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사이 혹한의 날씨로 인해 월요일 아침 여의도 사무실은 얼음골이 따로 없을 정도였습니다. 난방을 최대한 가동하고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추위는 가시지 않았습니다. 분명 사무실 온도는 출근하였을 때보다 10도 이상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자심리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꽁꽁 언 투자심리가 따뜻해지고 온기가 왔다는 것을 실감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는 시장 변화와 변동성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시장의 추세가 돌아섰어도 실감하는 데에는 충분한 열기가 필요
오늘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니 사무실 온도가 2도였습니다. 아무리 주말 사이 혹한다고는 하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사무실은 추웠습니다. 난방을 가동하고 몇 시간이 지나니 겨우 15도.
분명 출근했을 때보다 10도 이상 올라왔음에도 따뜻해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더 춥게 느껴지더군요. 아마도 사무실 온도 20도는 되어야 춥다는 생각을 않을 듯합니다.
최근 주식시장도 비슷합니다.
지난 10월과 11월 증시는 마치 한파가 몰아친 듯 투자심리를 꽁꽁 얼렸었지요. 코스피 종합주가지수는 2,900p가 깨지고 2,800p를 위협하는 살벌한 장세 속에 코스닥과 중소형주들은 이유 없는 폭락이 매일 매시 정각마다 발생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종합주가지수는 3,000p를 넘어서 있고, 코스닥 지수는 다시금 1,000p를 넘어 천스닥의 명예를 회복하였습니다.
하지만, 투자심리 측면에서 보면 혹한의 주말을 보낸 이후 제 사무실처럼 아직도 차갑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분명 주식시장이 제법 추세를 돌려놓았지만,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분은 실감이 나지 않으실 듯합니다.
심리적으로 위안을 줄 만한 마일스톤을 주식시장이 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즉, 시장이 더 높이 올라가야만 투자자들은 온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원금 최고점의 법칙 : 주가지수가 직전 최고점까지 오지 않으면.
“원금 최고점의 법칙”은 필자가 만든 용어입니다.
나 자신이 얼마 전 보았던 주가나 주가지수 최고점 때의 평가 자산이 내 투자 원금처럼 뇌가 기억하는 심리를 의미합니다. (※ 아마 투자심리학 논문 중에는 다른 용어로 정의되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올해 플러스 수익률이라 하더라도, 올해 상반기에 보았던 계좌의 최고 평가금액을 깊이 기억하고 있기에, 현재 주가지수나 주가 또는 계좌 평가금액이 그보다 낮을 경우, 마치 큰 손실을 본 것처럼 느끼게 되지요. 이런 심리가 바로 “원금 최고점의 법칙”의 대표적 상황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주가지수가 저점 대비 제법 올라와 3,000p를 탈환하였다 한들 시장 참여자들이 느낄 때는 아직도 주식시장은 한겨울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 얼마 전까지 3,300p 봤는데 지금 지수 3,000p면 시장은 영하 10도 같은 –10% 하락이네?”
이처럼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의 주가가 충분히 올라 직전 고점에 이르지 않으면 개인투자자로서는 그저 꽁꽁 언 겨울 날씨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시점은 대략 주가지수가 직전 고점에 이르렀을 때란 점을 말입니다.
다른 관점 : 군중심리가 온기를 느낄 즈음엔 제법 높은 증시 상승률이 있었던 후
그런데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투자자들이 느낄 때 온기가 느껴지는 주가지수 3,300p에 이를 즈음이면 이미 현재 지수 대비 +10% 이상 상승한 후입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어 투자자들은 다시 움직이고 있을 것입니다.
TV 뉴스와 경제 관련 SNS, 경제 유튜브 채널에서는 주가지수 신고점 돌파 후 시장에 대한 흥분과 열기를 쏟아내고 있겠지요.
아마 그때가 되면 올해 초 보았던 투자자들의 열기를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전까지는 오를 듯 말 듯 하면서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면서 천천히 상승하고 있을 것입니다. 최근 12월 증시에서 경험하신 것처럼 천천히 말이지요. 그러다 올해 최고치 수준인 주가지수 3,300p에 이르면 투자자들은 열광하며 다시 뛰어들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군중심리가 차갑게 식어 12월에만 –8조 원에 육박하는 개인투자자의 매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 즈음 되면 “가즈아!”를 외치고 있겠지요.
그저 현명한 투자자들은 군중심리에서 몇 걸음 떨어져 차갑게 식은 군중심리가 쓰레기처럼 버린 귀한 흑진주를 주워 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증시역사는 반복됩니다.
그러고 보니 사무실이 이제 20도에 이르러 온기가 느껴집니다. 군중심리도 이처럼 온기가 도는 데 오랜 시간과 중요 지점까지의 상승이 필요합니다.
2021년 12월 27일 월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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