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투자 일지 - 원자재 투자가 그렇게 만만할까?

입력: 2021- 08- 09- 오전 08:57



처음 신입사원 일 때 열심히 보던 리포트가 메릴린치에서 나오는 100p 정도 되는 영문 리포트였다. 주간인지 월간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메릴린치 아시아 홈페이지에서 직접 다운로드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리포트가 정말 좋았던 것은 글로벌 투자은행의 관점에서 고퀄의 자료를 그것도 무료로 뿌렸던 것이었다. 일일이 줄을 쳐가면서 봤는데 출퇴근하는 버스에서도 봤던 기억이 난다. 리만 사태가 터지고 부서가 정리가 되었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인수가 된 것이 크겠지) 이후에는 서비스 페이지가 사라져 아쉽긴 했다. 그것을 번역하는 번역본이 간간히 나올 때면 한국 데스크의 대리 과장급 인원들에게 엄청 고마웠다. 그게 없을 때는 주말 하루를 할애해야 했다. 한국어판은 원판이 나온 후 1~2주 뒤에 나오기도 했다. 주식 대회에서 입상했던 기억도 있고 주식으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에 입사 후 전 증권사 리포트를 종이로 구독하여 보기도 했다. 매일 내가 읽어야 할 책들이 출근하면 객장 입구에 신문과 함께 놓여 있었다.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의 위치 같은 것들, 그리고 원자재와 농산물 동향이다. 흔히 개인들이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것 같아...라고 할 때 생각하는 것이 '경기가 회복되니 원자재 및 농산물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오를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농산물 같은 경우는 작황이라는 것도 있고 농부들이 이번에 생산을 얼마나 늘릴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작년에는 옥수수를 키웠는데 이번에는 다른 것으로 바꿀 수도 있다. 기후는 정말 미지의 영역이다. 엘니뇨가 올지 홍수나 날지 가뭄이 들지는 20년 전에도 예측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기후 이상 현상으로 더 어려워졌다.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기상인데 현재는 전혀 다른 챕터로 넘어가 과거 데이터가 무용지물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결국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는 공급과 수요가 중요한데 공급은 개인들이 전혀 파악이 어려운 부분이다. 솔직히 증권사 애널들도 맞히기 어려운 부분이다. 골드막 삭스는 위성을 빌려 파악하기도 한다. 물론 전 세계 밭을 모두 전수조사를 하는 것은 아닐 테다. 여기에 확실하지도 않은 '수요'만 보고 개인들은 달려들기도 한다.

또한 원자재 가격은 변동성이 가장 큰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투기세력이다. 가격의 70%는 투기세력들이 가지고 논다는 이야기도 메릴린치 리포트에서 배웠다. 지금은 그 정도가 더 클 것 같다. 근래 목재 가격이 반토막이 났는데 목재 사용량이 반토막이 나서 인가? 미국 내 집값은 서브 프라임 사태 수준까지 올라섰을 정도로 호황인데 말이다. 물론 목재 가격의 수요가 정점을 지나가는 것 같다는 이야기는 들리지만 그래서 반토막은 개인들 계좌 탈탈 털리는 이야기에 가깝다. 그 폭락은 누가 결정하는가? 바로 투기세력이다. 모든 투자자들 머리 위에 있는 이들이다. 어떤 원자재 애널리스트도 목재가 곧 반토막이 된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없다. 내 기억에 봐도 원자재 애널들은 생명이 짧았던 것 같다.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업에서 마지막 4년을 같이 일했던 선물 옵션 같은 파생 트레이더들은 굉장히 공격적이다. 성격적으로도 공격적이다. 생각이 틀렸다 싶으면 바로 대규모로 때리기도 한다. 재빠르다. 본업이 이쪽이 아닌 개인들이 이들의 빠른 동물적 감각과 데이터 베이스, 경험치를 이긴다면 나는 그분께 내 재산을 맡기고 싶을 정도다.

영상에서 한 트레이더가 이야기한다. 곡물 가격의 움직임이 투기세력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어떠한 자금이 움직이는 통로로 전락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모든 자산이 이제 유동성 따먹기 전쟁인데 비트코인이 유동성을 흡수하면 다른 자산들이 영향을 받는 것이 일례다. 머니 네버 슬립스라는 말도 이제 진부하고 새삼스럽지만 이렇든 원자재 가격을 쉽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원자재와 농산물은 글로벌 경기 및 환율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어있다. 근래 많은 분들이 연준의 입에 촉각을 곤두서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민감도도 정말 높아졌다. 유동성이 글로벌 경기와 자산 가격을 좌지우지하고 그 헤게모니를 연준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내가 앞서 이야기한 것들을 마스터했을까? 고민해보길 바란다. 특히나 환율 자체로도 정치 경제 외교 같은 영역이 큰 힘을 발휘하는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환율을 예측할 수 있는가? 나는 자신이 없다.

존경하는 칼럼니스트(?)인 짐 로저스가 만년 사기꾼 소리를 듣는 이유도 그렇다. 그는 글로벌 농산물 지수인 로저스 지수를 만들 정도로 40년 이상 전문가 소리를 듣지만 그의 예상대로 투자를 했다면 그간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원자재 가격의 급등락이 너무 심했는데 '원자재 가격은 장기 우상향 한다.'라는 하나님 부처님 소리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심지어 유가는 2008년 140불 가까이 갔다가 현재 70불 선이다. 10년간 평균 5~60불대에서 움직였다고 해도 수익률은 형편이 없는 것이다.

가끔 신문을 펼치면 ㅇㅇㅇ 센터장이나 ㅇㅇㅇ PB가 나와서 원자재는 ㅇㅇ가 유망하니 이걸 사세요. 하지만 포트폴리오의 비중은 10%라고 한다. 10%를 부른다는 것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수익이 나면 제가 잘 맞췄죠? 가 되고 손실이 나면 비중은 작으니 더 버티세요라고 할 것이다. 내가 적어놓고도 제시 리버모어나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한 말 같다.

아래 영상을 보면서 옥수수라는 농산물에 대하여 곱씹어 봤으면 한다. 옥수수가 얼마나 대단한 농산물인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그것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시카고 상품 선물 시장(CBOT)에서 가격이 결정되는지의 메커니즘을 아주 조금 엿볼 수가 있다. 금이나 구리 같은 원자재 투자를 쉽게 보는 요즘 같은 세태에 내 투자가 객기의 영역이 아닌가 겸손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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