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하여도 큰 하락 변동성이 나타나지 않는 데에는 작년부터 급증한 개인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중요한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만의 매수 행진은 한편 외롭기까지 합니다.
오랜만에 개인의 수급을 분석하여보면서, 주식시장에 어떤 모습이 나타날지에 대해 오늘 글에서 이야기해 드리고자 합니다.
▶ 작년 초부터 개인투자자 쉼 없이 증시로 자금을 유입시키고 있다.
작년 초부터 개인투자자의 수급이 수상하고 추세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자주 칼럼을 통해 이야기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후 계속 “개인 투자자금 순증(예탁금 증감 + 개인 순 매매)”이라는 저만의 새로운 용어를 통해 개인 수급을 분석해 왔습니다.
예전 같다면 이미 증시 주도권을 외국인이나 일부 기관이 쥐고 증시를 흔들고 있었겠습니다만, 개인의 꾸준한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밀리면 더 사들이면서 주식시장이 하락하려 하여도 하방경직을 강하게 만드는 모습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좌측 : 개인 코스피+코스닥 월별 순 매매, 우측 : 월별 개인 투자자금 순증, 단위 : 억 원 ]
위의 표는 2020년 1월부터 2021년 7월 최근까지 개인의 코스피+코스닥 순 매매와 개인 투자자금 순증(개인 순 매매 + 예탁금 증감)을 표시한 자료입니다.
개인은 매매만으로도 사상 최대 순매수 행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대주주 양도세 3억 원 하향 헤프닝이 없었다면 연속 매수 행진을 기록할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만, 작년 11월을 제외하고 개인은 매달 꾸준히 순매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매달 수조 원씩의 주식을 매수하면서 작년 1월부터 최근까지 130조 원을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순매수하였습니다.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의 시가총액이 대략 2,700조 원이 넘은 수치를 고려한다면 전체 지분의 5~6% 수준의 주식을 개인이 물량 흡수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인 투자자금 순증은 더 엄청나지요. 개인의 순 매매와 예탁금 증감을 합친 개인 투자자금 순증 규모는 170조 원을 넘습니다. 그리고 작년 1월 이후 한 달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 개인만의 외로운 외침 : 그러다 보니.
개인의 이러한 쉼 없는 매수 속에도 불구,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는 쉼 없이 쏟아지고 있지요.
그나마 작년 연말에 외국인의 매수가 잠시 살아나면서 주가지수를 견인하였지만, 그 이후로는 다시 존재감이 사라지고 오히려 외국인은 올해 한국증시에서 23조 원에 이르는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관은 40조 원이 넘는 순매도라는 점은 참 할 말을 잊게 만듭니다.
올해 외국인과 기관의 연이은 매도가 작년처럼 지속되는 가운데 개인만이 외롭게 매수하다 보니 최근 증시는 개인의 힘만으로 견인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작년 2020년은 코로나 쇼크로 증시가 바닥에 있었고 3월 말 기준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의 시가총액이 현재 수준의 절반인 1,300조 원대에 있었기에 개인의 매수만으로도 증시가 강하게 치고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만, 작년 3월 말과 비교해 2배 늘어난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 2,700조 원 수준에서는 힘이 부칠 수밖에 없지요.
그러다 보니 증시를 개인이 지지하고 버티는 힘은 될 수 있지만, 개인이 증시를 올리기에는 한계가 분명 있다 보니 최근 증시가 작년처럼 지수 강세가 나타나기 어려운 것입니다.
▶ 주가지수가 궁극적으로 힘을 내기 위해서는 : 외국인/ 기관 중 하나라도 컴백해야
따라서, 한국증시가 미국처럼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꾸준한 상승 흐름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외국인이나 기관 수급 주체 중 하나만이라도 컴백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개인이 매수를 이어가다 힘들면 다음 주체가 수급을 이어받아 끌어 올리거나 혹은 예전 기억 저편에 기록되어있는 증시 용어 “쌍끌이 매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기관에서 가장 큰 주체인 연기금은 자산 배분 전략상 현재 지수대에서는 리밸런싱 매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투신 쪽은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애매하다 보니 총대 메고 매수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금융투자 수급은 증권사의 다양한 전략들이 섞여 있다 보니 추세적인 매수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지요.
외국인은 작년 달러·원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던 11월~12월에 매수세를 강화하였지만, 올해 들어 달러·원 환율이 1,080원에서 1,150원으로 원화 약세/달러 강세 쪽으로 방향이 잡힌 이후 외국인의 매매는 소극적이거나 매도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 개인투자자의 매매 형태도 작년과 다른 점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증시가 밀릴 때 사는 것은 같지만, 상승할 때 작년엔 개인이 강하게 매수하였지만, 올해는 상승하면 고가에 매도하는 패턴이 자주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는 작년에는 개인이 위로 밀고 올라가는 힘이 강했지만, 요즘은 올라오면 일정 부분 매도하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요. 새로운 매수 주체가 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개인의 수급은 결국 하락하기에는 버티는 힘은 있지만, 증시가 강하게 치고 가기에는 체력이 조금 부족하여 당분간 눈치 보는 증시 모습이 반복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사람의 마음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지쳐가기에….
2021년 7월 27일 화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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