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월 21일 오전에 쓰였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부스터 샷도 맞고 해외 거주를 위해 한국 삶을 정리하면서 1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들었던 차도 내놓고 집도 정리하는데 짐이 참 많아서 결국 경기도의 한 창고를 이용하기로 했고요. 나이가 들수록 한국의 겨울이 그다지 달갑지 않은 것 같습니다. 춥더라고요. 특히 온난화의 역습이 의외로 추운 겨울을 나게 만드는데 옛말에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쉬지 않고 영하의 날씨다 보니 집콕하는 날도 많아지고 살도 찌고 그런 것 같습니다. 2월 말까지 한국에 있고 따뜻한 나라로 출국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시장은 12월 오미크론으로 인한 하락에 이은 회복의 산타랠리를 보인 후 고점을 찍은 다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S&P 500은 고점 대비 -5%대, 나스닥종합지수은 -10% 정도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안다면 우리가 겁을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얽히고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봅시다.
먼저 러시아 이야기입니다. 아시다시피 러시아는 거대 산유국이고 그 중심에 가즈프롬이라는 국영 석유업체가 러시아 증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GDP의 10%를 넘게 차지할 정도니 한국의 삼성전자보다 훨씬 큰 비중의 기업입니다. 그런데 유가라는 것이 반도체 가격보다도 훨씬 탄력성이 큽니다. 변동성이 크다는 이야기죠. 적어도 반도체 가격이 마이나스로 가지는 않으니까요. 아무튼 러시아는 다른 산유국들과 마찬가지로 고유가가 유지되기를 누구보다도 원하는 나라입니다.
펜데믹 이후로 각국 정부는 돈을 풀어서 모든 자산 가격들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끝물에 바로 원자재가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것이 작년 중반부터라고 볼 수 있죠. 사실 지금의 유가도 각국 정부, 특히 미국 정부가 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러시아의 푸틴은 지금 미국의 아킬레스 건을 잡고 흔들고 있습니다. 바로 인플레이션이죠. 유가 하나만으로도 미국을 흔드는 Wag the dog, 즉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증거로 취임 1년 만에 지지율 33%까지 떨어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미국 국정운영이 진퇴양난입니다. 대통령 리더십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죠. 그 사이를 트럼프가 지금 물밑에서 열심히 유세를 다니는 모습을 봅니다. 어찌 보면 트럼프보다도 국정운영을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뭘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해야 할까요? 트럼프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모든 것을 망치고 있었는데 그래도 존재감은 있었던 것 같긴 합니다. 그렇다고 트럼프의 컴백을 환영하지는 않습니다. 꼭 이번 한국 대선에서 찍을 사람이 없는 것처럼 이도 저도 아닌 상황입니다.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민족부터 모든 것이 러시아와 많이 비슷하죠. 그리고 꿀단지라고 할 정도로 자원이나 농산물 그리고 흑해로의 진입 등 러시아가 한번 꿀꺽하면 정말 많은 것들을 쟁취할 수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있어서 원래 우리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병합하는 데 있어서 전혀 거리낌이 없죠. 크림반도도 그렇게 맛있게 먹어버렸습니다. 제가 볼 때는 결국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언젠가는 먹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되도록 전쟁 없이 상처 나지 않게 말입니다. 늘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먹을 기회를 기다려왔고 크림반도 강제 합병 때도 남유럽 위기 등으로 인해 유럽의 힘이 약할 때 꿀꺽했었고 8년을 기다려서 현재는 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상황을 노린 것입니다. 2008년에는 서브프라임사태로 미국이 힘들때 조지아를 침공했던 것이 바로 러시아입니다. 역사가 이렇게 반복이 됩니다. 이번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죠.
그 이유는
1. NATO가 우크라이나 방어에 의지가 없다.
2. 미국과 유럽의 제재 방안이 너무 약하고 현실성이 없다.
3. 그 제재 방안 자체도 부메랑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세 가지로 간단명료하게 설명이 됩니다.
특히 두 번째 제재 방안 중 하나인 미국의 SWIFT라고 하는 국제 결제망 퇴출 같은 경우는 오히려 러시아로 하여금 위안화 결제망으로 붙어버리게 하는 역효과가 있기도 합니다. 위안화의 세계화에 지대한 역할을 할 것이죠. 특히 유럽에 가스를 팔아 재끼고 있는데 자금은 어떻게 받을까요? 현실성이 없습니다. 이미 미국은 러시아에 많은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그러한 것들은 처음에나 불편하지 시간이 지나면 다 우회하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저도 러시아에 가서 느꼈던 점은 굉장히 미국 기업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거대 산유국이고 부유층의 돈이 넘쳐나는 나라가 바로 러시아입니다. 저는 세계 160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벤츠 S 클래스가 모스크바만큼 많이 다니는 도시는 처음 봤습니다. 그뿐 아니라 맥도널드 등 소매기업들도 많이 진출해있죠. 이들의 비즈니스가 막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도 큰 손해죠. 이 부분은 위에 언급한 3번. 그 제재 방안도 부메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이야기와 궤를 같이합니다. 게다가 노트르 스트림 2를 막아버리면 유럽은 천연가스를 미국에 비싼 돈을 주고 사 와야 할까요? 이는 독일을 위시한 유럽의 반발이 예고되는 부분입니다.
아무튼 푸틴으로서는 국경에 군대 좀 보내 놓고 있으면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알아서 올라주니 정말 너무 좋죠. 국제적으로 존재감까지 과시한다는 것도 외교적으로나 푸틴의 국내 정치적인 입지에 있어서도 큰 소득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러시아의 푸틴 지지율은 상당합니다. 일거양득이 아니라 일거 오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 대처하는 미국과 유럽의 모습을 보면서 애처롭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푸틴은 이 행복한 시간이 오래오래 가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다음 대통령은 트럼프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겠죠. 합법적인 대선 개입입니다.
비슷한 일들이 아래쪽 중동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드론 몇 대 보내서 공격 좀 하니 유가가 또 뜁니다. 드론 몇 대 가격 얼마나 하겠습니까? 어찌 보면 선거철만 되면 북한이 미사일을 뻥뻥 쏘듯 짜고 치는 고스톱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일은 역사적으로 흔히 있는 일이죠. 사우디 같은 경우는 절대 전면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빈살만으로서는 돈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나 좋습니다. 미국이 유가를 낮추라고 경고하지만 이 상황은 사우디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하면 미국도 할 말은 없죠.
사우디가 전쟁 비용으로 돈을 써도 그 돈이 유가상승으로 메꿔지는 화수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빈살만은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표정관리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유가 하나가 인플레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바로 이러한 국제정세가 오미크론과 함께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고 결국 막무가내 금리인상 엄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은 늘 금리인상과 인하의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던 과거가 있는데 하반기에 경기가 다시 회복하기 시작할 텐데 지금 이렇게 강력하게 금리인상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실익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올릴지는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지난번 독투에서 금리인상에 대한 1차 백신 접종은 작년에 이미 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2차 접종은 S&P500이 -5%까지 갔는데 누구도 예상 못한 지정학적인 이유가 컸다고 생각이 됩니다. 저도 이전 독투에서 이러한 텐트럼은 -10%를 넘지 않을 것으로 이야기했는데 현금 있는 분들은 세일 기간을 즐기시고 저처럼 주식 100%인 분들은 시장을 무시하시고 더 재밌는 일들에 집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주식투자자들로서는 매년 오는 -10%대의 조정에 그다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번 MS의 블리자드 액티비전 사의 입이 떡 벌어지는 82조짜리 인수합병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투자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훨씬 개이득입니다. 메타버스는 버블이라고 11월 독투에서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대형사 위주로 가시라고 말씀드렸죠. 그 이후 메타버스 관련 주식들은 폭락했습니다. 로블록스는 고점 대비 -30% 정도 빠졌죠. 원래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면 기대감으로 폭등했다고 숫자가 안 나오면 다시 폭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숫자를 만들어가면서 다시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그러한 테마가 산업이 되면 주가는 10배가 갑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전기차 산업이 좋은 예입니다.
금리인상으로 주식시장이 이제 끝날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고 인플레가 영원할 것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는 '돔향챠'라는 단어를 며칠 전에 봤는데 뜻을 보니 '도망쳐'라고 하더군요. 이러한 새가슴 주린이 마인드라면 주식을 하지 않는 것이 본인 노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식투자는 안타깝게도 선천적으로 좀 듬직하고 엉덩이 무거운 분들이 곁가지 시장의 움직임에 흔들리지 않고 큰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매크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연중 저점을 찾는 시기입니다. 240조 원을 굴리는 켄 피셔의 한마디를 남겨 봅니다. "연말에 미 증시 두 자릿수 상승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