2년이 지난 후에 터질 수도 있습니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지요.
그러다 보니 장단기 금리차 역전만 보고 투자를 접는 것은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만약을 위한 보조적 전략 하나는 마음속에 챙겨두자
그렇다 하더라도 2019년 여름 장단기 금리차 역전 후 2020년 3월 코로나 쇼크 그리고 2022년 인플레이션 우려와 긴축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혼란이라는 사이클 과정을 생각해 보면, 2000년대 중반에 있던 장단기 역전 사이클보다는 조금 더 빨리 우리가 걱정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만약을 위한 보조적 시나리오 전략 한가지는 마음속에 둘 필요는 있다 봅니다.
공격적인 비율로 자산 배분 전략을 세팅한 투자자라 하더라도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고 나면 안전자산 비중을 조금 더 높인 후, 언제일지 모르지만 D-day가 발생하여 모두가 아비규환에 빠지면 재진입한다는 시나리오를 마음속에 두는 것이지요.
90vs10(주식 vs 안전자산)으로 투자한 분이라면 장단기 금리차 역전 후에는 80 vs 20 전략이나 70 vs 30 전략으로 조금 더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는 장단기 금리차 역전되었더라도 주식시장이 되려 상승장이 이어질 때, 장단기 금리차 역전만 보고 주식을 모두 정리하였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필자는 주식투자에서 이런 상황이 가장 위험하다 봅니다. 결국 가장 높이 상승한 때 참고 참다가 뒤늦게 주식을 매수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주식 비중이 일정부분 있기에 갑자기 D-day가 발생하였을 때 위험에 노출되긴 합니다만, 일정부분 안전자산이 있기에 충격 정도는 완충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보조적 전략 한 개씩 꼭 마음속으로 시나리오 세우고 준비하고는 있어야 할 요즘입니다. 그리고 그 보조적 전략은 차후 증시 평지풍파가 지나간 후에 큰 기회를 잡게 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