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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와 이란, 그리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 문제

입력: 2021- 01- 29- 오전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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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7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당일,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남긴 흔적을 지우기 위한 각종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눈에 띄는 것은 2년간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정책에 시달린 이란의 원유 수출 제재 해제나 완화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같은 주 상원에서 미국의 제재 정책이 모두 효과적이고 정확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는 예정을 밝혔다.특히 이란이 "적절한 절차"를 통해 핵 협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의 제재는 이란 핵합의(JCPOA) 하에 핵 규제를 준수할 경우에만 완화될 것이다. 재무부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는 것이 확인된 뒤 이란의 테러 지원과 인권 유린을 막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이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란 제재는 결국 완화되리라는 것이 세간의 중론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기가 과연 언제가 될 것이며, 원유 수급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칠 것이냐는 점이다.

원유 주간 차트

흔히 JCPOA라는 약자로 불리는 이란 핵협의의 정식 명칭은 포괄적공동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으로, 미국이 2015년 이란의 핵 야망을 제한하기 위해 영국과 중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와 맺은 6자 협약이다.

이란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 이스라엘 등 세계 각국을 위협할 수 있는 원자 폭탄 제작을 포기하는 대신 거의 제한 없이 원유를 수출할 권리를 얻어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해당 협약을 탈퇴하고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실시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협정을 재개하고 제재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란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원유를 수출 중이며, 무기급 우라늄 농축을 진행 중일 가능성도 높다.

블룸버그는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일일 60만 배럴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는 페트로로직스의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의 자문업체 SCB 인터내셔널은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1월 한 달 사이에만 일일 3만 배럴에서 5만 배럴로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이 원유가 정유시설에 실제로 판매가 되었는지 아니면 추후 판매하기 위해 이동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알려진 것 이상의 이란산 원유 수출

이란 측 인사들은 이 수치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시사했다. 아미르 호세인 자마니니아 이란 에너지 차관은 산유량이 1~2개월 안에 제재 이전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당시 최고 생산량은 일일 약 400만 배럴이었다. 비잔 잔가네 에너지 장관은 이란의 "원유 제품 수출량은 제재 기간 중 원유 업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만 핵 농축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말을 아꼈다. 자국의 핵 활동은 평화적이라는 것이 이란 측의 주장이나, 사실상 그 누구도 이 주장을 믿지 않는 상황이다.

이란 에너지부의 발언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도 이론의 여지가 많다. 다만 확실한 것은 트럼프 정권 당시에는 이런 허세를 부리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당시 이와 같은 발언을 했다면 이란과 손을 잡고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국가에 대한 엄격한 조사와 여파가 일었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처와 경제 회복에 전념하면서 이란은 거리낌 없이 원유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인도네시아는 주말 중 무단으로 영해를 통해 원유를 운송하던 이란과 파나마의 유조선 2체를 나포했다. "최대 고통"을 주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조치에 시달리던 지난 2년간 이란은 유조선에서 유조선으로 직접 원유를 옮기거나 위성신호를 끄고, 내지는 쉘컴퍼니를 이용해 원유를 거래해왔다. 마찬가지로 제재 대상이었던 베네수엘라도 같은 방식을 사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독재 정권과 관련해 베네수엘라에 개입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별개 문제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이란에 대한 침묵은 타당한 일이다. 극단적으로 다른 입장에 있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란은 공개적으로 원유 수입국을 찾고 있으며, 오랜 거래 대상인 중국과의 관계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가 발효되기 전까지 이란산 원유와 콘덴세이트의 최대 수입국이었다. 제재 이후로도 일부 중국 정유시설들은 상술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 사용했다.

이란산 원유 환영하는 중국

이란산 원유의 중국시장 거래에 참가한 전적이 있는 유럽 브로커 소속 원유 딜러 한 명은 고유황 원유가 일명 티팟(teapot)으로 불리는 중국 산둥 지역의 소규모 정유시설에 가장 적합하다고 밝혔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익명을 요구한 이 딜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러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중국 티팟에 가장 적합한 종류의 원유다. 중국 정유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로 미국산 원유를 사들인 뒤 다른 등급의 원유와 섞는 방식을 사용했으나 그 결과는 이상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란산 원유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질은 차치하고, 미국산 원유에 비해 훨씬 저렴하기도 하다. 운송과 저장까지 고려한다면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사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란은 과거 시장을 되찾고 있으나 그 이상의 것을 바라고 있다. 잔가네 장관은 이번 주, 미국에 다시 핵협의에 가입하라는 압박을 가하며 원유 제재를 폐기한다면 자신들도 조건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런 약속을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제재 해소는 이란의 원유 수출에 정당성을 되돌려줄 것이며, 수입국 측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부와 재무부가 틀어막은 국제신용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기도 하다.

백악관은 이란과 관련된 결정이 빠른 시일 안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핵협의 재합류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행동에 나서기 전 이란과 걸프 지역 국가들과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인 원인들로 진행이 그보다 훨씬 빨라질 수도 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국제 원자력 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가 월초 발행한 보고서에서 이란이 핵탄두 제조에도 쓰일 수 있는 금속우라늄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JCPOA를 불이행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란은 월초, 포르도 핵 시설에서 20% 농도의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핵무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90%의 농도가 필요하다.

빠른 움직임 필요

독일 외무의원회의 일원인 오미드 누리푸어는 6월에 열릴 이란 대선에서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강경 노선에 가까운 새로운 정부가 구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없다. 대화와 사찰 없는 하루가 흐를 때마다 원심분리기가 돌아가는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러시아의 비엔나 국제위원회 상임대표인 미하일 울리아노프 역시 JCPOA에 더욱 빠른 움직임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울리아노프는 이란이 2월 21일부터 국제 원자력 기구의 핵안정조치협정의 추가의정서를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경우 "이란의 핵 프로그램 현황을 사찰할 가능성이 극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항상 이란의 "큰형" 노릇을 해왔으며 걸프 지역에서 미국이 취하는 이익과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런 개입이 놀랄 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외교적인 측면에서 이란을 더 잡아두기도 어렵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명령한 거셈 솔레이마니 장군의 암살과 11월에 일어난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의 암살에 여전한 반감을 품고 있다. 정부 측에서는 파크리자데를 저격한 것이 이스라엘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란은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을 공격하고 미국 드론을 격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세계열강들은 이란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품고 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폐기한다면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입었던 일일 200만에서 250만 배럴의 원유 수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이란이 소속된 OPEC이 이런 추가 공급을 어떻게 처리하려 할지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OPEC 감산으로 회복 중인 유가

OPEC 소속 13개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협력국 10개국의 모임인 OPEC+가 9개월에 걸친 감산을 진행하면서 유가는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었다. 현재 WTI는 배럴당 약 $52, 브렌트유는 $55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낙관론도 일조한 가격이다.

이란이 시장에 10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공급하기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가 2월과 3월 중 진행하겠다고 밝힌 추가 감산은 사실상 무효화된다.

유가는 이번 달, 사우디아라비아의 "깜짝 감산"으로 $5 추가 상승했다. 이 감산은 미국과 이란이 제재와 관련된 합의를 맺을지도 모른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결정이었을지도 모른다. 미국과 이란이 2차 핵협정을 맺는다면 이 감산의 영향으로 상승했던 유가가 배럴당 최대 $5씩 재차 하락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근시일 안이라면 바이든 대통령의 추가 경기부양책이 유가를 지탱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장의 기술적인 움직임 역시 유가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콜카타 SK 딕싯 차팅의 상품 전문가 수닐 쿠마르 딕싯은 미국산 원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논리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53.80 이상의 가격이 유지된다면 $57을 넘어 $62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 현재 원유 시장의 변동폭은 이런 수준이다.”

공급 균형 가능, 이란은 불응할 것

또 다른 주요 OPEC 회원국인 리비아의 내전이 재개될 경우에도 이란의 추가 공급은 일시적으로 상쇄될 수 있다. 리비아의 원유와 콘덴세이트 생산량은 휴전의 영향으로 이번 달 6년 고점인 일일 125만 배럴을 기록했다. 하지만 리비아의 상황은 여전히 극단적이며, 원유 수출은 협상 진행과 함께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장 균형을 위한 추가 감산을 발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만큼의 점유율을 경쟁국에 넘겨주게 된다는 위험이 따른다. OPEC의 소위 "스윙 프로듀서"라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지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다른 국가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얼마나 더 큰 수익을 포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확실한 것이 있다면 2년 반 이상 이어진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로 경제 붕괴 직전까지 몰린 이란이 회복을 위해 산유량과 수출을 최대한 증가시키려고 할 것이라는 점이다. OPEC에 협력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고통" 전략에 동참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에너지 자문업체 우드 맥킨지의 전략가 앤-루이스 히틀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란은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언급을 꺼리는 문젯거리다.”

주: 바라니 크리슈난은 분석글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의견 외에도 다양한 견해를 반영하며, 작성한 글에 언급하는 상품 혹은 주식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습니다.

--번역: 임예지/Investing.c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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